50여 년 동안 지어온 신현득 시인의 동시가 한곳에!
‘동시 할아버지’ 신현득 시인
1959년 신춘문예 당선작 「문구멍」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0여 년 넘게 동시를 지어온 신현득 시인은 ‘동시 할아버지’로 더 유명합니다. 지금까지 출간된 27권의 작품들 중 60여 편을 골라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교과서에 실려 있거나 동요로 지어진 동시를 비롯해 출간된 동시집의 대표작들을 모았습니다.
시인은 오랫동안 수많은 동시를 지으면서 누구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사물을 바라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한번쯤 겪을 수 있는 일들과 자라면서 고민하게 되는 문제들을 재미있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만이 안고 있는 분단 상황이나 독도 이야기를 동시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아픈 곳을 쓰다듬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워주기도 하며 짧은 동시에서 커다란 울림을 안겨줍니다.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꿈을 키우는 동시!
어른들은 마치 이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거나 행동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다 자란 키가 더 이상 높이 올라갈 수 없는 것처럼 생각도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새롭기만 합니다. 눈에 들어오는 사물들, 다양한 사물들이 내는 소리, 손에 만져지는 느낌까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호기심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는 키만큼이나 높아져만 갑니다.
빠꼼빠꼼
문구멍이
높아간다.
아가 키가
큰다.
_「문구멍」전문
현대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그 변화에 적응해 살아가야만 하는 경쟁 속에 던져져 있습니다. 주어진 삶을 쫓아가기도 바쁜 어른들은 그만큼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일도 줄어들고, 내 주변이나 이웃들에게조차 무관심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공부를 제일 잘하는 친구만 부러워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상상하는 일이야 말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일일 텐데 말입니다.
아이들이 지닌 상상력은 헛된 꿈이 아니라, 용기를 심어주거나 정의롭게 살아가고, 때론 즐거움을 안겨주는 일이라는 것이 동시 「뿔이 있다면」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내 머리에 뿔이
있다면
콱,
받아 보고 싶을걸.
거드름 피는 애를
타일러도 안 되면
“얘, 덤벼 봐!” 하고
뿔을 들이댈걸.
야구 놀이 때
배트 대신 써도 좋지.
-홈~런 홈런!
_「뿔이 있다면」중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픔까지 감싸주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60여 년 동안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서로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이산가족들도 있고, 혹 알고 있더라도 얼굴조차 보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전쟁과 분단으로 인한 피해는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막아버리는 것이고, 마음 깊이 아픈 상처만 남기게 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통일의 문제와 해결 방안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주저앉은 기관차 문 쪽으로
덩굴딸기 덩굴이 기어오르고 있네.
어쩌지?
폭격을 했나 봐.
전쟁이 지나갔나?
얼마나 사람이 쓰러졌을까?
여기가 휴전선 한가운데로군.
_「기관사 아저씨 딸기 드세요」중에서
시인은 수많은 동시를 통해 과거와 오늘을 돌이켜보고 밝은 미래까지 꿈꿉니다. 어느 것 하나 우리의 삶에서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 것처럼 우리가 놓치기 쉬운 아주 작은 일상과 감정을 되짚어보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이라는 가치관이 가장 먼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는 가족의 소중함도 전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만이 가지고 있는 조금은 다른 사랑의 의미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가족이라는 이름을 통해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전합니다.
엄마는
가지 많은 나무.
시집 간 언니 집에서
물동이 무게 절반을 오게 하여
가지에 단다.
그 무게는 무게 대로
바람이 된다.
동생이 골목에서 울고 와도
그것이 엄마에겐
바람이 된다.
_「엄마라는 나무」중에서
이처럼 신현득 시인이 지어온 수많은 동시들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기도 하고, 지금 자신의 일상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내일을 꿈꾸어봅니다. 그 과정에서 키득거리며 웃기도 하고, 때로는 아픈 상처를 만나게 될 지도 모릅니다.
『뿔이 있다면』에 담긴 동시들을 통해 더욱더 풍성한 감정을 키우고,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멋진 어린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