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쟁에서 작가 비어스가 지형 전문가로 복무했던 경험이 반영된 단편이다. 전장에 초점을 맞춘 비어스는 종종 그 앵글 밖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는데, 이 단편도 여기에 속한다. 전쟁의 공포를 이겨내려는 조지 서스턴 중위, 어떤 상황에서도 팔짱을 끼고 꼿꼿한 자세를 취하는 이 남자의 기벽을 선뜻 이해하긴 어렵다. 다만 전쟁뿐 아니라 삶의 공포 앞에 선 인간으로 보면 조금은 이해하기 쉬워질지 모르겠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도 막간의 그네 위에서도 심지어 죽는 순간에도 서스턴 중위의 시그니처 같았던 팔짱은 변함이 없다.
<책 속에서>
조지 서스턴 중위는 북군 소속의 한 여단을 맡고 있는 브로 대령의 전속 부관이었다. 원래 여단장이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라 브로 대령은 임시로 여단을 지휘하게 됐다. 나는 서스턴 중위가 본디 브로 대령 부대의 소속으로, 우리 여단장이 복귀할 때까지 대령과 함께 파견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스턴이 맡은 부관 보직도 전임자의 전사로 인해 공석이었다. 우리 사이에서 서스턴의 출현은 지휘관의 교체에 따른 참모진의 자연스러운 변화에 불과했다. 우리는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무뚝뚝했다. 그러나 이런 면은 나보다는 다른 전우들이 더 많이 발견한 것이었다.
본부에 있든 행진 중이든 혹은 막사나 숙영지 그 어디에 있든 간에, 지형 전문가의 임무를 띤 나는 늘 비버처럼 분주했다. 하루 종일 말을 타고 밤의 절반은 제도용 탁자에서 도면을 작성했다. 그것은 위험한 임무였다. 적진에 가까이 접근할수록 아군에게 보다 유리한 정보와 지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 길 하나를 찾아내고 다리 하나를 그려 낼 수 있다면 사람의 목숨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임무였다. 공격과 후퇴의 짧은 막간을 이용해 개울의 수심을 측정하고 교차로의 정확한 지점을 살피기 위해, 기병대 전체가 적군의 맹렬한 사격을 뚫고 전초 기지까지 출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