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서클”은 H. P.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찰스 덱스터 워드의 사례』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중에서 최대 장편에 속합니다. 로드아일랜드의 프로비던스를 배경으로 옛것에 관심이 많은 워드가 열여섯 살 때 조상의 비밀을 접하면서 개인사와 질병에서 그만의 독특한 사례를 만듭니다. 평단에서는 에드거 앨런 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호러와 판타지 장르에서 후대 작가들에게 준 영향력 면에서는 단연 최고라는 러브크래프트의 명성에 걸맞게 워드의 특별한 ‘사례’는 많은 동료 및 후대 작가들에게 또 다른 사례들을 재생산하게 만들었는데요. ‘랜돌프 카터’가 한 차례 언급되지만, 카터 연작과는 결이 다릅니다. 환상과 크툴루 신화의 요소들을 두루 갖춘 고딕 판타지라고 할까요. 여러 특징이 혼합돼 있고, 마법과 초자연적인 공포를 비롯 오컬트가 주된 분위기를 형성하는데요. 조지프 커웬, 찰스 덱스터 워드, 윌렛 박사가 작품을 이끌어 가는 중심인물이지만,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프로비던스 자체도 단순한 배경을 넘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인스머스의 그림자」에서 보여준 작가 특유의 지형학적 요소가 이 작품에도 유감없이 빛을 발합니다. 미국 독립혁명 이전부터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프로비던스를 배경으로 역사적 실존 인물과 공간을 바탕으로 한 사실성과 마법의 초자연성을 효과적으로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작품에 등장하는 마법의 주문처럼 이 소설을 읽다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의문을 발견합니다. 작품에서 자주 언급되는 ‘B.F.’라는 이니셜로 표기된 인물과 ‘118번’이라는 번호로 등장하는 인물의 정체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본문에서 역자가 주석을 달아, 몇 가지 통용되는 의견과 하나 마나 한 실마리를 정리해 봤으나 해답은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이 소설은 로저 코먼(Roger Corman) 감독의 「유령 출몰지 The Haunted Palace」(1963)와 「에이리언」의 시나리오 작가였던 댄 오배넌(Dan O'Bannon)이 메가폰을 잡은 「어둠의 부활 The Resurrected」(1992)로 각각 영화화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