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서클”은 H. P.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하워드의 「지붕의 토드」는 앞서 소개한 단편 「검은 돌」에 이어서 가상의 금서 『검은 책』을 구체화하고 중요한 모티프로 합니다. 『검은 책』은 러브크래프트의 『네크로노미콘』에서 영감을 받아 하워드가 창조한 금서인데, 하워드의 크툴루 유니버스에 일관성 있게 등장합니다. 흣날 크툴루 신화의 체계화를 주도했던 오거스트 덜레스가 『검은 책』에 독일어로 “형언할 수 없는 제식Unaussprechilich Kulten”이라는 서명을 덧붙여 좀 더 효과를 높이기도 합니다. 러브크래프트, 로버트 E. 하워드,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가 각각 창조한 『네크로노미콘』, 『검은 책』, 『에이본의 서』는 크툴루 신화의 3대 금서로도 통하는데요. 『검은 책』의 저자로 알려진 폰 윤스트는 이 책을 집필한 뒤에 기괴한 죽음을 맞습니다. 「지붕의 토드」는 『검은 책』에서 은밀하게 서술된 토드 신(두꺼비를 닮은 신)과 그를 섬겼다는 전설의 고대 신전을 다룹니다. 하워드는 이 토드 신을 다른 단편에서 골-고로스로 칭하는데,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의 차토구아에 상응하는 존재입니다. 영국과 중앙아메리카의 온두라스를 오가는 공간은 이색적인 반면, 전설의 보석을 찾아 나선 용감하나 탐욕스러운 모험가, 깨워서는 안 되는 우주적 존재를 깨워낸 파멸적인 결과는 하워드의 인물과 주제의식을 반영하는데요. 크툴루 신화의 요소들을 고루 갖춘 단편으로 하워드의 여느 작품들처럼 러브크래프트에 비해 묘사와 필치는 좀 더 직접적이면서 박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십대 시절부터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습작을 하다 1924년 펄프 잡지 〈위어드 테일즈(Weird Tales)〉에 「창과 송곳니(Spear and Fang)」라는 단편을 실어 프로 작가로 데뷔하게 된다.
이후에도 속기사 등의 직업을 전전하면서 판타지, 호러, 웨스턴, 스포츠(복싱)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꾸준히 발표했다. 특히 킹 컬, 솔로몬 케인, 브란 맥 몬, 킴메리아인 코난 같은 마초 영웅의 모험담이 인기를 얻었다. 코난 사가를 비롯해 많은 작품을 〈위어드 테일즈〉에 발표하여 동시기에 활동한 H. P. 러브크래프트,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와 함께 잡지를 대표하는 작가로 인기를 얻었다.
1936년 6월, 그의 어머니가 오랫동안 앓던 결핵으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회복할 가망이 없다는 말을 듣자 자신의 차 안에서 권총으로 머리를 쏴서 자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