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서클”은 H. P.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이 작품에는 ‘만물의 제왕’ 아자토스와 동급 크리처인 ‘히드라’가 등장합니다. 히드라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머리가 여러 개 달린 괴물인데요. 커트너는 히드라를 신화에서 가져오고 그 거주지를 외계, 좀 더 정확히는 외계 신(Outer God) 아자토스가 군림하는 공간과 같은 ‘혼돈의 중심’으로 설정합니다. 히드라는 뱀파이어 특징을 지니는데, 다만 생명체의 피가 아닌 머리(두뇌)를 먹이로 하기에 어떤 면에서는 에너지를 흡입하는 사이킥 뱀파이어에 좀 더 가깝습니다. 커트너의 많은 작품에서 오컬트는 플롯 전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요. 「히드라」에서는 오컬트 색채가 더욱더 선명하고 강해집니다. 등장인물들도 모두 오컬티스트인데요.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유체이탈의 일종인 ‘아스트랄 프로젝션’입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이제 막 오컬트에 심취한 두 풋내기 학자들이 이 아스트랄 프로젝션에 혹합니다. 이 서툴고 용감한 청년들의 실험 정신 덕분에 이들의 멘토이자 유능한 오컬티스트인 케네스 스콧이 참변을 당하는데요. 젊은 제자들의 객기 때문에 어렴풋이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그 파국을 막아보려고 안간힘 쓰는 케네스 스콧. 그러나 그는 끝내 히드라의 희생양이 되어 머리가 잘린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본의 아니게 히드라에게 차원의 관문을 열어준 두 청년 에드워드와 루드윅도 살아날 운명은 아닙니다. 다른 차원의 침략자에게 필요한 관문, 그것을 열어주는 조력자 무리도 커트너가 애용하는 설정입니다. 이 작품에서 히드라와 아자토스는 독립적인 존재로 나오는데요. 커트너는 히드라와 아자토스를 하나의 동일물로 구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