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1970년대 UN의 연구 보고서 ‘성장의 한계(The Limit of Growth)’가 발표된 지 50여 년이 지나고 있다. 인류는 기후위기로 인해 현재와 같은 성장은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연구의 결론이었다. 유한한 자원의 무한한 성장을 기대했던 인류에게 울린 경종이기도 하였다. 인류는 2020년의 코로나19를 통해 소홀했던 기후변화의 위협을 다시 실감하였다. 더불어 기존 경제 운영체계가 인류 사회의 불평등을 얼마나 심화시키는지도 새삼 목도하게 되었다. 초기 자유시장경제는 인류에서 보편성이라는 가치를 확립해주었다. 특권과 편법에서 벗어나 스스로 존중의 삶을 살 수 있는 가치를 심어준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물질을 중시하면서 도래된 새로운 불평등 앞에 간신히 살려 놓은 인간성을 내던지기를 멈추지 않았다. 물질과 정신을 나누어 물질을 정신 위에 놓고, 끊임없이 상호의 관계를 끊어 개인이라는 개별 요소만의 고립을 자초하기에 이르렀다. 소유를 위해 기꺼이 쪼개져 서로 경쟁함으로써 효율의 극대화에 내몰렸다. 그 결과 찬란한 물질 풍요를 누리게 되었지만 물질 중시의 보편성이 사람을 지치게 하고 있다. 이제 인류는 물질 만능과 이윤 극대화가 삶과 기업의 목표가 되어버린 천박함과 야수성 위에 급기야 만물의 영장임을 자처하는 우까지 범하고야 말았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02 오늘날 지구는 생명 호흡기를 달고 있다. 인류 존멸의 위기로 산정하는 티핑 포인트인 ‘기후 경계점’에 이제 단 1도만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의 4대 지표라고 하는 온실가스의 농도, 해수면과 해수 온도 및 해양산성도 모두 상승하고 있다.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는 인간이 만든 인공물이 지구의 생물이 포함하고 있는 유기물질의 총량인 생물량(Biomass)을 넘어섰다고 네이처(Nature)지에 발표하였다. 이제 인류는 지구의 한계를 넘어섰다.
03 인류도 50년 전에 UN의 로마클럽이 판단했던 지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모습으로 삶을 영위해야 한다. 지속가능발전의 목표, 사회적이며 공유적인 경제, 이해관계자가 모두 참여하는 자본주의, 이를 위한 기업의 참여와 책임, ESG 등 사회적 경영과 경제로의 전환에 온 인류가 동참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경제와 기업의 성과를 수혜 당사자인 결과(outcome)에서 이해관계자에 미친 영향과 변화까지 포괄한 임팩트(영향, impact)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이미 인류는 성과를 산출(output)에서 결과로 변경시킨 경험이 있다. 이제 다시 한번 그 범주를 넓혀야 한다. 그 흐름 위에 우리의 생존과 인간다움이 놓여 있다. 사회적 경제는 반드시 온다. 이는 믿음의 영역이 아니라 이해의 영역이다. 20세기 대표 지성인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은 인간은 무지하게 태어났을 뿐 멍청하게 태어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가 지적한 멍청함의 원인은 인간의 인공물이자 합의한 지향점인 교육이며, 그 교육이 오늘의 우리를 멍청이로 만들었다. 따라서 이제 무지에서 벗어날 이해와 사고와 철학이 필요한 순간이 되었다.
04 자연이 자연인 이유는 스스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말로 형언할 수 없음이 곧 자연이다. 따라서 보고 싶은 대로 볼 수 없다. 그저 보이는 대로 봐야 한다. 이것이 공생의 진리이자 자연의 섭리다. 지구라는 자연은 수십억 년간 정비된 지속가능성의 회복력을 갖고 있다. 생명의 순환이 그것이다. 이어짐이고 전일성이다. 이제 우리는 지구를 도와야 한다. 이것이 생존의 해법이다. 전 지구적 합심과 매진만이 요구되고 있다. 지구라는 자연의 이해는 곧 시스템의 이해이자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복잡성의 이해로 제시하고자 한다. 복잡성은 다양하고 중복적인 요소가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맺으면 나타나는 생명과 진화의 현상이기도 하다. 그 역동성이 복잡성을 만들어내며, 또 그 때문에 복잡성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또 그 때문에 희망이 있다. 지구 스스로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 경계점’을 지구에게 지켜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더 이상의 해악을 끼치지 않은 채 기다려 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이것이 이 책을 쓰면서 남기고자 하였던 지혜이기도 하였다. 그저 살아있는 시스템으로써 지구를 있는 그대로 이해함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해 나가자는 것이다.
05 이윤 추구와 소셜 임팩트의 공존은 혁신을 넘어선 혁명이다. 우리는 그러한 경영학을 지향한다. 이제 경영학은 경제의 이윤을 넘어 상생의 생명으로 가야 한다. 지속적 성장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분절을 넘어 이어짐으로 가야 하며, 기계체를 넘어 유기체로 가야 한다. 이는 좁게는 구성원과 조직이 함께 가며, 넓게는 경제와 사회와 환경이 함께 가고, 선진국과 중후진국이 함께 가는 방향으로의 전환이다. 인류사 없었던 일을 만들어야 하기에 이는 곧 혁명이다. 임팩트 비즈니스와 임팩트 경영은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경영이며, ‘요소’를 넘어 ‘관계성’까지 활용하는 살아있는 시스템의 경영이다. 임팩트 경영은 개인으로 하여금 사회와 공공의 중요성을 자각하게 하고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게 하는 경영이다. 이를 통해 개인을 자신보다 더 큰 가치에 헌신하게 하여 일의 종속에서 벗어나 주체가 되게 하는 경영이다. 그래야 보람을 느끼며, 자신을 벗어나 전체를 보게 된다. 이른바 스스로 경영자적 비전을 보유하게 되어 비로소 질문하게 하는 경영이다. 스스로 서는 경영이며, 일속에 자신을 찾고 만들어가는 경영이다. 따라서 임팩트 경영은 인간 중심의 자본주의하에서 자잘한 경영관리 기법을 녹여낼 수 있는 경영혁신을 위한 경영이다.
AI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의 비경합적 신질서가 출현하도록 지향되어야 한다. 그 본질은 지속가능성에 있으며 이의 실현은 사회적 소명을 가진 임팩트 비즈니스의 출현으로 구체화될 것이다. 미션 중심성과 이를 성과로 전환할 수 있는 조직운영 능력이 경영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 시스템 사고, 균형적 사고 및 프로세스 중심적 사고 등에 기반하여 사고를 혁신하고, 이를 토대로 한 연결의 경제성 추구가 그 길을 안내할 것이다. 이 작은 시도가 수많은 사회적 경제조직이 출현하여 다양한 사회경제적 가치들을 창출함으로써 더 좋은 사회를 구현하여 우리 후대에 더 좋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기를 감히 기대해 본다. 본서는 벤처 CEO인 ㈜마음인베스트의 곽진우 대표, 소셜 벤처인 소셜임팩트오퍼레이션스의 이동형 대표와 함께 집필하였다. 이론과 함께현장의 경험과 실무의 중요성을 함께 언급하고자 한 시도였다. 미력하지만 시도와 의도가 독자에게 전달되기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졸고를 편찬해주신 자유아카데미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