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의 언어는
지금 복음의 본질을 제대로 담고 있는가?
세상을 향한 교회의 공적 책임을 잃어버린 채,
다양한 욕망으로 오용되는 신앙의 언어들을,
성경과 신학, 역사의 시선으로 분별하고 바로잡는
복음적 통찰과 실천의 안내서!
‘예언’은 ‘선동’이 아니고, ‘신앙’은 관념이 아니며, ‘자유’는 혐오의 허가증이 아니다. 또한 ‘정교분리’는 침묵의 명령이 아니며, ‘저항’은 폭력의 명분이 아니고, ‘정치’는 우상이 아니다. 이 책은 한국교회의 극우화에 빌미를 제공해 온 이러한 신앙의 언어들을 다시 펼쳐, 그 말들이 복음과 이웃을 섬기는지, 아니면 권력과 욕망을 섬기는지 예리하게 묻는다.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든 여러 정치적 격변 속에서, 한국교회는 광장에서 많은 메시지를 뜨겁게 쏟아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메시지들은 사회적 화해와 평화보다는 갈등을 심화시키고, 복음의 보편적 가치를 특정 정파나 이념의 도구로 축소시켰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깊은 실망과 함께 영적‧도덕적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한국교회의 시대적 상황과 위기에 균형 잡힌 다각도의 시각으로 응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신앙의 이름으로 분출되는 다양한 정치적 수사와 논리의 언어들을 살피고, 과연 그것이 성경의 본뜻과 기독교 역사, 그리고 건강한 신학적 전통에 부합하는지를 객관적으로 성찰한다. 신약성서학, 기독교윤리학, 교회사학, 사회학, 조직신학 등 각 분야의 신뢰받는 지성인 여섯 명(권연경, 구미정, 최종원, 신진욱, 김중락, 김동춘)이 모여 우리 시대 신앙 언어의 왜곡을 짚어내고 올바른 분별의 기준을 제시한다.
<‘서문’(정병오 기윤실 공동대표) 중에서>
이 책은 한국교회가 처한 이러한 상황에 응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정치적 이념과 정파적 이해관계를 복음보다 앞세우고 복음을 정치의 하위 영역으로 축소시키며, 교인들을 정치적 목적에 동원하기 위해 사용해 온 신학적 언어에 주목했다. 그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성도들을 정치적으로 동원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대표적인 언어와 논리를 추출하고, 그 말과 논리가 과연 성경과 신학, 역사적으로 합당한지를 살피고자 했다. 그래서 어디까지가 진리이고 어디부터가 왜곡인지, 이러한 왜곡이 단순한 실수인지 아니면 특정한 의도를 지닌 오용인지, 그렇다면 그 언어와 논리의 원뜻은 무엇이고, 오늘 한국 사회와 교회가 처한 맥락에서는 어떻게 사용해야 옳은 것인지를 묻고자 했다.
먼저 “신앙과 윤리”(권연경)에서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 어떻게 보이는 이웃을 향한 사랑과 윤리, 인권의 언어로 이어지는지를 성경적으로 살핀다. 윤리적 실천 없는 신앙은 불가능하며,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은 보이는 이웃을 향한 사랑으로 구체화 되어야 함을 밝힌다.
“예언과 선동”(구미정)에서는 전광훈 목사와 손현보 목사의 사례를 비롯해, 오늘날 강단에서 예언의 외피를 두르고 쏟아지는 정치적 선동의 언어를 살핀다. ‘예언’이 하나님의 정념과 공의에 사로잡힌 말이라면, ‘선동’은 자기 욕망과 권력을 거룩한 언어로 포장하는 말임을 밝힌다.
“정교분리”(최종원)에서는 교회와 정치가 무조건 분리되어야 한다는 단순한 통념을 넘어, 정교분리 개념의 역사적 맥락과 올바른 의미를 살핀다. 정교분리는 교회의 공적 발언을 금지하는 원리가 아니라, 국가 권력과 특정 종교의 제도적 유착을 막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임을 밝힌다.
“자유와 평등”(신진욱)에서는 극우기독교가 자유, 민주, 헌법, 법치와 같은 긍정적 가치의 언어를 전유하면서 실제로는 그 가치를 어떻게 공격하고 있는지를 살핀다. 자유와 평등은 어느 한 정치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라 현대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보편적 가치임을 확인한다.
“국민저항권”(김중락)에서는 오늘날 극우기독교 진영에서 사용되는 저항권의 논리가 과연 역사적·신학적으로 정당한지를 살핀다. 종교개혁 전통에서 저항권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그것이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특정 정치인을 옹호하거나 폭력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세속과 정치”(김동춘)에서는 극우기독교를 근본주의와 동일시하는 기존의 통념을 지적하면서, 극우기독교가 신학적 명분과 토대 위에 형성된 조직이 아니라 일종의 ‘세속주의 기독교’의 산물이라는 점을 설명한다. 또한 극우기독교가 카이퍼주의를 어떻게 자신들의 신학적 정치 이념으로 오용하고 있는지도 밝힌다.
이 책이 교회의 정치적 참여를 두고 쏟아져나오는 언어의 홍수를 성경과 신학, 역사의 필터로 잘 걸러내어 건강한 생수로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모든 성도와 교회들이 주변의 큰 목소리를 무작정 따라가거나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과 건강한 신학 위에서 오늘의 현실을 분별하고, 자신의 신앙과 삶에 책임 있게 적용하며 행동할 수 있는 소중한 기준으로 사용될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