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윌리엄 고드워드(John William Godward, 1861년 8월 9일 ~ 1922년 12월 13일)
영국의 신고전주의 화가
모더니즘 운동이 전개되는 영국에서 마지막까지 신고전주의를 고수했던 화가
1887년 영국 왕립 미술 아카데미의 여름 전시회로 데뷔하면서 화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프레드릭 레이튼과 로렌스 알마 타데마 등 라파엘전파와 신고전주의 양식의 화가들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고대 건축에서 자주 사용되었던 대리석을 탁월하게 표현해 '대리석의 화가'로 불린 알마 타데마에게 강한 영향을 받았다. 고고학자로도 활동한 알마 타데마처럼 고드워드도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유물들을 관찰하며 세세하게 연구하기도 했다.
고드워드가 추구한 것은 빅토리아풍의 신고전주의였다. 대리석으로 된 그의 화실에는 그리스와 로마의 조각상과 공예품들로 꾸며졌고, 그 화실을 배경으로 고대의 의상을 입은 여성을 아름답고 유려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을 거치며 공업화와 세속화, 도시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었다. 화가들은 더 이상 화가들이 대상을 '재현'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았고,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카데미라는 전통에 저항하고 있었다. 인상파와 모더니즘 미술도 이 새로운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 모더니스트의 시각에서 과거의 유산에 집착하는 고드워드의 그림은 틀에 박힌 고리타분한 미술에 불과했다. 그들은 고드워드를 "토가를 입은 빅토리아 시대 사람(Victorians in togas)"이라며 비난했다.
영국에서 인정받지 못하자, 고드워드는 1905년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 출품한 것을 마지막으로 영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고대 로마의 찬란한 유산이 남아있는 이탈리아에서는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1912년, 그는 자신의 모델 중 한 명과 함께 이탈리아로 떠났다. 고드워드가 이탈리아로 떠나자 가족들은 그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 버렸다.
이탈리아에서 지내는 동안 고드워드는 고대 그리스의 여인을 화폭에 재현하는 데 열정을 바쳤다. 그러나 이탈리아도 시대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의 그림들은 후기 인상파와 입체파에 밀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그는 결국 영국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1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그는 여전히 환영받지 못했다. 그의 작품들은 그때까지도 공격받고 폄하되고 있었다. 여기에 큰 충격을 받은 고드워드는 생활고와 우울증에 고통받나 1922년 61세의 나이로 자살했다. 유서에는 "피카소와 함께할 만큼 세상은 충분히 크지 않다(The world is not big enough for myself and a Picasso)"라고 적혀 있었다. 그의 가족들은 그의 자살을 불명예스럽게 여겨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와 관련된 모든 문서와 편지, 기억들을 불태웠고, 가족사진에 있는 그의 얼굴도 오려내 버렸다.
미술사에 있어 새로운 사조와 장르가 탄생하고 사라지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시대가 바뀌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취향과 개성, 삶의 방식도 계속 바뀐다. 미술도 마찬. 어떤 이들은 새로운 흐름에 맞춰 적절하게 변화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자신의 독창성을 끝까지 고수하기도 한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모더니즘 예술의 탄생 속에서 마지막 신고전주의 화가로 살았던 고드워드가 세간의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