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출간된 『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써낸 반자전적 소설이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 전선을 배경으로, 미국인 구급차 운전병 프레더릭 헨리와 영국인 간호사 캐서린 바클리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첫해에만 10만 부가 팔려나갔고, 헤밍웨이를 단숨에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헤밍웨이는 이 소설을 두고 "나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칭했다. 그의 말처럼 이 작품은 단순한 전쟁소설이 아니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 앞에서 사랑만이 유일한 구원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두 연인의 이야기이며, 그 사랑마저 운명의 잔인함 앞에 무너지는 비극의 서사이다.
# 작가의 체험이 녹아든 이야기
헤밍웨이는 1899년 미국 일리노이주 오크파크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캔자스시티의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던 그는 1918년, 열아홉 살의 나이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시력 문제로 정규군 입대에서 탈락한 그는 미국 적십자사 구급차 운전병으로 이탈리아 전선에 배치되었다.
전쟁터에서 헤밍웨이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끼는 스릴을 갈망했다. 구급차 운전병으로서의 의무를 넘어 최전방까지 나가 병사들에게 초콜릿과 담배를 나눠주는 일에 자원했다. 1918년 7월 8일 밤, 오스트리아군의 박격포탄 파편이 그의 다리를 관통했다. 심각한 부상을 입고 밀라노의 병원으로 후송된 그는 그곳에서 미국인 간호사 애그니스 폰 쿠로스키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이 첫사랑은 비극으로 끝났다. 애그니스가 "당신보다 어린 사람을 사랑하기 힘들고, 이미 새로운 연인을 찾았다"는 편지를 보내면서 헤밍웨이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남았다. 이 경험은 『무기여 잘 있거라』의 정서적 토대가 되었다. 소설 속 프레더릭 헨리의 부상과 입원, 간호사와의 사랑은 헤밍웨이 자신의 이야기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흥미롭게도 소설 속 캐서린의 제왕절개 출산 장면은 헤밍웨이가 두 번째 아내 폴린 파이퍼의 출산을 지켜보며 집필했다. 소설과 달리 폴린은 무사히 아이를 낳았지만, 헤밍웨이는 그 순간의 불안과 공포를 소설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결말을 쓰기 위해 그는 무려 39번에서 47번에 이르는 수정을 거듭했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 쏟은 그의 노력은 대단했다.
# 줄거리
소설은 르네상스 시대의 비극처럼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 이야기는 1916년에서 1917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이탈리아 전선에서 시작된다. 미국인 프레더릭 헨리는 이탈리아 군의 구급대 장교로 복무하고 있다. 그는 군의관이자 친구인 리날디의 소개로 영국인 간호사 캐서린 바클리를 만난다. 약혼자를 프랑스 전선에서 잃은 캐서린은 아직 상실의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다. 처음에 프레더릭은 진지한 관계를 원하지 않았다. 전쟁터에서의 한때 위안거리 정도로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나 몇 번의 만남 끝에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감정이 싹튼다.
어느 날 밤, 프레더릭은 전선에서 박격포 공격을 받아 무릎에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같은 참호에 있던 동료 파시니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는다. 프레더릭은 밀라노의 미국 병원으로 후송된다.
*제2부는 밀라노 병원에서 펼쳐진다. 우연히도 캐서린 역시 같은 병원으로 배치된다. 긴 회복 기간 동안 두 사람의 사랑은 깊어만 간다. 병실에서의 밀회, 경마장에서의 데이트, 밀라노 거리의 산책. 전쟁은 저 멀리 있고, 두 사람만의 시간은 달콤하게 흘러간다. 캐서린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프레더릭에게 그녀는 이미 전부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회복이 끝나자 프레더릭은 다시 전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제3부는 전쟁의 참혹함이 절정에 달하는 부분이다. 1917년 가을, 이탈리아 군은 카포레토 전투에서 오스트리아-독일 연합군에게 대패하고 대퇴각을 시작한다. 헤밍웨이는 이 퇴각의 혼란과 공포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진창으로 변한 길, 끝없이 이어지는 피난민 행렬, 탈영병을 즉결처형하는 헌병들. 프레더릭 역시 탈영 혐의로 체포되어 총살당할 위기에 처한다. 그는 강물에 뛰어들어 극적으로 탈출한다.
이 순간 프레더릭은 전쟁에 완전한 결별을 고한다. 그에게 더 이상 신성하거나 영광스러운 것은 없다. 오직 캐서린만이 남았다.
*제4부에서 프레더릭은 캐서린을 찾아가고, 두 사람은 밤새 노를 저어 호수를 건너 스위스로 탈출한다. 중립국 스위스의 몽트뢰 산속 마을에서 두 사람은 목가적인 겨울을 보낸다. 전쟁은 멀리 있고, 아기의 탄생을 기다리며 두 사람은 소박한 행복에 젖는다. 산책하고, 대화하고, 서로의 존재만으로 충만한 나날이 이어진다.
*제5부*는 비극의 정점이다. 출산이 가까워지자 두 사람은 좋은 병원이 있는 로잔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출산은 순탄치 않다. 아기는 탯줄이 목에 감긴 채 사산으로 태어난다.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캐서린은 과다출혈로 의식을 잃어간다. 프레더릭은 절박하게 기도하지만 캐서린은 끝내 숨을 거둔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프레더릭은 캐서린의 시신과 홀로 남겨진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비를 맞으며 호텔로 돌아갈 뿐이다. 모든 것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