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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3 기념일 즈음, 다랑쉬굴 유해 발굴 당시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마침내 공개되었다. 제작된 지 20년이 훌쩍 넘도록 방송되지 못하고, 폐기의 위험을 피해 숨겨져 있어야 했던 기록이었다. 당시 제작에 참여했던 PD가 직접 출연해,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공개하게 된 소회와 현장에서 겪었던 상황, 그리고 위로부터 가해졌던 압력에 대해 털어놓았다. 책을 통해 알고 있던 사실과, 화면으로 직접 마주한 현장 사이의 간극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어두운 굴 속에 놓인 십여 구의 백골, 그 곁에 남아 있던 냄비와 안경 같은 생활의 흔적들. 토벌대를 피해 숨어들어 숨을 죽이고 있었을 사람들의 마지막 시간이, 더 이상 추상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왔다. 이번에 읽은 책에도 다랑쉬굴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그날의 화면이 다시 또렷하게 떠올랐다. 30여 년 동안 4·3을 추적해온 저자 허호준은 사건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개인의 삶 속에서 4·3을 체험하게 하는 방향으로 서술을 확장한다. 1992년 다랑쉬굴 유해 발견과, 이후 다시 봉인되어야 했던 진실의 과정을 통해 그는 4·3이 이미 끝난 과거가 아니라, 기억과 기록, 그리고 국가의 태도 속에서 반복되는 현재의 문제임을 드러낸다. 채진규와 이명복이라는 두 인물의 삶을 교차시키며, 납치되어 산으로 간 사람과 스스로 산으로 들어간 사람이 결국 같은 폭력의 구조 속에 놓이게 되는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선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죽음의 공포와 생존의 문제는, 국가폭력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보여주며 독자를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끈다. ________ 산부대의 민간인 학살은 어떻게 설명해야 해? 설령 그들의 대의명분이 맞는다고 쳐. 그렇다고 그들이 죄 없는 주민들을 살해한 것까지 용납할 수는 없잖아. 그 지점은 분명히 비판 받아야 해. 아무리 규율이 없다고 해도 그렇지. 그렇게 보복해서도 안 돼. 그런 행위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어. 결국 항쟁의 명분을 약하게 만들었잖아. 군·경, 서청의 행위와 산부대의 행위를 동등하게 놓고 보는 이들도 있어. 지금까지도 보수세력들이 그 아킬레스건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있잖아. 그렇다고 그 때문에 항쟁의 의의를, 명분을 퇴색시킬 수는 없어. 이승만 정부는 사태가 이렇게까지 계속되었을 때 진작 진압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방향을 바꿔야 했어. 그런데 그러지 않았지. 오히려 빨갱이 소탕을 명분으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씨를 말리려 했지. 남한 내 비판세력들에게 본보기로 삼으려 했던 거지. 제주사람들을 정부 수립의 제물로 삼은 거야. 제주도는 빨갱이 섬이고, 그 안의 빨갱이들은 박멸해야 할 대상으로. 미군은 또 어떻고. 자신들이 9연대가 대량학살 계획을 채택했다면서도, 9연대의 초토전략을 칭찬하고, 정보를 제공했잖아. 4·3, 기억의 폭풍 속으로 | 허호준 저 #43기억의폭풍속으로 #허호준 #혜화1117 #제주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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