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이 나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 커커스 리뷰 선정 ‘최고의 책’
★ 미국청소년도서관협회 ․ 미국텍사스도서관협회 추천 그래픽노블
★ 미국 최고 권위 만화상 아이스너 상 수상 작가 ․ 노미네이트 작품
어떤 책도 내 마음을 알아줄 수는 없다고 말하는 독자에게
이 책만은 좀 다를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다 읽고 나면
오늘도 흔들림 속에서 이렇게 잘 서 있는 나 자신이 미더워진다.
—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 오로지 나에게서 시작하는 시간주인공 비나가 혼자 여름 방학을 보내게 된 것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이 시간은 비나에게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한다.
비나는 무섭기만 했던 오스틴의 누나 찰리와 친해지게 되고, 찰리가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을 만나 인연을 맺는다. 또, 조카의 탄생을 지켜보며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도 하고, 동경하던 이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꿈에 대한 윤곽을 잡아 나간다. 그러면서 비나는 두 달 전의 자신과는 어딘가 조금 달라진다. 그리고 독자들은 이를 비나의 ‘성장’으로 읽게 된다.
심심함과 외로움은 자기 자신을 오랜 시간 들여다보게 한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어떤 면을 변화시키기도, 공고하게 만들기도 한다. 작품 속 비나 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그것은 ‘날마다 나다워지는’ 과정이다. 이렇듯 《올 썸머 롱》은 주인공 비나의 성장과 변화를 통해 오로지 나 자신에게 주목하는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한다.
■ 모습과 방식을 달리하며 더 단단해지는 우리들의 우정
아이들은 어릴수록 쉽게 친구가 된다. 특히 물리적으로 거리가 가깝고, 마주하는 시간이 잦으면 더욱 그렇다. 비나와 오스틴 역시 딱 이런 경우다. 옆집 이웃사촌인 두 아이는 기억이 나지 않는 아주 오래전부터 친구 사이다. 지금까지의 삶에서 서로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비나가 자신과는 굉장히 다른 성향과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아 가면서 오스틴은 비나를 멀리하게 되고, 둘의 관계는 어딘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심지어 자신의 단짝이 여자라는 사실조차 오스틴을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비나와 오스틴 사이에서 갈등과 균열이 일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셈이다.
하지만 비나는 이 갈등과 균열을 서둘러 봉합하려 하거나 실망한 채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오스틴에게 묻는다. “너 나 아직도 좋아해? 우리 아직 친구지?”라고. 비나의 단도직입적이고 직설적인 질문은 오스틴에게 명확한 확신을 준다. 자신에게 있어서 비나는 여전히 가장 친한 친구라는.
함께한 수많은 추억을 공유하면서도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친구 사이야말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우정일 것이다. 주인공 비나와 오스틴의 우정이 모습을 달리하며 단단해지는 과정을 보고 나면, 독자들은 스스로에게 묻게 될 것이다. ‘내게도 이런 친구가 있을까?’ 하고.
■ 적당한 거리감과 사소하지만 지속적인 관심이 만드는 평온한 세계
《올 썸머 롱》의 인상적인 점 중 하나는 사춘기 비나를 대하는 어른들이다. 여름 방학을 그저 ‘빈둥대며’ 보내겠다는 비나의 말에도 비나의 부모님은 화를 내거나 어떤 계획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비나를 그냥 방치한다는 말은 아니다. 비나의 부모님은 비나에게 작은 심부름을 부탁하거나 함께 레저 활동을 권하면서 비나가 집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 덕분에 비나는 집 안에서 느꼈던 무료함을 자연스럽게 털어 낸다. 또, 비나의 오빠 데이비는 때론 짓궂은 장난으로 비나를 토라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생에게 자신의 잘못을 정중히 사과할 줄 안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사춘기의 비나를 위로하면서도, 동생을 향한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영원할 줄 알았던 오스틴과의 친구 관계가 흔들리고, 찰리와 갈등하며 괴로워할 때도 비나는 그것들을 우회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선다. 비나의 이런 면모는 비나를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올 썸머 롱》은 어른들의 이상적인 태도와 방식을 보여줌으로써 사춘기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적당한 거리감과 사소하지만 지속적인 관심이 함께 주어질 때, 아이들은 무언가를 숨기지 않아도 자신의 평온한 세계가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얻는다.
■ 절제된 색감과 대사 행간을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이야기들
작가 호프 라슨은 주황색을 주조색으로 사용하여 명암의 정도로만 면을 표현하고, 펜 선 역시 인물의 외형을 디테일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혼혈인 비나를 비롯해 여러 인종을 작품 속에 등장시킴과 동시에, 그들을 한 인종의 특징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묘사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한, 대사 속 행간에서 각 인물들이 살아온 다양한 삶의 모습과 정체성, 문화적 양식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타인의 삶의 방식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명제는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전제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는 독자들에게도 자연스레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이야기 밖으로 드러난 대사나 글이 아니라 숨겨진 행간과 그림의 힘은 《올 썸머 롱》을 이끄는 원동력 중 하나다.
작품 내용
7학년 ‘비나’는 난생처음 홀로 방학을 보내게 된다. 거의 모든 것을 함께 해 온, 단짝 ‘오스틴’이 여름 방학 중 한 달 동안 축구 캠프에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매년 오스틴과 하던 ‘여름 유잼 지수’ 기록도 못하고, 혼자 방학을 보낼 생각에 비나는 무척이나 서운하다. 게다가 캠프에 떠나기 직전까지 오스틴은 평소와 미묘하게 달라진 모습으로 비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오스틴이 없는 여름 방학 첫 주, 비나는 오스틴의 누나 ‘찰리’와 우연한 계기로 가까워지게 되고, 같은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한다. 하지만 사소한 말다툼과 감정싸움으로 다시금 멀어지게 된다. 이후, 비나는 축구 캠프에서 돌아온 오스틴과 함께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보며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굳게 다진다. 며칠 뒤, 점점 더 이상하게 행동하는 오스틴을 보며 비나는 더 이상 오스틴이 자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느낀다. 이 때문에 비나와 오스틴을 본의 아니게 다투게 되고, 비나는 이제 자신에게 더 이상 ‘베프’는 없다며 절망한다. 과연 비나는 이번 여름 방학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