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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늘 갑작스럽게 오지만, 이 소설 속에서 죽음은 하루 세 번, 식탁 위에 차려진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히틀러의 음식을 대신 먹어야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다. 독살을 두려워한 히틀러를 위해 누군가는 먼저 먹어야 했고, 그들이 살아남아야만 히틀러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들은 선택받은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선택된 사람들이었다. 삶을 이어가기 위해, 매일 죽음의 가능성을 삼켜야 했던 사람들. 이 소설에서 인상적인 것은, 나치에 협력하는 인물들이 단순한 악인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히틀러를 열렬히 숭배하는 여성들은 유대인을 혐오하면서도 로자의 상처를 정성스럽게 돌본다. 유대인 학살에 가담했던 친위대 장교 치글러는 로자에게 삶의 감각을 되돌려주는 연인이 된다. 잔혹한 체제의 일부였던 사람들이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다정한 존재일 수 있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확고한 신념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살아남기 위한 적응이었을까. 로자는 나치가 아니었지만, 나치의 보호 아래 살아남았고, 결국 나치 장교를 사랑하게 된다. 그 관계 속에서 로자는 오히려 자신이 다시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그 감각은 동시에 죄책감을 동반한다. 나치를 반대했던 아버지의 환영은 끊임없이 그녀를 찾아와 말한다. 용인하는 순간, 그 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고. 이 장면을 읽으며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을 떠올렸다. 특별히 잔인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했던 평범한 사람들이 거대한 폭력의 일부가 된다. 치글러는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시대가 만든 결과였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은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지를 쉽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탈출하는 기차 안에서 사람들이 서로 음식을 나누던 순간이었다. 모든 것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나누었다. 더럽고 비참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다움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순수한 독일인이었던 로자 역시 파시즘의 희생자였다. 그러나 동시에, 그 체제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이기도 했다. 피해자이면서도 완전히 무죄라고 말할 수는 없는 위치. 그 모순 속에서 로자는 끝까지 흔들린다. 실제로 히틀러의 시식자였던 마고 뵐크는 아흔여섯이 되어서야 이 사실을 고백했다고 한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축복이 아니라, 평생을 따라다니는 죄책감이 되었다. 인간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가, 그리고 어디까지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가. 폭력과 공포는 인간을 침묵하게 만들고, 때로는 체제에 순응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끝까지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서로를 향해 손을 내미는 마음.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 남기 위해 붙잡는 마지막 감각. 폭력은 삶을 파괴할 수 있지만, 인간의 본성까지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어쩌면 인간의 존엄은 거창한 저항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무너진 자리에서도 끝내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는 순간 속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___________ 나는 철도원이었던 내 아버지를 생각했다. 세상에 굴복하지 않았던 남자를 생각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무모한 데다 고집불통이라고 했다. 내가 히틀러를 위해서 일한다는 걸 알면 아버지는 뭐라고 할까. 어쩔 수 없었어요. 아버지가 망자의 왕국에서 돌아와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나는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러면 아버지는 원칙을 깨고 내 뺨을 갈길 것이다. 우리는 나치가 아니다. 아버지가 말할 것이다. 나는 당황해서 손으로 뺨을 가린 채 울먹이면서 나치가 문제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정치와는 상관없어요. 저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요. 게다가 1933년에는 저는 고작 열여섯 살이었어요. 히틀러를 뽑은 건 제가 아니라고요. 그러면 아버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일단 용인하면 그 정권에 대한 책임은 네게도 있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각자가 속한 국가 체제 덕분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은둔자조차 말이다. 알아들었니? 네게는 정치적 죄악에 대해 면죄부가 없다, 로자.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 로셀라 포스토리노, 김지우 저
진짜 재밌어요. 꼭 읽어보세요.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 독일에서 태어나 총통 시식가라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운명의 흐름에 맡기어 끝까지 살아남은 한 여인의 생을 담은 책. 전쟁은 참으로 사람을 힘들게 한다. 특정 이념, 이데올로기에 사람은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 미약하고 불안전한 존재에 불과하다. 전쟁없는 세상이었으면 로자의 삶은 어떘을까? 행복했을까? 사실적인 책이지만 철학적인 책이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때 왕의 후궁처럼 히틀러의 와이프나 애인들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제목 그대로 히틀러가 독살당할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음식을 미리 먹어보기 위해 착출된 독일인 여자들의 삶을 묘사한 이야기이다. 워낙 유명한 인물 히틀러와 그 시대적 상황을 배경삼아 여자들의 심리묘사와 일상생활을 여성적 필체로 몰입감있게 서술하고 있어 읽는동안 나도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주인공이 된 것처럼 생각하며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인류 대 비극의 중심에서 교차되는 슬픔과 이별이 다각도로 잘 묘사되어 있다.
다읽고 여운이 남는 책
역사소설인데 거대한 담론보다 섬세한 본성과 심리를 너무 잘 묘사했어요. 상황 속에서의 인간의 존엄과 일탈(살기 위한 치열한 욕망)의 뒤엉킴... 진짜 재밌었어요.
불안하고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저에게 위로가 된 책이었습니다.
처음엔 소재가 신선해서 골랐습니다. 여느 역사소설들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이야기 하나를 중심으로 그 시대상을 잘 들려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읽었습니다.
너무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전쟁과 그를 겪는 사람들의 아픔과 사랑 이야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옮긴이의 말까지 책을 완독하고 너무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결국 히틀러의 정권을 용인한 독일인의 원죄의식과 히틀러를 도와주는 시식가이나 그 자체로 그저 도구화 되어 자신을 스스로 위협하게 된 이중성이 매우 흥미로웠고 그 모든것을 겪고 결국은 살아 남았다는게 너무 중요한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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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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