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교사도 사람이에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영유아교사들이 스스로 입을 열었다
우리 사회는 영유아교사들에게 인색하다. 영유아교사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과 편견 속에서 힘든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들이 처한 현실에 관심 가져주는 이가 드물다. 영유아교사들은 사회적 관심과 배려의 대상에서 완벽하게 소외되어 있다.
무엇이 영유아교사들을 이런 처지에 놓이게 만들었는가? 가장 큰 원인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던 일련의 영유아교육시설 내 아동학대 사건들이다. 부모들이 그전까지 너무나도 일상적인 공간으로 받아들여왔던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영유아교사들은 혹시 아이를 학대했을지도 모르는, 혹은 차후 학대할지도 모르는 잠재적 아동학대 가해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들은 자기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자기 권리부터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 때문이다. 영유아교사들은 열악한 노동 환경과 형편없는 처우, 사회적 편견과 온갖 형태의 갑질에 시달리면서도 쉽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지 못한다. 그러나 아동학대 가해 교사보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에 임하는 선량한 영유아교사가 훨씬 많다. 또 교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있으며, 모두가 누려 마땅한 권리는 교사에게도 보장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지면이 없다는 것은 절망적이다. 실제로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 교사를 질타하고 영유아교사들에 대한 감시와 자격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기사가 각종 언론을 타고 범람하였으나, 영유아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매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에 다섯 명의 영유아교사들이 입을 열었다. 오늘날 영유아교사들은 CCTV로 업무 현장을 감시당하고 사회의 눈총을 받으면서 열악한 근무 환경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영유아교사들은 함께 힘든 길을 가며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공감하며 위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간 영유아교사들이 처한 현실을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고 있었다고?”라고 경악함과 동시에 이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이들을 지지하고 이들의 권리를 지원하게 되는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도서출판 들녘은 대학문제를 다룬『추락하는 대학에 날개가 있을까』와 함께 이 책을 룰디스 시리즈의 2차분으로 선보인다. 청년들 스스로 담론을 생산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바꿈청년네트워크와 함께 기획했다. ‘청년이 짜는 판, 룰디스(Rule This) 시리즈’는 기성의 언어가 아닌 청년의 언어로 청년의 의제를 직접 펼치는 발언대로, 여러 단체에서 뜨거이 활동을 벌이고 있는 활동가·연구자들과 함께한다. 시리즈의 1차분으로 우리 사회의 젠더 이슈를 진단하며 해결책을 고민하는 세 권의 책 『나는 분단국의 페미니스트입니다』『페미니즘 쉼표, 이분법 앞에서』『글 쓰는 여자는 위험하다』를 펴낸 바 있다.
영유아교사를 압박하는 것들에 대하여,
대한민국 영유아교사들이 처한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내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오늘날의 영유아교사들. 이 책은 영유아교사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첫째로 「선생님, 퇴근 안 하세요? 아이들은 다 하원했는데」에서는 휴게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면서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심지어는 ‘월급 페이백’까지 요구받는 열악한 영유아교사 처우를 문제로 지적한다.
「어린이집 CCTV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에서는 수년째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는 어린이집 내 CCTV 관련 이슈를 살핀다. 영유아교육기관 내 아동학대 사건들을 계기로 2015년 어린이집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영유아교사 인권 침해라는 반발이 있었으나, 교사들이 아동학대를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우세했다. 그로부터 약 5년이 지난 지금, CCTV는 정말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을까? 이 장에서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CCTV가 정말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CCTV는 교사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고 아이들과 선생님의 관계를 멀어지게 할 수 있는 등 긍정적인 기능보다는 부정적인 기능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영유아교사들을 향한 편견도 이들을 괴롭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공부 못하고 마땅히 잘하는 것 없는 사람들이 무난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냥 적당히 애들 놀아주면 되는 일 아니냐’ ‘클럽 가면 다 영유아교사라더라’ 등. 처우문제와 CCTV의 업무 현장 개입은 견딜 수 있어도, 부정적인 사회 인식에 대해서는 좀처럼 무뎌지기 힘들다고 호소하는 교사들이 많다. 「영유아교사를 바라보는 가혹한 시선을 말하다」에서는 영유아교육을 낮잡아 보고 특히 나이 어린 교사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지적한다. 다른 전문직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영유아교사들은 철저한 교육을 받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수업을 준비한다. 영유아교사들은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발달을 돕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영유아교사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응원해주세요
영유아교사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지만, 이들은 환경을 탓하며 포기해버리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나날을 지켜주기 위하여」에는 교육자로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의 모습이 담겨 있다. 정신없이 바쁜 오늘날의 아이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지도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유년기를 더 알차고 행복한 경험으로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영유아교사들의 소명감이라고 말한다.
이들이 여러모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정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보육교사로 살아갑니다」는 그것은 결국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감정적 낭떠러지의 끝에 서 있는 영유아교사들을 지탱해주는 기둥 역할을 하는 것은 아이들이 주는 행복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교사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의지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니 함께 연대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가자고 제안한다.
오늘날의 영유아교사들은 열악한 현실 속에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과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으로 교육에 임하고 있다. 아무 걱정 없이 아이들만 생각할 수 있는 행복한 교사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영유아교사들이 행복해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고,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이 행복해야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노동에 마땅한 처우가 이루어져야 하고, 근거 없는 편견들은 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과 사회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