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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설>은 한 인간이 자신의 가장 추한 내면과 가족사의 어둠을 동시에 들여다보려 애쓰는 기록이다. 작품 속 화자는 러시아의 지방 도시 코텔니치를 찾아가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동시에 가족 안에 오래도록 묻혀 있던 외조부의 실종과 나치 부역의 흔적을 추적한다. 러시아 취재와 연인 소피와의 불안정한 사랑, 어머니가 감춰온 침묵의 역사가 서로 뒤엉키며 이야기는 점점 더 깊은 내면으로 잠수해 들어간다. 카레르는 르포르타주 형식의 작품 <적> 집필 이후 오랫동안 깊은 침잠 상태에 빠져 있었다. 다시 삶 쪽으로 걸어 나오기 위한 시도로 그가 선택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소피와의 열정적인 사랑, 또 하나는 러시아 오지 코텔니치로 떠나는 여행이다. 러시아 여행의 출발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 포로가 되어 러시아 정신병원에서 50년을 살아야 했던 헝가리인 언드라시 토머를 취재하는 영화 작업이다. 그러나 실제로 카레르를 사로잡고 있는 것은 외조부 조르주 주라비슈빌리의 실종과 가족 안에 오래도록 묻혀 있던 죄의식이다. 그는 어머니의 땅이자 실종자들의 유배지처럼 느껴지는 러시아로 향하며 과거를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한편 소피와의 관계는 작품 전체에서 가장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부분이다. 둘은 강렬한 열정 속으로 빠져들지만, 시간이 갈수록 카레르의 유아적인 질투와 소유욕, 상실감은 관계를 잠식한다. 심지어 그는 소피를 대상으로 한 포르노그래피적 고백을 『르 몽드』에 공개하는 일을 흔들리던 관계를 되살릴 낭만적인 이벤트처럼 여기기까지 한다. 사랑은 결국 상대를 향하기보다 자신의 결핍을 메우기 위한 몸부림처럼 변해간다.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으로 향한다. 카레르는 상처를 직시하고 해결하려 애쓰지만, 끝내 소피를 독립된 인간으로 존중하기보다 자신의 불안과 욕망 속에 붙잡아두려 했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 반면 어머니 엘렌 카레르 당코즈와의 관계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처음의 카레르는 외조부의 실종과 가족의 비밀을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 하지만, 러시아에서의 여정과 영화 작업을 거치며 점점 어머니의 침묵과 두려움을 이해하게 된다. 나치 부역 혐의로 사라진 남편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야 했던 삶,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으로 살아가기 위해 감정을 억눌러야 했던 시간들. 카레르는 비로소 어머니를 ‘이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상처 입은 한 인간’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영화 마지막에 삽입된 러시아어 자장가와 시사회장에서 눈물을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은 서로의 슬픔을 조심스럽게 인정하는 화해처럼 느껴진다. 이 두 관계는 정반대의 결말을 맞는다. 소피와의 관계는 자기중심적인 사랑이 실패로 이어진 경우라면, 어머니와의 관계는 상대의 상처를 이해하려는 순간 비로소 화해에 가까워진다. 결국 <러시아 소설>은 한 남자의 혼란스러운 내면 여행이면서 동시에, 타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부끄러운 과거와 상처를 감추고 침묵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해결 방식인가 하는 질문이다. 아버지의 나치 부역 사실을 숨기고 자식들에게조차 비밀로 했던 어머니와 외삼촌. 그러나 결국 진실을 알게 된 사촌 한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침묵은 상처를 사라지게 하기보다 가족 안에 오래된 독처럼 남아 다음 세대까지 번져간다. 개인의 차원을 넘어 국가적 과오 역시 숨기지 않고 기억하려 하는 독일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어쩌면 거기에 있을 것이다. 상처를 덮는 사회보다, 부끄러움을 기억하려 애쓰는 사회가 조금 더 건강하게 앞으로 걸어갈 수 있으니까. “엄마에게로 헤엄쳐 가는 느낌, 엄마에게 닿기 위해 풀장을 건너는 느낌 말이에요.” 마지막의 이 문장은 이 거대한 자기고백의 끝이 결국 어머니에게 닿고 싶었던 한 아들의 서툰 헤엄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은 끝내 완전히 잔잔해지지 않지만, 그래도 그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닿기 위해 제대로 팔을 젓기 시작한 셈이다. _________ 엄마는 ─ 나도 알고 있어요 ─ 내가 에릭 오르세나 같은 작가가 되기를 원했죠. 행복한 작가, 혹은 행복해 보이는 작가 말이에요. 나 역시 그렇게 되고 싶어요. 하지만 난 다른 선택이 없었어요. 난 공포와 광기, 그리고 이런 것들을 얘기해서는 안 되는 금지를 유산으로 받았어요. 하지만 난 그것들을 얘기했죠. 이건 하나의 승리예요. 러시아 소설 | 엠마누엘 카레르 #러시아소설 #엠마뉘엘카레르 #열린책들
왕국을 세번째 보고 다음으로 이책 러시아소설을 봤다 책을 덮으며 김광석 의 노랫말이 생각에 떠온른다 ㅡ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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