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새빌 경의 범죄(Lord Arthur Savile's Crime; The Portrait of Mr. W.H., and Other Stories by Wilde)(1891)는 오스카 와일드의 미스터리 단편집으로 아서 새빌 경의 범죄(Lord Arthur Savile’s Crime)를 비롯해 캔터빌의 유령(The Canterville Ghost), 비밀 없는 스핑크스(The Sphinx Without A Secret), 모범적인 백만장자(The Model Millionaire)까지 총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W.H.씨의 초상(The Portrait Of Mr. W. H.)은 이후 추가되었으며 본지에서는 다섯 편의 단편을 모두 담았습니다. 테마여행신문 TTN Korea 영어고전(English Classics)과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문학여행을! B
아서 새빌 경의 범죄(Lord Arthur Savile’s Crime)(1887) : 첫 번째 이야기는 주인공 아서 새빌 경(Lord Arthur Savile)이 손금을 읽고 운세를 점치는 수상술사(手相術師) 키로맨티스트(chiromantist) 미스터 셉티무스(Mr Septimus R. Podgers)에게서 기묘한 운명에 대해 듣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간절히 결혼을 원하는 아서 새빌 경(Lord Arthur Savile)의 운명에 살인이 보인다다는데...?!
Murder! that is what the cheiromantist had seen there. Murder! The very night seemed to know it, and the desolate wind to howl it in his ear. The dark corners of the streets were full of it. It grinned at him from the roofs of the houses. 살인이요! 그게 바로 그 수상술사가 거기서 본 것입니다. 살인이에요!, 사람 살려요! 바로 그날 밤은 그것을 아는 것 같았고, 황량한 바람은 그의 귀에 대고 울부짖었습니다. 거리의 어두운 구석은 그것들로 가득했습니다. 그것은 집 지붕 위에서 그를 보고 싱긋 웃었습니다.
아서 새빌은 살인이란 운명을 피할 수 없다면 결혼 후가 아니라, 결혼 전에 저지르겠다고 결심합니다. 결혼 후 자신의 아내와 자녀에게 상처줄 것을 염려했다는 점에서 그는 착한 인물일까요, 살인하겠다고 결심했다는 점에서 나쁜 인물인 걸까요?! 아서 새빌 경(Lord Arthur Savile)은 고심 끝에 죽음이 멀지 않은, 늙은 숙모 클레멘티나(his elderly Aunt Clementina)를 독살하기 위해 독약을 마치 위장약인 것처럼 건넵니다. 실제로 클레멘티나는 곧 숨을 거두었고, 자신의 유산마저 아서 새빌에게 물려줍니다. 그러나 그녀는 노환으로 인해 자연사하였을 뿐 그가 건넨 독약은 먹지 않았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지는데...?!
아서 새빌은 이번에는 폭탄을 설치한 시계(Explosive clocks)를 먼 친척인 치체스터 학장(the Dean of Chichester)에게 익명으로 보냅니다. 그러나 야심차게 준비한 폭탄은 어이없이 실패하고, 학장의 어린 아들의 장난감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두 번의 살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아서 새빌은 극심한 절망에 빠져 템스 강변을 방황하던 중에 자신에게 불길한 운세를 선사한 미스터 셉티무스(Mr Septimus R. Podgers)와 마주칩니다. 흐음, 저 녀석을 죽인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과연 아서 새빌은 무사히 결혼할 수 있을까요? 미스터 셉티무스는 과연 점쟁이답게 자신의 운명을 알 수 있었을까요? 흥미로운 반전이 담긴 아서 새빌 경의 범죄(Lord Arthur Savile’s Crime)는 영화 살과 판타지(Flesh and Fantasy)(1943)를 비롯해 BBC 라디오 드라마(2006), 연극(1963, 2006), TV 드라마 Climax!(1955) 등으로 다양하게 재탄생하였습니다.
비밀 없는 스핑크스(The Sphinx Without A Secret)(1887) :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습니다만 때론 비밀 그 자체보다 비밀이 있다는 의심이 사람간의 관계를 망치기도 합니다. 자신의 연인에게 의심을 품은 사내가 훗날 그녀에게 아무런 비밀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당신은 믿으시겠습니까? 비밀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이 수상쩍은 비밀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보다 크다면 당신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진실과 의혹 사이에서 방황한 경험이 있다면, 비밀 없는 스핑크스(The Sphinx Without A Secret)(1887)에서 제법 묵직한 여운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모범적인 백만장자(The Model Millionaire)(1887) : 사람은 누구나 타인을 시험합니다. 부모는 자녀를, 선생은 학생을, 나 자신 또한 스스로를 평가하고 시험하지요. 그렇다면 막대한 재산을 가진 부자는 어떨까요? 가난한 자를 보면서 그네들을 나만의 잣대로 평가하고, 시험하면서 때론 나에겐 소소하지만 그에겐 큰 선물을 건네기도 합니다. 모범적인 백만장자(The Model Millionaire)(1887)는 어느 부유한 남작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가난한 청년 Hughie Erskine을 시험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도 하지 못할 만큼 가난한 청년의 작은 선행이 큰 복으로 돌아왔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On the outside was written, ‘A wedding present to Hugh Erskine and Laura Merton, from an old beggar,’ and inside was a cheque for £10,000. 겉에는 '늙은 거지가 보낸 휴 어스킨과 로라 머튼에게 보내는 결혼 선물'이라고 쓰여 있었고, 안에는 1만 파운드의 수표가 들어 있었습니다.
W.H.씨의 초상(The Portrait Of Mr. W. H.)(1889) : 셰익스피어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154편의 소네트를 썼으며, 1609년 셰익스피어의 소네트(Shakespeare's sonnets)란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소네트를 통해 W.H.씨(Mr. W. H.)에게 헌정하였는데, 그의 정체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WS)의 오타일 것이라는 추측부터 작가의 후원자였을 것이다, 머리글자를 반대로 쓴 것이다 등 다양한 추축이 무성할 따름입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W.H.씨의 초상(The Portrait Of Mr. W. H.)(1889)을 통해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작품을 헌정한 정체불명의 인물 W.H.씨(Mr. W. H.)의 정체를 추적하는 추리소설을 썼습니다. 주인공 Erskine은 Cyril Graham에게 W.H.씨(Mr. W. H.)의 정체에 대한 유력한 추측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아, 이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인물입니다.
I took the glass, and moving the lamp a little nearer, I began to spell out the crabbed sixteenth-century handwriting. ‘To the onlie begetter of these insuing sonnets.’ . . . ‘Good heavens!’ I cried, ‘is this Shakespeare’s Mr. W. H.?’ 저는 유리잔을 들고 램프를 조금 더 가까이 옮기면서, 게가 묻은 16세기 글씨체의 철자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인수 소네트들의 거짓으로." ... "맙소사!" 나는 '셰익스피어 씨의 W.H.'라고 외쳤습니다.
끝내 W.H.씨(Mr. W. H.)가 여성 역할을 맡은 가상의 젊은 배우, 윌리엄 휴(William Hughes, Willie Hughes)임을 증명하지 못하고 프랑스 칸(Cannes)의 호텔에서 숨을 거두지만, 윌리엄 휴로 추정되는 인물의 초상화를 남겼습니다. 바로 이 초상화가 작품의 제목이 된 셈이죠! 비록 그의 정체는 시원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만, 작가는 독자들에게 Erskine이 왜 사망하였는지, 그가 어떤 의도로 칸(Cannes)을 찾았는지에 대한 깜짝 반전을 책 말미에 숨겨 놓았습니다.
W.H.씨(Mr. W. H.)의 정체에 대한 의혹은 셰익스피어에 심취한 영미권 작가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선사한 떡밥으로 오스카 와일드 외에도 John Masefield의 Shakespeare and Spiritual Life(1924),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의 소설 율리시스(Ulysses)(1922), G. S. Viereck의 소설 My First Two Thousand Years(1928) 등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