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강화의 속살을 엿보다”
(강화 도슨트 김시언)
강화의 퇴적층엔 눈물이 스며 있고 땀이 배어 있으며 한숨이 깃들어 있다.
강화의 바닷물엔 넉넉한 인심이, 따뜻한 섬 사람의 미소가, 척박한 삶을 녹이는 희망이 출렁인다.
강화도 사람들의 말투는 묘하게 낯설다.
존칭도 아니고 반말도 아닌 강화도 사람들의 말투는
6.25 때 황해도에서 실향민이 많이 이주해 온 탓에 황해도 사투리와 많이 비슷하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정감 있고 따뜻하다.
사람들의 말투처럼 강화의 자연도 묘하게 낯설다.
접경지역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때가 덜 묻은 듯한 강화의 작은 길들은
계절에 맞춰 색색깔의 옷을 갈아입고 방문객을 맞는다.
◎ 도서 소개
순간과 영원이 공존하는 섬, 강화
이중환의 『택리지』, 김정호의 『대동지지』, 뿌리깊은나무 『한국의 발견(전11권)』은 시대별로 전국을 발로 뛰며 우리의 땅과 사람, 문화를 기록한 인문지리지이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특히 정규 교과에서 깊이 다루지 않는 1970~80년대 이후의 한국은 젊은 세대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다. 그림이나 유물유적을 설명해 주는 것처럼 우리나라 곳곳의 역사와 문화, 그곳에 사는 사람과 땅에 대해 알려주는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의 열다섯 번째로 『강화』가 출간되었다.
강화도는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속하는 섬이다. 오랜 역사와 독특한 문화적 풍경을 자랑하는 강화도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여러 시대를 거치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 섬은 지정학적 위치 탓에 늘 역사적 사건의 중심이 되었다.
강화의 역사는 청동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최대 규모의 북방식 고인돌 ‘강화 부근리 지석묘’에는 청동기 시대 지배층의 무덤인 고인돌이 잘 보존되어 있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산책로를 따라 고인돌을 제작하는 방법, 선사시대 주거지 모형, 공룡 모형 등 여러 볼거리도 마련되어 있어 천천히 둘러보기 좋다.
고려 시대에는 몽골의 침입을 피해 수도를 강화도로 옮기면서 강화는 중요한 방어 기지가 되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유적으로는 몽골 침입을 막기 위해 건설한 강화산성이 있다. 이 성은 고려의 국방력과 건축 기술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조선 시대에는 병자호란 당시 피난처로 이용되었으며,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프랑스와 미국의 침략을 막아낸 격전지로서, 조선의 국권을 지키기 위한 저항의 역사를 품고 있다.
강화는 그 자연환경 또한 독특하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갯벌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생태계로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철새들의 도래지로 유명하다. 강화도의 갯벌은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서식하는 풍부한 생태계를 자랑하며, 이곳에서 자연과의 교감을 즐길 수 있다.
문화적 측면에서도 강화도는 다양한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강화도는 불교와 관련된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전등사를 꼽을 수 있다. 전등사는 신라 시대에 창건된 절로, 아름다운 경치와 더불어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정족사고 등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강화도에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갑곶과 돈대 등이 많이 남아 있어 치열했던 우리 선조들의 삶을 생각하게 한다.
강화도의 풍물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 강화도의 특산물로는 인삼과 쌀이 유명하다. 강화 인삼은 그 품질이 뛰어나 예로부터 건강에 좋은 약재로 사용되었다. 강화도 쌀은 비옥한 토양과 맑은 물로 재배되어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 이러한 특산물들은 강화도 주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강화도의 전통 시장에서는 이러한 지역 특산물을 맛보고 구매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이 밖에 강화 옥수수 등의 특산물도 소개하고 있다.
◎ 책 속으로
일은 적성에 맞았고 나름 재미있었지만 넓은 편집국 안에서는 늘 소외됐다. 원하지 않는 계약직으로 주변을 겉돌면서 사는 삶이 무척 지루하고 불편했다. 잘 맞지 않는 톱니바퀴에 올라타 삐거덕거리면서 살았다. 그때 숨통이 필요했다. 일상에서 돌파구가 절실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나들이. 쉬는 날이면 어디론가 바람을 쏘여야 일주일을 살 수 있었다. 그 숨통은 바로 강화 나들이였다.
_시작하며, 14쪽
계룡돈대처럼 멋진 돈대가 강화에는 54개 있다. 해안선 100km를 따라 약 2km에 하나씩 있다. 예전 단위로 보면, 5리에 하나씩 있는 셈이다. 돈대는 간단히 해안초소라고 볼 수 있다. 적이 들어오는지 살피거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해안가 언덕에 설치했다. 이 돈대들은 대부분 조선 숙종 때 지어졌다. 속종 5년에 윤이제가 김석주의 명령을 받아 경상도 군위의 어영군 8천여 명을 동원해 쌓았다. 돈대 54개 가운데에는 군부대 안에 있어서 살펴보기 힘든 곳도 있고, 흔적을 겨우 찾거나 아예 없어진 곳도 있다. 하지만 대개는 살펴볼 수 있으니 목표를 세우고 하루에 두어 개씩 가 보는 것도 좋다.
_강화도의 짧은 역사, 31쪽
다시, 한국의 땅과 한국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다
–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
이중환의 『택리지』, 김정호의 『대동지지』, 뿌리깊은나무 『한국의 발견(전11권)』(1983)은 시대별로 전국을 직접 발로 뛰며 우리의 땅과 사람, 문화를 기록한 인문지리지들이다. 이 선구자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날까지 스스로를 보다 잘 이해하고 발전시켜올 수 있었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특히 정규 교과에서 깊이 다루지 않는 1970~80년대 이후의 한국은 젊은 세대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한 새로운 인문지리지를 지향한다.
각 지역의 고유한 특징을 깊이 있게 담아내고자 독립된 시군 단위를 각각 한 권의 책으로 기획하고, 답사하기 좋도록 대표적인 장소 중심으로 목차를 구성하였다. 오래된 문화유산과 빼어난 자연환경은 물론, 지금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이나 역동적으로 태동 중인 곳들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해당 지역에 거주하거나, 지역과 깊은 연고가 있는 분들을 도슨트로 삼았다. 이 시리즈가 지역의 거주민들과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 모두에게 새로운 발견과 탐구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