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갈등 속에서 조화를 찾으며 나아간다!”
한국 철학계 최전선에 선 74인의
동서고금을 망라하는 사유의 향연
◎ 도서 소개
국내 최초 철학의 대중화를 위한 철학 앤솔러지
깊이 있는 사유, 정통 인문학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독자를 위한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1~4』 시리즈(21세기북스)가 출간되었다. 다양한 세부 전공을 가진 74인의 철학자가 공저한 이 시리즈는 총 4권으로 구성된 2,000쪽이 넘는 분량이다. 동서양 고대 종교 사상부터, 유교, 노장, 성리학, 불교 철학, 인도 철학, 서양 중세 철학, 서양 근대 철학, 분석 철학, 포스트모더니즘 철학까지 세계 철학의 모든 주제를 망라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백종현 서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의 기획 아래 전국각지의 철학자들이 참여했다. 교사와 기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집필진이 어우러졌고, 신진 교수부터 명예교수까지 참여함으로써 탄탄한 논의는 물론 번뜩이는 새로운 시선까지 놓치지 않았다. 철학에 정통한 독자라면 한국 철학계의 눈부신 발전에 감탄하게 될 것이며, 입문하는 독자에게는 동서고금 철학 전반의 얼개를 파악하는 지도가 될 것이다.
제2권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 인간 문명의 진보와 혼란』은 서양 중세 철학의 핵심이었던 신에게 의문을 던진 데카르트로부터 시작한다. 서양 근대 철학이 인간성의 핵심으로 여긴 감성과 이성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과 조화를 다루고, 근대 철학의 황금기로 꼽히는 칸트와 헤겔의 철학까지 살펴본다. 한편 인간 행동의 근원을 동시대 철학자들과는 달리 ‘생의 의지’에서 찾은 철학자들도 있었다. 마키아벨리, 니체, 쇼펜하우어 등, 이성의 역사 속에서는 무시당했지만, 오히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철학자들의 사상도 알아본다.
◎ 본문 중에서
이러한 3단계는 두 가지의 주제, 즉 통합된 권위 상실의 위기와 사회적 무질서로부터 야기되는 공포와 아울러 국가의 안정된 통치를 기반으로 하는 자기 보존과 평화에의 희망이 발 빠르게 교차되는 철학적 둔주곡(遁走曲, fuga)이다. 홉스는 ‘개인과 국가’, ‘보호와 복종’, 그리고 ‘자연법과 자연권’의 관계를 근대에 걸맞게 재정립한 최초의 정치사상가이다. 비록 홉스가 절대군주정을 옹호하는 반자유민주주의적 결론 때문에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리바이어던』은 자유민주주의적 개인주의와 사회계약론을 수용하여 근대 시민사회와 국가의 출발점을 인상 깊게 제시하고 있다.
【50쪽_1부 감성과 이성의 조화】
우리는 다시 한번 흄 인간학이 보여주는 이성의 능력에 대한 불신과 그 한계에 대한 인정 및 상상력이라는 인간 본성의 피할 수 없는 자연적인 능력에 대한 궁극적 의존을 엿볼 수 있다. 결국 상상력의 근원을 캐묻는 질문은 흄이 비판했던 종래 사변 형이상학의 주장인 인간 정신 행위의 모든 것에는 궁극적인 원인이 있으며 이것은 이성을 통해서 밝혀질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린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상상력은 본능적 성향으로 피할 수 없이 주어진 것으로 그것의 이성적 근거를 묻는 것은 무의미하며, 그것이 우리 마음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설명하는 것만이 인간학이 수행해야 하는 작업이다.
【155쪽_1부 감성과 이성의 조화】
버크 『연구』의 가장 괄목할 만한 점은 숭고함이 고통에 기반하면서도 어떻게 고통과 다른가에 대한 설명이다. 핵심을 말하면, 숭고를 고통의 완화로 보았다는 점이다. 먼저, 숭고는 미적 즐거움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아름다움도 즐거움이고, 숭고함도 즐거움이다. 절대 상보적이 아닌 전혀 다른 즐거움이다. 어떻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가장 강렬한 느낌인 공포가 즐거움으로 변모되는가? 어떻게 공포가 이완되어서 즐거움이 되는가? 근대 미학사의 긴 역사를 통해 이 질문은 인간의 철학적 욕구를 자극한 많은 질문 중 하나로 이 분야의 문헌에서 ‘비극의 즐거움(pleasure of tragedy)’ 혹은 ‘즐거움의 역설(paradox of pleasure)’이라는 주제로 빈번히 논의되어왔다.
【218쪽_1부 감성과 이성의 조화】
헤겔에 따를 때 철학은 이처럼 자신이 발 딛고 선 세계의 ‘현재’ 삶 속에 녹아 있는 정신의 본질과 이념을 사유하고 그것의 ‘실현’을 촉진하는 일, 그래서 이 세계가 그것 본연의 이성적 규범에 더 잘 부합되도록 만드는 일에 복무하면서 ‘미래’의 전망을 여는 시대의 아들이다. 그러므로 헤겔이 참된 철학의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서 황혼녘이 되어서야 날개를 펼치는 미네르바의 올빼미라는 메타포를 사용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대미문의 규범적 이상이나 유한한 인간의 세상 안에서는 결코 실현될 길이 없는 절대적인 초월적 이념 같은 것에 매달리기를 삼가는 철학, 현재의 우리 세계를 구성하는 특유의 현상과 규범적 이념을 개념적으로 사유하는 철학, 그런 철학은 현실의 정신이 무르익은 다음에라야 비로소 ‘시작’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344쪽_3부 인간의 자기 인식과 생의 의지】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의지가 사라진 무의 상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허의 상태라기보다는 오히려 신비주의적인 환희의 상태를 가리킨다. 쇼펜하우어는 이러한 신비주의적 환희의 상태가 모든 위대한 종교에서 가장 이상적인 상태로서 공통적으로 설파되고 있다고 본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이렇게 은총처럼 주어지는 무의 상태 속에 있는사람만이 온전히 이기심을 극복했기에, 기독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웃을 제 몸같이 사랑할 수 있고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보살의 자비행을 행할 수 있다고 본다.
【487쪽_3부 다가선 미래 성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