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병법서兵法書에서 배우는 이기는 기술
‘무경칠서武經七書’란 전통시대 동아시아에서 군사학 분야의 경전經典으로 존숭했던 일곱 병법서를 총괄하여 이름붙인 것으로, ‘무학武學에 대한 일곱 경전經典’을 가리킨다. 무경칠서에 포함된 일곱 병법서는 ‘손자병법孫子兵法’이란 이름으로 더 유명한 ≪손무자孫武子≫와 ≪오자吳子≫·≪육도六韜≫·≪삼략三略≫·≪사마법司馬法≫·≪울료자尉繚子≫·≪이위공문대李衛公問對≫ 등이 포함된다. 이 병법서들에는 전쟁에 대한 이념을 비롯하여 군사 운용 방법 및 무기 활용 방법 등의 실전 전략·전술까지 ‘적과 싸워 이기는 방법’에 대한 모든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이 때문에 동아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무인武人들의 필독서였으며, 문인文人들 사이에서도 필수교양으로 널리 애독되었다. 오늘날에는 군사학 분야를 넘어 정치·인문·역사·경영·문학·자기계발·아동 분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이는 무경칠서에 담겨 있는 ‘이기는 기술’이 현대인들에게도 대단히 유용함을 반증해 준다.
‘무경칠서’를 통해, 전쟁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동양 고대 병법서에 담긴 사상과 전략을 이해하여 ‘이기는 삶’을 향유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육도六韜≫-병학兵學의 시조始祖인 태공망太公望의 병서兵書
≪육도≫는 주周나라 문왕文王․무왕武王과 태공망太公望이 병사兵事에 대해 문답하는 형식으로 기술된 병서兵書이다. 흔히 ‘육도삼략六韜三略’ 또는 ‘도략韜略’이라 하여 ≪삼략三略≫과 함께 병칭되어 병서나 병법의 대명사처럼 쓰이기도 했는데, ≪육도六韜≫의 도韜는 ‘숨기다, 감추다’의 뜻으로 ‘활집’을 뜻하는 도弢자와 같은 뜻이며, ≪삼략三略≫의 략略과 같이 ‘병법, 책략’이란 의미로 쓰인 것이다. 현재 전하는 ≪육도≫의 구성은 <문도文韜>, <무도武韜>, <용도龍韜>, <호도虎韜>, <표도豹韜>, <견도犬韜>의 6권 60편으로 되어 있으며, 분량은 약 16,800여 자로 다른 병서와 비교해볼 때 꽤 많은 분량이다.
≪육도≫의 저자는 주나라 태공망太公望 여상呂尙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저자만으로 볼 때 무경칠서武經七書 가운데 가장 오래된 병서兵書라 하겠다. 그러나 저자와 저작 시기에 대해서는 중국의 여타 고서古書들처럼 논란이 있어왔다. 일반적으로, ≪육도≫는 병학兵學의 시조始祖라 할 수 있는 태공太公의 사상을 바탕으로 전국시대戰國時代와 한漢나라를 거치면서 당시 병법을 연구하던 사람들의 의견이 보태지기도 하고 산삭刪削되기도 하여 현재와 같은 60편으로 정리되었다고 인식하고 있다.
≪손자孫子≫가 유가儒家, 법가法家, 도가道家 등 제가諸家의 사상을 아우른 통치서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과 달리, ≪육도≫는 공수攻守와 방어防禦, 용병用兵에서 실전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기술을 자세히 거론하여 장수가 익혀야 할 필수과목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왔으므로, 위서僞書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경칠서의 하나로 뽑힌 것이다.
≪삼략三略≫-치국양민治國養民의 통치서
≪삼략≫은 ‘황석공삼략黃石公三略’이라고도 불린다. ‘삼략’이란 제목은 ‘세 가지 책략’이란 의미로 책의 구성 자체가 <상략上略>, <중략中略>, <하략下略>의 3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4,000여 자의 적은 분량이다.
이 책은 진한秦漢 교체기에 한漢나라의 책사였던 장량張良이 전수받은 황석공黃石公의 병서兵書라고 전해지고 있다. 병서라고는 하지만 다른 병서와 달리 전쟁이나 용병의 전술이 아니라, 고서古書를 인용해 천도天道를 따르고 현인賢人을 등용하고 인재人才를 선발하는 중요성을 기술한 부분이 대부분이다.
“<상략上略>은 현자를 예우하고 상 주는 일을 진설하고 간웅姦雄을 변별하고 성패의 자취를 드러냈으며, <중략中略>은 덕행德行을 구별하고 권변權變을 살폈으며, <하략下略>은 도덕道德을 말하고 안위安危를 살피고 현인賢人을 해치는 잘못을 밝혔다. 그러므로 인주人主가 <상략>을 통달하면 국정國政을 현자에게 맡기어 적을 사로잡을 수 있고, <중략>을 통달하면 장수를 어거하여 무리를 거느릴 수 있고, <하략>을 통달하면 성쇠盛衰의 근원을 밝게 알고 나라를 다스리는 기강紀綱을 살필 수 있을 것이다.” (≪삼략≫ <중략>)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삼략≫은 치국양민治國養民의 통치서와 같은 성격을 띠면서 유가儒家와 법가法家, 도가道家의 사상을 전부 아우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병서들과 달리 증주본增註本과 언해본諺解本이 여러 차례 간행될 정도로 널리 애독된 병서이기도 하다. 이처럼 ≪삼략≫이 여러 차례 언해되고 간행된 이유는 그만큼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무과武科의 시험과목으로 채택되면서 다른 병서에 비해 내용적으로 중요한 통치철학統治哲學을 담고 있다는 점과 함께, 비교적 분량이 적어 공부하고 암기하기에 편리했다는 면도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이에 무인들이 공부하기 쉽게 언해諺解와 소주小註가 달린 책이 많이 유통되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