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디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강제 새로 고침(Ctrl + F5)이나 브라우저 캐시 삭제를 진행해주세요.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리디 접속 테스트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법을 안내드리겠습니다.
테스트 페이지로 이동하기

해바라기 상세페이지

해바라기

  • 관심 0
소장
전자책 정가
500원
판매가
500원
출간 정보
  • 2022.10.06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1.2만 자
  • 9.3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
ECN
-
해바라기

작품 정보

언제인가 싸우고 그날 밤 조용한 좌석에서 음악을 듣게 되었을 때, 즉시 싸움을 뉘우치고 녀석을 도리어 측은히 여긴 적이 있었다. 나날의 생활의 불행은 센티멘탈리즘의 결핍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사회의 공기라는 것이 깔깔하고 사박스러워서 교만한 마음에 계책만을 감추고들 있다. 직원실의 풍습으로만 하더라도 그런 상스러울 데는 없는 것이 모두가 꼬불꼬불한 옹생원이어서 두터운 껍질 속에 움츠러들어서는 부질없이 방패만은 추켜든다. 각각 한줌의 센티멘탈리즘을 잃지 않는다면 적어도 이 거칠고 야만스런 기풍은 얼마간 조화되지 않을까.
─아닌 곳에서 나는 센티멘탈리즘의 필요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모처럼의 일요일도 답답한 것이 되기 시작했다.
확실히 마음 한 귀퉁이로는 지난날의 녀석과의 싸움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싸움같이 결말이 늦은 것은 없다. 오래도록 흉측한 인상이 마음속에 남아서 불쾌한 생각을 가져오곤 한다.
즉 싸움의 결말은 그 당장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얼마든지 계속되는 것이다. 창밖에 만발한 화초포기를 철망 너머로 내다보면서 음악을 들을 때와도 마찬가지로 나는 녀석을 한편 측은히 여겨도 보았다. 별안간 운해가 찾아온 것은 바로 그런 때였다.
제 궁리에 잠겨 있던 판에 다따가 먼 곳에서 찾아온 동무의 자태는 퍽도 신선한 인상을 주었다. 몇 해 만이건만 주름살 하나 없는 팽팽한 얼굴에 여전히 시원스런 낙천가의 모습 그대로였다.
“싸움의 기억에 잠겨 있는 판에 하필 자네가 찾아올 법이 있나.”
“싸움두 무던히는 좋아하는 모양이지.”
“욕을 받구까지야 가만있겠나.”
“싸웠으면 싸웠지 기억은 뭔가. 자넨 아직두 그 생각하구 망설이는 타입을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야. 몇 세기 전의 툇불님을 개운치두 못하게 원.”
“핀잔만 주지 말구─센티멘탈리즘의 필요라는 건 어떤가.”
“센티멘탈리즘으로 타협하잔 말인가. 싸우면 싸웠지 타협은 왜. 싸움이란 결코 눈앞에서 화다닥 끝나는 게 아니구 길구 세월 없는 것인데 오랜 후의 결말을 기다리는 법이지 타협은 왜─”
“자네 낙관주의의 설명인가.”
“낙관주의 아니면 지금 이 당장에 무엇이 있겠나. 방구석에 엎드려 울구불구만 있겠나.”
운해는 더운 판에 저고리를 벗고 부채를 야단스럽게 쓰기 시작했다.
“내 낙관주의의 설명을 구체적으로 함세─봄부터 어떤 산업회사에 들어가 월급 육십 원으로 잡지 편집을 해주고 있네. 틈을 타서 영화회사 촬영대를 따라 내려온 것은 촬영 각본을 써주었던 까닭─”
간밤에 일행들과 여관에 들었다가 아침에 일찍이 찾아온 것은 묵은 회포를 이야기할 겸 내게 야외촬영의 참관을 권하자는 뜻이었다. 물론 이런 표면의 사정이 반드시 그의 낙관주의의 설명은 아닌 것이요, 그것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그의 태도가 낙관적일 뿐이다. 그의 처지를 설명하는 어조에는 오히려 일종의 그 스스로를 비웃는 표정조차 있었던 것이요, 그런 그의 태도 속에 나는 달관의 노력의 자취를 역력히 보는 듯했다.

작가 소개

소설가(1907~1942). 호는 가산(可山). 1928년에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여 문단에 나온 이후, 초기에는 경향 문학 작품을 발표하다가, 점차 자연과의 교감을 묘사한 서정적인 작품을 발표하였다. 작품에 <메밀꽃 필 무렵>, <화분(花粉)>, <벽공무한(碧空無限)> 따위가 있다.

리뷰

0.0

구매자 별점
0명 평가

이 작품을 평가해 주세요!

건전한 리뷰 정착 및 양질의 리뷰를 위해 아래 해당하는 리뷰는 비공개 조치될 수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1.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2. 비속어나 타인을 비방하는 내용
  3. 특정 종교, 민족, 계층을 비방하는 내용
  4. 해당 작품의 줄거리나 리디 서비스 이용과 관련이 없는 내용
  5. 의미를 알 수 없는 내용
  6. 광고 및 반복적인 글을 게시하여 서비스 품질을 떨어트리는 내용
  7. 저작권상 문제의 소지가 있는 내용
  8. 다른 리뷰에 대한 반박이나 논쟁을 유발하는 내용
*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리뷰는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외에도 건전한 리뷰 문화 형성을 위한 운영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내용은 담당자에 의해 리뷰가 비공개 처리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 번째 리뷰를 남겨주세요!
'구매자' 표시는 유료 작품 결제 후 다운로드하거나 리디셀렉트 작품을 다운로드 한 경우에만 표시됩니다.
무료 작품 (프로모션 등으로 무료로 전환된 작품 포함)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시리즈 내 무료 작품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리즈의 유료 작품을 결제한 뒤 리뷰를 수정하거나 재등록하면 '구매자'로 표시됩니다.
영구 삭제
작품을 영구 삭제해도 '구매자' 표시는 남아있습니다.
결제 취소
'구매자' 표시가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포르투나 한국근현대문학선집더보기

  • 그 여자의 일생 (이광수)
  • 도시와 유령 (이효석)
  • 처를 때리고 (김남천)
  • 어머니 곰네 (김동인)
  • 아편전쟁 (김동인)
  • 대탕지 아주머니 (김동인)
  • 전제자 (김동인)
  • 적도 (현진건)
  • 신문지와 철창 (현진건)
  • 만세전 (염상섭)
  • 임종 (염상섭)
  • 백금 (최서해)
  • 봉변 (윤기정)
  • 안류정 (윤백남)
  • 무명 (이광수)
  • 논 이야기 (채만식)
  • 종로의 주민 (채만식)
  • 상록수 (심훈)
  • 소년의 비애 (이광수)
  • 결별 (지하련)

다른 출판사의 같은 작품더보기

  • 이효석 작품집04 해바라기 (이효석)
  • 해바라기 (이효석)
  • 해바라기 (이효석)
  • 해바라기 (이효석)
  • 이효석 - 해바라기 (이효석)
  • 해바라기 (이효석)
  • 오리온과 능금, 황제, 해바라기 (이효석)
  • 해바라기 · 가로의 요술사 (이효석 단편소설) (이효석)

한국소설 베스트더보기

  • 혼모노 (성해나)
  • 홍학의 자리 (정해연)
  • 소년이 온다 (한강)
  • 퇴마록 외전 1 (이우혁)
  • 파과 (구병모)
  • 퇴마록 세계편 1 (이우혁)
  •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백온유, 강보라)
  • 개정판 | 채식주의자 (한강)
  • 퇴마록 : 국내편 세트 (전2권) (이우혁)
  • 입속 지느러미 (조예은)
  • 탄금 - 금을 삼키다 (장다혜)
  • 칼의 노래 (김훈)
  • 급류 (정대건)
  •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 (김초엽, 김혜윤)
  • 펀홈 (앨리슨벡델, 이현)
  • 퇴마록 말세편 1 (이우혁)
  • 작가의 말 (천희란)
  • 구의 증명 (최진영)
  • 살림하는 판도라 (김청귤)
  • 퇴마록 혼세편 1 (이우혁)

본문 끝 최상단으로 돌아가기

spinner
앱으로 연결해서 다운로드하시겠습니까?
닫기 버튼
대여한 작품은 다운로드 시점부터 대여가 시작됩니다.
앱으로 연결해서 보시겠습니까?
닫기 버튼
앱이 설치되어 있지 않으면 앱 다운로드로 자동 연결됩니다.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