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관을 쓴 자들 가운데 최악으로 비겁하고 최하급인 황제는 궁전 속에 움츠리고 자기가 저지른 잘못으로 타인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황제는 외부대신에게 조약에 서명하라고 지시하고서는 자기가 지시하지 않았다고 말하라고 또 지시했다. 그래서 외부대신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썼다.”
- 미국 부영사 윌라드 스트레이트
‘비운의 개혁군주’라는 위선과 허상을 고발하다!
대한민국은 현재 분노와 좌절로 가득하다. 사라진 리더십, 붕괴된 경제, 폭증하는 세금, 방향을 잃은 외교…. 우리의 현 상황을 표현하는 말들이다. 그런 21세기 역사의 한복판에 고종이 소환되었다. 그 이유는 쇠락을 거듭하다가 종말을 맞이한 구한말의 상황과 현재의 대한민국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비운의 개혁군주’로 불리는 고종은 유독 평가가 극명하게 갈려 온 존재다. ‘진실의 역사만이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하에 감춰진 역사 발굴 작업을 이어온 박종인 기자가 고종의 실체를 파헤쳤다. 오랜 시간 취재를 통해 국내외 막대한 사료와 기록들을 고증한 결과, 그가 직면한 것은 우리가 배워온 고종의 모습이 전부 허상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오랜 역사의 조선이 몰락을 거듭하다 전투 한 번 치르지 못한 채 사라져야 했던 이유 또한 찾아낼 수 있었다. 그는 왜 고종에게 비극적 역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고종을 단호하게 ‘매국노’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지를 한 권의 책 《매국노 고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고종의, 고종에 의한, 고종을 위한 나라의 종말!
고종에게 조선은 국가가 아니었다. 그저 개인 소유물에 불과했다. 백성은 자신의 배를 불리는 수단이요, 유일하게 그의 안중에 있던 것은 자신의 안위와 호사뿐이다. 왕권을 잡은 고종은 자신의 친위부대 무위소에 모든 병력과 군비를 집중시키며, 중무장한 서양 함대와도 대등했던 국방력을 무장 해제시켰다. 또한 외국 군대를 끌어들여 학정에 저항하는 백성들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또한 고종의 대책 없는 화폐개혁은 경제를 붕괴시켰으며 부족해진 국고를 채우기 위해 환곡 폐단은 심화되었고, 통나무와 우뭇가사리에까지 세금을 매겨 백성을 도탄에 빠트렸다. 그리고 자신의 생일잔치를 위해 폐선을 사들이는 등 온갖 사치와 향락에 막대한 국고를 쏟아 부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채굴권 등 국가자원을 팔아 자기 금고를 채우는 데 몰두했다. 그렇게 온갖 무능과 부패로 국가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고종은 조정을 민씨 일가로만 채웠고 황제를 등에 업은 이들은 가렴주구와 학정을 일삼아 국가 몰락을 재촉했다. 고종은 철저하게 그리고 처참하게 국가와 백성의 운명을 난파시키고 있었다.
무능한 지도자는 어떻게 역사를 무너뜨리는가!
무능한 지도자가 이끌던 시대에도 개혁의 기회는 존재했다. 하지만 고종은 그 기회들마저 하나하나 무너뜨렸다. 목숨 걸고 상소하던 충신들은 하나둘 스러져갔고, 조선의 미래를 위해 개혁을 일으켰던 세력들은 자신의 왕권에 대항한다며 분노한 고종에 의해 처참히 몰살됐다. 당시 대한제국에서 활동한 외국 인사들은 고종에 대해 공통된 평가를 내렸다. 미국공사 호러스 알렌은 “황제(고종)는 이 나라에 끔찍한 해충이며 저주다”라고 했고, 청나라 공사 서수붕은 고종의 면전에 “매관매직을 30년 간 하고도 옥좌가 건재하니 귀국의 운수가 왕성하다”며 비아냥댔다.
국가가 침몰하는 와중에도 고종은 일본을 신뢰하며 사례금이라는 명목 하에 일본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아 챙겼다. 무엇보다 을사조약 당시 자신의 지위와 안녕을 약조하는 조항만을 챙기고 총 한 번 쏴보지 않은 채 평화롭게(?) 국가와 백성을 일본의 손에 넘겼다. 결코 개혁군주도, 비운의 황제도 아니었던 그는 나라가 사라진 뒤에도 일본 황족에 준하는 지위를 누리며 호의호식했다.
우리는 고종을 통해 무능한 지도자가 어떻게 국가와 백성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지 보았다. 《매국노 고종》을 집필한 박종인 기자는 단언한다. “불편한 역사도 우리의 역사다. 그리고 진실을 외면한다면 치욕의 역사는 반복된다”고.
이 책의 목적은 단순히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과거를 끄집어내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다. 희망의 미래를 준비하고 위기의 재현을 막아보자는 데 있다. 우리는 국민들의 헌신과 땀방울을 딛고 다시금 부활한 나라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흔들리지 않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역사의 교훈을 직시하고 다시 징비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