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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걷으면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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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혼모노' 보다 '빛을 걷으면 빛' 이 더 좋네요. 물론, 둘 다 좋은 소설집이지만.
<혼모노>를 재미있게 읽은 터라 성해나 작가의 다른 책도 한 편 더 읽었다.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빛을 걷으면 빛>이라니. 어둠을 걷으면 또다른 어둠이 있을 거라 여기며 살았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어둠을 걷으면 그 안에는 빛이 분명 있다고. 나는 이제 살아내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요. 견디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화양극장‘ 중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묻는 인물의 삶이 절대 평범하지도 만족스럽지도 못하다는 것, 영화의 결말조차도 자신이 바라는 해피엔딩으로 바꿔 전달할 정도로 그렇게 목마르게 행복을 원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반전이었다. 희망적인 제목처럼 만신창이가 된 상황 뒤에 빛을 보는 작품도 있지만, 어쩐지 씁쓸하고 안타까운 작품들에 더 눈길이 간다. 나와는 처지와 입장이 다른 타인과 교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엔 감당하지 못하는 ‘무거움’에 허덕이다 손들고마는 현실. 씁쓸한 결말. 마더 테레사가 아닌 이상 무조건 나를 희생하면서 언제까지 상대방이 져야 할 짐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어느 정도까지가 너와 내가 동시에 감당할만한 적정선인가 결정하기 정말 쉽지 않다. 더군다나 상대방이 나의 곤란함에 대해 아무런 아는 척도 하지 않는, 심지어 너무나 당연하게 느끼는 상황이라면 정말 질릴 수 밖에. <혼모노>가 예리하게 벼려진 창끝 같다면 <빛을 걷으면 빛>은 그 책이 나오기 전 준비운동 같다는 느낌. 그래도 흔히 생각하기 쉽지않은 특수한 갈등상황을 그린 점은 여전히 기발하다. 고종황제에게 하사받은 검이라고 애지중지했던 칼이 사실은 일본에 충성해서 받은 선물이었다는 상황이라니. 그 사실이 공개되고나서도 조상이 친일했던거랑 우리랑은 상관없다며 싹 모른 체 하는 뻔뻔함을 보여줄 줄은 몰랐다. 쇄골아래부터 갈비뼈까지 일본어로 ‘대변, 똥’이라는 문신을 가진 할머니 이야기도 충격이었다. 이런 인물들, 이런 상황의 작품은 어떻게 구상하는건지. _______ 삐, 삐, 삐. 구식이라 그런다. 밧데리가 고장난 뒤론 늘 이래. 어디선가 할머니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삐, 삐, 삐. 알레그로에서 안단테로, 다시 라르고로 느리게 뛰는 박동. 그 박자에 맞춰 희미하던 할머니의 윤곽이 서서히 되살아났다. 무표정한 얼굴로 팔짱을 낀 채 걷는 할머니. 웃으면 왼뺨에 보조개가 잡히는 할머니. 가슴에 푸른 꽃을 품은 할머니. 나의 오즈. 티타늄으로 만든 오즈의 심장을 가슴에 가져다댔다. 불기가 가신 심장은 따뜻했다. 빛을 걷으면 빛 | 성해나 저 #빛을걷으면빛 #성해나 #문학동네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살면서 힘에 부친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작가님의 책을 꺼내들 것 같습니다. 계속 써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재능있는 사람이 쓴 이야기입니다 서사도, 문체도 살아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