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공포문학의 거장 에드거 앨런 포의 삶과
미스터리한 죽음에 드리운 서늘한 광기와 공포
소설 같은 에드거 앨런 포의 인생을
그가 쓴 공포소설들처럼 각색한, 음산하고도 눈부신 작품. _레제코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 「검은 고양이」 「까마귀」 「애너벨 리」 등의 작품을 남기며 19세기 위대한 시인이자 현대 추리소설, 스릴러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비운의 천재 작가,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고 근원적 공포를 탐구했던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삶과 문학, 사랑, 그리고 미스터리한 죽음이 그가 쓴 소설들처럼 음산하고 서늘한 공포소설 속으로 들어온다. 『공포를 보여주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썸니아>의 오리지널 각본을 써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노르웨이 작가 니콜라이 프로베니우스의 열번째 장편소설로, 평생 자신의 작품과 이름을 알리기 위해 치열하게 분투하다 미스터리하게 생을 마감한 에드거 앨런 포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생생하게 조명한다.
니콜라이 프로베니우스는 작가이자 문학평론가로서 포의 천부적인 재능을 시기하고 질투했던 루퍼스 그리스월드, 포의 가족과 연인 등 실존 인물들을 소설 속에 되살려내고, 실제로 포가 숨을 거두기 직전 소리쳐 불렀다고 전해지는 ‘레이놀즈’라는 미지의 인물을 상상으로 빚어내며 픽션과 현실 사이의 어둡고 매혹적인 이야기를 그려낸다. 또한 포가 쓴 공포소설 속 사건이 실제로 벌어진다는 설정을 통해 스릴과 서스펜스를 배가하고, 기사와 평론 등 다양한 형식의 글들을 삽입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미스터리한 죽음 뒤의 수상한 그림자,
스스로를 파멸과 죽음으로 내몬 인간 내면의 근원적 공포
1857년 8월 뉴욕, 전직 기자이자 문학평론가 루퍼스 그리스월드는 알 수 없는 존재에 쫓기고 있다. 겁에 질린 얼굴로 두리번거리며 브로드웨이의 인파 속으로 숨어든 그는 이내 어느 교회 안으로 몸을 피한다. 그리고 교회 장의자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히려다, 의자 바로 아래에서 그를 사납게 노려보고 있는 노인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궁핍하고 괴이한 몰골의 이 노인이 바로 아까부터 그의 뒤를 쫓고 있던 자다. 그리스월드는 노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벌떡 일어나 도망치려 하지만, 노인이 그를 우악스레 붙잡고 늘어지는 바람에 무너져내린 토사 더미나 불어난 물살에 휘말리듯 포기하고 바닥에 주저앉는다. 노인은 그에게 무슨 말인가를 속삭이고, 그는 결국 자신이 무시무시한 계략의 희생양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힘없이 집으로 돌아온다.
그날 밤, 그리스월드는 그의 아파트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망토 자락이 발에 둘둘 말리고 몸을 동그랗게 웅크린 채로, 퀭하게 치뜬 눈은 몇 해 전 숨을 거둔 타락한 천재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초상화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이십 년 동안 포의 명성에 흠집을 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왔고, 그의 장례식에서까지 평판을 깎아내리는 추도문을 낭독했던 그리스월드는 자신의 임종 순간에도 포를 바라보고 있었다. 포가 사망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포에 관해 글을 쓰고, 포의 글을 읽고, 포의 자취를 좇았던 루퍼스 윌멋 그리스월드, 그에게 포는 어떤 인물이었기에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토록 집착했던 것일까? 그리고 그는 어떤 연유로 돌연 포의 죽음만큼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게 되었을까?
소설은 이제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에드거 앨런 포가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어 양부모 밑에서 불우하게 성장한 유년 시절부터, 보스턴과 필라델피아를 떠나 뉴욕, 포드햄, 볼티모어 등으로 쉼없이 이주하며 작가로서 성공하기 위해 분투했던 과정을 차근차근 되짚어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가 써내려간 시와 소설, 잡지와 신문 등에 기고했던 비평문을 소설 곳곳에 소개하고, 무명 작가 포와 저명한 평론가이자 신앙심 깊은 목사였던 그리스월드의 첫 만남, 시 「까마귀」를 통해 문단의 주목과 영광을 누리다 한순간 추문에 파묻힌 작가 인생의 흥망, 포에게 질투와 동경을 넘어선 미묘한 애증의 감정을 품다 뿌리깊은 강박에 사로잡힌 그리스월드의 복잡한 심리, 점차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두 사람의 관계, 인간 내면에 자리잡은 근원적인 공포를 그린다.
‘셜록 홈스’ ‘아르센 뤼팽’의 원형 ‘오귀스트 뒤팽’의 창작자이자
추리‧공포문학의 선구자, 불운했던 천재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묘연한 죽음
1841년 발표된 단편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을 통해 ‘밀실 살인’과 같은 현대 추리문학의 요소를 최초로 선보이고, ‘셜록 홈스’ ‘아르센 뤼팽’의 원형이라고 일컬어지는 탐정 캐릭터 ‘오귀스트 뒤팽’을 만들어내며 추리‧공포문학의 문을 연 에드거 앨런 포는 그의 소설처럼 수많은 미스터리를 남기고 마흔의 젊은 나이에 묘연하게 세상을 떠났다. 1849년 10월 초, 볼티모어의 어느 선술집 앞에 쓰러져 있다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그곳에서 며칠 만에 쓸쓸하게 눈을 감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숨을 거두기 전 ‘레이놀즈’라는 이름을 몇 번이나 소리쳐 불렀다는 이야기만 전해질 뿐, 이름난 작가가 되기 위해 야심차게 첫발을 디뎠던 뉴욕 시내를 떠나 변두리 포드햄에 정착한 그가 갑작스레 연고도 없는 볼티모어로 향한 이유, 당시의 정황이나 사인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공포를 보여주마』는 평생 궁핍과 과음, 우울, 신경쇠약 등에 시달리다 일찍이 세상을 떠난 포의 일대기와 주요 작품을 돌아보며, 진정한 예술과 아름다움을 향한 그의 열망,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만남, 이별, 그리고 그의 생애 마지막 며칠간의 행적을 추적한다. 엄숙한 청교도적 사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의 작품들은 당시 미국에서 외면당했으나, 그의 사후에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가 직접 번역하고 소개하면서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에드거 앨런 포가 안타깝게 사망하고 백칠십여 년이 흐른 지금, 포의 탄생일인 1월 19일이 되면 여전히 해마다 묘지에 꽃을 놓아두며 그를 기리는 전 세계의 팬들과 같은 마음으로, 니콜라이 프로베니우스는 『공포를 보여주마』에 불운했던 천재 작가를 다시 한번 되살려내며 그의 작품세계를 향한 오마주를 가득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