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매기 넬슨의 아름다운 에세이
미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매기 넬슨의 『블루엣』이 문학동네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 시적 감수성과 철학적 사유가 긴밀히 결합된 독창적인 이 에세이는 ‘파란색’이라는 단일한 색채에 대한 집요한 애착을 출발점 삼아 사랑과 상실, 욕망과 우울, 젠더와 예술을 치밀하게 탐구하며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2019년 국내에서도 출간되었으나 이후 절판되어 많은 독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던 이 책은, 김선형 번역가가 유려한 번역을 한 차례 더 꼼꼼히 다듬고 ‘옮긴이의 말’을 붙여 섬세하고 아름다운 양장본으로 재출간되었다.
매기 넬슨을 단숨에 세계적인 에세이스트의 반열에 오르게 하며 컬트 클래식으로 자리잡은 『블루엣』은 파란색 렌즈로 바라본 서정적이고 철학적인 텍스트를 통해 우리를 가장 인간적으로 만드는 정서적 깊이를 놀랍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5년 북포럼에서 ‘지난 20년간 출간된 최고의 책 10선’에 선정되었다. 2024년에는 영국의 저명한 연출가 케이티 미첼 감독에 의해 연극으로 제작되어 로열코트 극장에서 상연되기도 했다.
넬슨의 작품은 시, 에세이, 비평을 넘나들며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것으로 유명하다. 농밀한 고백을 서슴지 않는 대범한 글쓰기는 자칫 서정적인 감상만을 담은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문장 사이사이에서 불현듯 나타나는 깊이 있는 통찰과 날카로운 비평적 시각은 그를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만들었다. 그의 글쓰기는 몽테뉴에게서 이어지는 전통과 바르트의 아포리즘적 글쓰기를 떠올리게 하며, 단절과 불연속 속에서 의미를 생성하는 후기 구조주의적 특징과도 닿아 있다. 『블루엣』 역시 단순한 에세이에 그치지 않는, 미학적 사유의 모자이크이자 개인적 고백의 철학적 변주라고 할 수 있다.
한 색채로 열어젖힌 무궁한 삶과 사랑의 기록
『블루엣』은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에세이로서 큰 관심을 받았다. 뉴욕 타임스, 가디언, 보스턴 리뷰, 뉴요커 등 주요 매체들 또한 이 작품을 중요하게 다뤘다. 넬슨은 『블루엣』을 통해 단일한 서사를 거부하고 사유의 파편과 감정의 결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자신의 문학적 태도를 각인시키며, 젊은 독자층과 비평계 모두에게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그는 실연과 상실의 고통을 숨기지 않는다. 파란색에 대한 자신의 평생에 걸친 애정과 집착을 이른바 ‘베갯머리에서 읽는 책’으로 구성하고자 하는 동안,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고통스러운 이별을 경험하고 친한 친구의 심각한 사고와 맞닥뜨린다.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비트겐슈타인, 괴테, 조앤 미첼, 레너드 코헨, 빌리 홀리데이 등 유명한 ‘블루 러버’들을 경유하며 우울증, 신성함, 알코올, 욕망의 세계를 헤쳐나간다. 이 짧은 이야기들의 조합은 기쁨과 고통의 불가분한 관계, 그리고 심미적 아름다움이 큰 상심이나 슬픔을 겪을 때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 등의 실존적 질문에 대한 가장 지적인 동시에 가장 본능적인 대답이다.
240개의 짧은 단상들은 때로는 고백적이고, 때로는 비평적이며, 때로는 철학자와 시인, 화가와 가수들의 목소리를 빌려 사유의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이 단상들은 모두 ‘파란색’이라는 중심축을 따라 느슨하게 연결되며 거대한 바다를 이룬다. 푸른 파도를 닮은 쨍한 문장들이 흩어지는 포말처럼 빛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독자는 페이지를 따라가며, 하나의 색이 얼마나 다양한 심리적, 문화적 층위를 불러올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된다.
욕망과 사유로 탄탄하게 직조해낸 푸른빛 산문
푸른색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감각할 수 있는 평범한 색이지만, 동시에 누구도 완전히 정의할 수 없는 색이기도 하다. 매기 넬슨은 바로 이 모호함 속에서, 독자가 자기만의 고백과 사유를 불러일으키도록 돕는다. 또한 푸른색은 전통적으로 남성성과 우울, 예술의 색으로 여겨져 왔으나, 넬슨은 이를 사랑과 욕망, 퀴어적 감각으로 확장한다. 이는 젠더, 섹슈얼리티 담론과 연결되는 중요한 해석 지점을 제공하며 비평적 외연을 확장하는 토대로서도 작동한다. 『블루엣』은 개인적이고 서정적지만, 동시에 정치적이고 철학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블루엣』은 단순히 푸른색에 대한 예찬을 담은 책이 아니다. 한 색채를 매개로 인간 존재의 연약함과 세계의 심연을 동시에 응시하는 아름다운 책이다. 넬슨의 문장은 단정하지만 결코 냉담하지 않고, 개인적 고통을 지적 사유와 예술적 성찰 속에 녹여 새로운 의미를 도출해낸다.
오늘날 우리는 상실과 불안을 피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단절과 고립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무미건조해진 슬픔을 찬란한 예술로 승화시키는 텍스트는 더욱 귀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블루엣』에 가득 담긴 푸른빛 이야기는 내내 현재적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부서져버린 감정의 파편들 속에서 스스로를 비추는 푸른 거울 한 조각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블루엣』은 그 거울을 건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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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브레이크’에 관한 책.
파란색 이야기가 팝송처럼 강렬한 울림을 준다.
더 뉴요커
파편적 형식에 집중한 독특한 작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회고와 비평의 캔디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서점에서 ‘시’로 분류되기에 충분한 240편의 지혜와 명상.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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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는 빛일까 색일까 관념일까 은유일까 감각일까 아니면 마음의 상태일까. 이 책에서 블루는 그 모든 것이다. 광학적 착시. 선물이자 상실, 고통과 슬픔과 죽음. 불가지론의 형이상학. 여자들만 느끼는 깊디깊은 우울. 비에 젖은 파란 방수포처럼 흔들리는 우리 삶. 슬프고 아프고 외로운 변두리의 신. 파란 신의 조각들이 독자의 피부를 물들이고 심장을 파고든다. 베고 에이고 적시고 스민다. 그리하여 넬슨의 블루는 지적인 통찰보다는 고통의 공감각을 울리고 240개의 얼음 파편처럼 비산해 독자의 눈과 심장에 박힌다._‘옮긴이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