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콘텐츠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연극이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창조하고 즐기기를 넘어,
기억, 지각, 공감, 상상으로 이해하는 연행하기와 관람하기
“모든 공연은 창조하고, 지각하고, 감정을 느끼고,
기억하고, 상상하며, 공감하는 인류 보편의 능력,
즉 심리학, 언어학, 신경과학 그리고 여타 분야 과학자들이
정밀하게 탐구해온 인지작업의 능력에 의존한다.”
〈연극 그리고Theatre &〉 시리즈는 상기한 ‘인간사의 축도’로서 연극에 대한 다양한 사유와 담론을 학술적으로, 그러나 친근한 어투로 풀어낸다. 시리즈의 필진이 세계의 저명한 연극학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은 저자들의 명성에 걸맞은 본 시리즈의 학술적 가치와 무게감을 방증한다.
_「한국현대영미드라마학회 서문」에서
지난 50년 동안 연극과 퍼포먼스는 젠더, 경제, 전쟁, 언어, 미술, 문화, 자아감을 재고하는 중요한 은유와 실천으로 활용되었다. 〈연극 그리고〉는 연극과 퍼포먼스의 끊임없는 학제 간 에너지를 포착하려는, 짧은 길이의 책들로 이뤄진 긴 시리즈다. 각 책은 연극이 세상을 어떻게 조명하는지, 세상이 연극을 어떻게 조명하는지 질문하며, 연극과 더 넓은 세상이 보여주는 특정 측면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한다.
_「Theatre and 시리즈 원서 편집자 서문」에서
『연극 그리고 마음』은 마음을 ‘체화적’이고 ‘상호작용적’인 것으로서 이해하는 인지이론들에 의존하여, 연극활동 속에서 인지작업이라는 인류 보편의 능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하는 책이다.
놀이의 진화와 공감의 감정들 수행하기 : 놀이하기
저자는 인류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가장 원시적인 기능(호흡 조절, 심박수, 반사작용 등)과 감정생활을 대부분 조정하는 변연계을 기반으로, 개념적 사고와 언어, 인지를 가능하게 해주는 신피질의 발달이라는 정신적 진화를 이루어왔다고 말한다. 함께 놀이하기라는 활동 속에서 만들어낸 삶의 패턴을 인식하고 정교화함으로써 예술을 창조하고 수용할 수 있으며, 공감, 즉 마음읽기를 통해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초기 인류가 기쁨의 춤을 추거나 제의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추정한다. “무리의 구성원이 서로 불탄 나뭇가지 끝으로 서로를 장식하기 시작했을 수 있고, 그중 하나가 오래된 뼈로 통나무를 두드렸고, 다른 둘이 춤추기 시작했을 수도 있다. 무리의 다른 이들이 그 모습을 보기 좋은 곳에서 서 있거나 앉아서 지켜보기 시작했고, 참가자들이 자신의 행위에서 느끼는 공동의 기쁨은 두 사람이 해가 질 때까지 계속 춤추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역할-놀이하기는 연극과 공연의 인지적 기초가 되며, 모든 호모 사피엔스의 유아기 발달과정에서 다시 되풀이되는 진화적 유산 ‘-믿는 척하기’는 인류에게 연극을 포함한 광범위한 연행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 이러한 참여는 우리의 마음과 몸, 그리고 우리가 처한 환경의 행동가능성 안에서 체화하는데, 공감, 정동, 감정이 그 토대가 된다.
마음과 몸으로 훈련하고 시연하기 : 연기하기
연기하기 분야에는 올바른 ‘내적’ 심리훈련이 마음을 따라 몸을 끌어갈 것이라고 믿는 이들과 ‘외적’ 신체훈련이 마음을 몸에 굴복시킬 것이라고 믿는 부류가 있다. 저자는 두 가지 모두 존재하지 않는 이원론에 의존한다면서도 의식적으로 이 이론들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마음과 몸의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할 필요가 있음을 아는 다수의 실천가-이론가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조성의 성장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배우들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자기수용감각을 바탕으로 어깨, 팔, 손뿐 아니라 머리와 얼굴까지 포함하는 상체의 몸짓으로 말하는 측면을 탐구하고 확장해야 하며, 발화를 함께 활용해 상대방과 상호작용하는 즉흥연기에 통합시켜야 한다. 배우훈련을 넘어서 즉흥연기에 이르면, 상상력에서 출발하지만 몸에 근거를 둔 모방을 통해 역할을 완전히 체화해야 하며, 수천만 분의 1초 안에 상대 배우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고 행동으로 표현해내야 한다. 이는 곧 성공적인 시연으로 이어지는데, 배우는 놀이하기라는 가정법 세계의 참여자들과 마찬가지로 개념적 통합과 공감이라는 인지적 토대에 의지해 체화한 연행을 펼치기 위해 몸-마음을 훈련해야만 한다.
나는 장례 행렬을 멈춰 세웠다. 검으로 관을 비틀어 열었다. 칼끝이 부러졌지만 뭉툭한 나머지로 관을 열고, 내 죽은 아비의 몸을 난도질하여 주변의 부랑자들 사이로 뿌렸다. 살코기는 살코기끼리 어울린다(FLESH LIKES TO KEEP THE COMPANY OF FLESH). 비탄은 환호로 바뀌고, 환호는 입맛을 다시는 소리로 변했다. 텅 빈 관 위에서 살인범은 과부와 교미했다. 위에 올라타시도록 제가 도와드릴게요, 숙부, 다리를 벌리세요, 엄마(LET ME HELP YOU UP, UNCLE, OPEN YOUR LEGS, MAMA.). 나는 땅 위에 몸을 누이고 세상이 부패와 발맞춰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_〈햄릿기계Hamletmachine〉에서
혼성을 통한 관객의 감정적 참여와 감정전염 : 관람하기
관객들은 배우가 실제 등장인물일 수 없다는 회의적인 태도를 중지할 때 공연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 연극을 관람하는 관객은 희곡으로 읽고 상상한 햄릿을 무대 위 배우와 혼성하여 마음속 인물을 대체함으로써 더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몰입의 경험은 ‘놀이하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로, 진화의 과정을 우리가 관람하기를 즐기도록 준비를 시켜왔다. 관객은 주요 배우/인물들이 허구의 서사에서 중요한 변화에 적응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가장 강렬하고 오래 지속되는 감정들을 경험하며, 호기심과 기대로 다음 장면을 기다린다. 관객은 서사전개에 더 길고 더 강렬한 감정으로 반응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개별 배우/인물들의 행동들을 통해 공감적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동정적이거나 반감적인 반응의 기반을 마련한다.
또한 〈밀레니엄이 다가온다〉에서 천사가 천장을 부수고 나타났을 때, 배우가 “정말 스티븐 스필버그스럽네”라고 속삭이는 장면처럼, 대중문화에 관한 지식이 공연 중 관객들이 배우/인물과 동감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경우도 있다. 특정 연결망 안에서 체화한 관객들과 상호작용하는 공연은 수백, 수천 가지의 혼성과 의미를 만들도록 자극할 수 있다.
결국 서로 다른 연결망들은 서로 다른 의미의 가능성들을 허용하며, 저자와 독자로 이루어진 담론적 연결망이 없으면 연극에 대한 문화적 소통은 불가능하다. 저자는 연결망들이 언제나 다른 의미의 가능성들을 허용하기 때문에, 과거의 편견들과 패러다임들을 제쳐두고 공연의 진화적이고 인지적인 기초들을 함께 탐구해야 한다고 서술한다.
『연극 그리고 마음』을 통해 저자는 공연자가 어떻게 마음을 통해 배역을 구체화하고, 관객은 어떻게 마음을 사용하여 공연을 처리하는지 탐구함으로써, 독자를 연극 자체의 인지적 심연 속으로 이끈다. 또한 역할극, 훈련, 리허설, 연기, 관람의 인지적 기본 사항을 종합하여, 연극이 우리의 마음과 몸 안에서 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기존의 생각에 도전한다. 그러면서도 연극의 인지적 기초에 관심이 있는 다른 학자가 새로운 통찰을 반영하고 자신이 저지른 실수들을 바로잡아 이 책을 수정증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