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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에서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상)을 다 읽고 (하)를 읽는 경우에는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이야기를 더 써보겠습니다. (상)을 다 읽으셨다면, 이 이야기는 사실 4명이 여행하는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그림자처럼 뒤에 드리운 인물이 있어서 사실은 5명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한 명은 과거에만 존재하는 인물로, 이들이 이야기하는 과거=미스터리인 인물입니다. 이름은 유리인데, 유리가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 책을 '리세 시리즈'에 넣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이 책을 '삼월 시리즈'에 넣고 싶습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4장 회전목마에서도 유리는 등장합니다. 그래서 '삼월'의 유리인지, '보리'의 유리인지는 읽는 사람에 따라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쪽을 골라서 읽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는 (상)에서 제시한 수수께끼의 해결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장에서 등장하는 인물은 마키오와 세츠코. 실제 정발된 이름으로는 세쓰코인데, 너무 해충 잡아주는 회사가 생각나는 이름이라 내내 '세츠코'라고 머릿속으로 정정하면서 읽었습니다. 얼마나 수수께끼들이 해결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행을 끝내고 비일상의 분위기를 털어내고 일상으로 복귀했다는 느낌이 드는, 한여름밤의 꿈 같은 이야기의 덧없는 면도 느껴져서 저는 그런 부분까지도 좋았습니다. 원래 비일상은 금방 일상이 되고, 비일상에서 일상으로의 복귀는 더욱 갑작스러우며, 비일상이 비일상이었음 조차도 가물가물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 분위기에 잘 어울렸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의 끝을 낼 사람은 역시 세츠코밖에 없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인물의 구성과 이야기하는 순서라는 면에서 연출이 좋았다는 느낌입니다. 근데 마키오는 도저히 좋은 평은 못내리겠네요.. 스토리 자체나 등장인물들 개개인의 매력보다는 여행가서 크게 중요하지도 않은 과거의 이야기를 실컷 떠드는 사치를 누린다는 감각으로 읽어보시는 것을 더 추천드립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아줌마 아저씨들이 가는 여행은 별로 재미가 없다. 어지간히 별난 사건이 생기지 않는 한은. 피지컬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그런가? 호르몬 작용이 둔해져서 그런가? 좀처럼 극적일 것도 없고 아무 술집에나 죽치고 있으면 들을 법한 이야기들 투성이다. 게다가 그 결말이 늙어버린 바람둥이의 궁상이라면 더더욱. 물론 그런 것도 슴슴하게 버무려내는 작품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건 대개 짧다. 두 권이나 낼 만한 소재는 아닌 듯 싶다. 딱 잘라 절반만 살렸더라면 좀 나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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