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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는 말그대로 제주4.3 훨씬 이전부터 제주가 지녔던 지역적인 아픔과 지역민들의 독특한 정서를 설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1권은 일제강점기 말기부터 1945년 해방 직후까지의 제주를 배경으로 그 시대를 살아낸 민초들의 삶과 제주 4·3이라는 거대한 비극이 시작되기 이전, 그 비극이 어떻게 준비되고 있었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소설의 전반부는 일제강점기 말기의 제주를 담고 있다. 일본의 패망이 가까워질수록 섬은 오히려 더 거칠게 소모된다. 제주 전역에 진지동굴을 파게 하고, 사람들을 강제로 동원하며, 남아 있는 물자까지 끝까지 긁어가는 모습은 ‘패배 직전의 제국’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이미 한계까지 밀려나 있다. 그리고 마침내 해방이 찾아온다. 1945년 8월 15일, 사람들은 기뻐하고, 거리에는 해방의 공기가 흐른다. 잠시나마 스스로의 삶을 되찾은 듯한 순간. 이 장면은 읽는 사람에게도 함께 숨을 돌리게 만든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해방 이후, 제주에는 새로운 권력이 들어오고, 기대했던 자유는 점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건국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자치의 움직임이 나타나지만,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사회는 다시 긴장 상태로 돌아간다. 일본이 물러난 자리를 또 다른 권력이 채우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다. _________ “우린 삼팔선이 그어진 중도 몰랐수다. 전쟁 중에 정신없이 살아서…… 시모노세키 항구에서 출국심사하는 맥아더 사령부 미군이 우리한테 물읍디다. 북조선으로 가겠느냐, 남조선으로 가겠느냐고. 허 참! 북조선, 남조선이라니, 난생처음 듣는 말 아니우꽈? 그래서 물어십주. 거 무슨 말이냐고, 북조선은 뭐고 남조선은 뭐냐고 하니까 삼팔선이 그어졌다는 거라예. 허, 그것참!” “그래서 모두 이구동성으로 말해십주. ‘우린 남도 아니고 북도 아니고, 제주도로 가겠다!’ 하고.” 통쾌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자 마중 나왔던 사람들이 감격해서 환성을 질렀다. “맞아, 맞아, 우린 북조선도 남조선도 아니고 제주도란 말이여!” “하하하, 우린 북도 아니고 남도 아니고, 제주도다!” 제주도우다 1 | 현기영 저 #제주도우다1 #현기영 #창비 #제주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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