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필치로 그려 낸 류재향 작가의 수채화풍 세계
마음을 다정하게 어루만지는 힐링 판타지의 탄생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문장으로 아이들의 내면을 세밀하게 들여다봐 온 류재향 작가가 새로운 감성의 판타지동화 시리즈 ‘나요나!’의 문을 연다. 많은 어린이의 열렬한 공감을 얻은 『욕 좀 하는 이유나』와 제13회 창원아동문학상 수상작 『우리에게 펭귄이란』으로 독보적인 창작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더욱 깊고 다정한 시선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 『나요나!』는 편안하고 무해한 ‘힐링 판타지’의 진수를 보여 준다. 녹음 가득한 숲마을을 배경으로, 류재향 작가의 섬세한 필치와 방새미 작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삽화가 어우러져 책장을 넘기는 내내 다정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순수한 호의와 환대, 연대의 힘을 통해 주인공 ‘나요나’와 ‘나르리’가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백하게 그린다. ‘잘 먹고 잘 노는’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우는 이 작품은 성장을 마주한 어린이에게는 단단한 용기가, 숨 가쁜 일상을 살아가는 어른 독자에게는 잊고 지낸 순정을 환기하는 한 뼘의 휴식 같은 선물이 되어 줄 것이다.
사랑스러운 소녀 '나요나'와 신비한 탈것 '나르리'
이웃의 환대와 돌봄으로 차곡차곡 채워지는 마음
이야기는 수천 개의 섬이 보석처럼 박힌 바다 위, 비밀스러운 전설을 간직한 ‘나르리마을’에서 시작된다. 이곳의 아이들은 열 살이 되면 운명의 짝꿍이자 신비한 탈것인 ‘나르리’를 만나 세상 밖으로 모험을 떠나야 한다. 복숭앗빛 폭탄 머리를 휘날리며 “한번 맡겨 보세요. 제가 뭘 해내나!”라고 당차게 외치는 나요나는, ‘빨간 머리 앤’과 ‘마녀 배달부 키키’의 씩씩한 용기를 닮은 쾌활한 인물이다. 무엇이든 뚝딱 고쳐 내는 야무진 손길과 맛깔난 요리로 다채로운 기쁨을 빚어내는 나요나의 사랑스러운 매력은 독자를 단숨에 끌어당긴다.
초록이 무성한 숲마을에 첫발을 내디딘 나요나는 말하고 감정을 느끼는 탈것, 나르리와 함께 마을 아이들과 어울리고, ‘주거니 받거니 주머니 우체통’을 만들며 환대와 나눔의 기쁨을 배워 나간다. 하지만 축제를 앞두고 번진 근거 없는 오해와 소문은 씩씩하던 나요나의 마음마저 속수무책으로 무너뜨리기도 한다. 작가는 나요나가 스스로 기분을 다스리는 법으로 ‘요리’를 제시하며 독특한 재미를 더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정성 어린 음식은 나요나 자신을 치유할 뿐만 아니라, 타인과 진심을 나누는 따스한 매개체가 된다. 빨간 벽돌집 할머니와 공방의 수지 이모 등 이웃들과 주고받는 돌봄 속에서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 다시 일어서는 나요나의 모습은 뭉클한 위로를 전한다.
광활한 자연과 공존하는 삶
버려진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순환의 에너지
『나요나!』는 지속 가능한 삶과 환경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판타지적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숲마을의 오래된 전통인 축제를 앞두고 너도나도 에너지를 끌어다 쓰자 발전기가 망가지고 만다. 나요나는 기지를 발휘하여 발전기를 가까스로 고쳐 낸다. 덕분에 숲마을은 나르리의 힘을 빌려 “음식 쓰레기, 소라 껍데기, 죽은 나무뿌리, 이끼 한 움큼” 등을 연료로 쓸 수 있게 된다.
“그 대신 집집마다 조금씩 계속 나누어야 할 거예요. 나르리가 없더라도 말이에요.” (145면)
작가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린다. 쓸모없어 보이던 것들이 신비로운 동력원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쓰임을 다한 것들이 자연의 품 안에서 다시금 생명력을 얻는 찾는 순환의 질서를 보여 준다. 위기의 순간, 나요나의 빛나는 활약과 나르리의 신비로운 변화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환상적으로 그려지며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세상의 모든 기쁨을 찾아 떠나는 모험
다채로운 감정을 마주하도록 일깨우는 이야기
‘나요나!’ 시리즈는 어린이가 감정의 스펙트럼을 섬세하게 넓혀 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 나르리 마을을 떠나기 전, 나요나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남긴 편지를 발견한다. “이제부터 삶의 작은 기쁨을 하나씩 발견하려무나. 그럴 때마다 너는 잘 자라날 거야.”라는 할머니의 당부는 낯선 세상으로 나아가는 나요나에게 단단한 이정표가 되어 준다. 숲마을에서의 여정은 할머니를 잃은 깊은 슬픔을 애써 외면하는 대신, 일상의 작은 기쁨들을 하나씩 길어 올리며 그 빈자리를 따스한 추억으로 채워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요나가 생애 처음 마주한 축제에서 벅찬 감동을 만끽하고, 정든 마을 사람들과 헤어지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순간, 독자들은 함께 일렁이는 감정의 물결을 넘으며 타인과 소통하고 관계 맺는 법을 배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나요나와 나르리의 특별한 관계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서로의 마음을 지켜봐 온 두 단짝은 기쁨도 슬픔도 언제나 함께한다. 나요나가 관계 속에서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마음이 한 뼘 더 자라나는 결정적인 순간, 나르리 역시 그 마음에 응답하듯 이제껏 본 적 없는 환상적인 모습으로 변신하며 독자들에게 가슴 벅찬 감동을 안긴다.
헤어지는 건 아쉬웠다. 그렇지만 나요나는 숲마을에서 얻게 된 것들을 잃어버릴 일도, 잊을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 (164~165면)
세상은 여전히 발견해 주길 기다리는 기쁨들로 가득하며, 그 기쁨을 찾아낼 용기가 바로 우리 안에 있음을 나요나는 온몸으로 증명한다. 보랏빛 꽃나무 숲을 뒤로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는 나요나와 나르리의 모험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펼쳐질 그들의 여정이 또 어떤 눈부신 성장의 기쁨을 선물할지 기대해 본다.
줄거리
수천 개의 섬이 보석처럼 박힌 바다 위, 비밀스러운 동굴이 있는 ‘나르리마을.’ 이곳의 아이들은 열 살이 되면 운명의 짝꿍 ‘나르리’와 함께 모험을 떠나야 한다. 무엇이든 뚝딱 만들고 고치는 ‘나요나’가 도착한 곳은 평화로운 숲마을. 나요나는 마을 사람들과 특별한 우정을 쌓아 간다. 하지만 축제를 앞두고 이상한 소문이 번지기 시작하는데……. 나요나는 과연 눈부신 기쁨을 꽃피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