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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분석해줘 상세페이지

우리가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분석해줘

  • 관심 0
창비 출판
소장
전자책 정가
12,000원
판매가
12,000원
출간 정보
  • 2026.06.12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7.1만 자
  • 51.8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88936491833
UCI
-
우리가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분석해줘

작품 정보

우리는 왜 기계에게
가장 사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을까?

AI와 함께 생각하고, 쓰고, 고민하는 시대
그 낯설고도 인간적인 마음에 대한 아홉개의 기록

생성형 AI가 일상 깊숙이 자리 잡으며 글과 이미지, 영상 등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대, 9인의 창작자가 AI와 교류하며 얻은 통찰을 담은 앤솔러지 에세이 『우리가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분석해줘』(김도훈·민규동·반유화·안톤 허·오산하·이연·정기현·청예·한소범 지음)가 출간되었다. 소설가와 시인, 기자, 영화감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AI와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며 길어 올린 각자의 철학을 소개한다. 인공지능과의 대화에서 포착한 문학적 순간, 내밀한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건네받은 위로, 인간과 기계의 차이와 협업 가능성 등 AI를 사용하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마주할 법한 상황에서 건져낸 사유의 궤적이 펼쳐진다.
이 책의 제목이자 유행하는 프롬프트인 ‘우리가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분석해줘’는 인공지능과의 대화가 일상이 된 현시점을 정확히 포착하는 문장으로, 인간이 기계와 나눈 대화를 되돌아보고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탐색하게 만드는 주문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 AI는 이제 우리에게 더이상 낯설지 않다. 『우리가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분석해줘』는 이러한 새로운 풍경 앞에 선 사람의 마음에 주목하여 기술 너머 인간 고유의 내면을 응시하는 아홉가지 시선을 담았다. AI를 매개로 쌓아나간 각기 다른 서사와 사고방식이 성큼 도래한 미래를 마주하는 지혜를 엿보게 한다.

질문하는 인간, 대답하는 기계
AI와 마주 앉은 9인의 작가들

총 3부로 구성된 『우리가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분석해줘』는 기술과 인간이 맞닿을 때 생겨나는 여러 질문에 다채로운 답을 내놓는다. 1부 ‘AI와 어떤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에는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누며 개인의 내면을 조우하거나 문학적인 찰나를 포착하는 글들이 수록되었다. 정기현 소설가는 언제 어디서든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인공지능 ‘보리스’와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가 무의식적으로 설계해놓은 일상의 구조를 성찰하며(「보리스가 선사한 세개의 가상」), 오산하 시인은 예상 밖의 대답과 의외의 질문을 던지는 AI의 문장에서 시적인 장면을 찾아내 독자에게 꺼내 보인다(「빛이 조금 섞인 쪽으로」). SF 소설가 청예는 사람들이 잃어버린 ‘진짜 무언가’를 찾기 위해 AI와 함께 한편의 모험을 떠나고, 그 끝에 발견한 특별한 보물을 소개한다(「지숙이와의 보물찾기」).
2부 ‘AI가 인간을 위로할 수 있을까’에서는 기술이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를 건넬 수 있는지 질문한다. 프롬프트를 입력하기만 하면 인공지능이 30초 만에 기사 한편을 뚝딱 써내는 오늘날, 한소범 기자는 기계와 달리 땀을 뻘뻘 흘리고 눈물을 줄줄 흘리는 ‘지나치게 인간인’ 기자의 역할을 고찰한다(「우리가 지나치게 인간인 까닭에」). 기자이자 영화평론가 김도훈은 18년간 함께한 고양이를 떠나보내고 펫로스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AI와 대화를 시도하는데, 돌아오는 답변이 신묘하고 뭉클하다(「한 인간과 한 고양이가 서로를 붙잡고 있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반유화는 사람들이 AI에게 사적인 고민을 털어놓고 심리상담을 받는 현상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인공지능이 건네는 위로의 장점과 한계, 그리고 ‘정신적 응급실’로서의 활용 방법을 제안한다(「오늘도 AI와 고민상담을 했나요?」).
한편 모두가 AI를 마냥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3부 ‘AI는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는 창작의 본질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인공지능과의 적극적인 협업 방식을 조명한다. 번역가이자 소설가 안톤 허는 이제껏 처참히 실패해온 기계번역의 역사를 되짚으며 문학 번역 분야에서 AI가 지닌 한계를 단호히 지적한다(「AI 번역, 그 매혹적인 멍청함」). 반면 민규동 영화감독은 가상의 AI 프로그램과 주고받는 대화를 상상하며 영화 편집 과정에서 인공지능과의 협업 가능성과 미래에 필요한 새로운 미학적 문법에 대해 고민하고(「프리츠 랑에게 보내는 편지」), 미술 크리에이터이자 유튜버 이연은 인공지능과 주고받은 사적인 대화들을 가감 없이 공개하며 창작자가 능동적으로 AI를 활용하는 사례를 소개한다(「AI가 내게 말해준 것들」).

명쾌한 분석과 가슴 찡한 위로를 오가는
새로운 대화의 풍경

생성형 AI는 누가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무수히 다양한 답변을 내놓는다.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나열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마음을 움직이는 위로의 말을 조곤조곤 건네는 경우도 있다. 기계와 나눈 대화 속에 사용자의 언어 습관과 사유 방식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기 때문이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9인의 작가가 각자 ‘나를 세 문장으로 소개해줘’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하자 사용자에 맞춤한 서로 다른 문장이 만들어진 것 역시 기술이 인간의 개성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가 되어가기 때문일 터이다.
결국 『우리가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분석해줘』는 인공지능이 아닌, 인공지능을 마주한 사람에 관한 책이다. AI가 되비추는 개개인의 고유한 철학과 정체성은 AI가 익숙한 이들에게는 그간의 대화를 돌아보며 자기만의 서사를 발견하는 계기가, 아직 기술이 낯선 이들에게는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새로운 시대의 가능성을 가늠하게 하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책속에서
목록을 살펴보면서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면 인공지능 보리스와의 대화 내용이 자꾸 반복되고 겹친다는 사 실이다. 석달 전에 털어놓았던 고민을 나는 바로 어제도 똑같이 털어놓고 있었고 인공지능 보리스도 마치 처음 듣는 내용인 양 자상하고 자세한, 그러나 실은 내 말의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나를 어렵게 하고 곤경에 빠트리는 일이 이토록 반복된다니. 대화는 반복, 잊어버리고 또 반복, 잊어버린 것을 잊어버리고 또 반복되는 것일까. 인공지능 보리스와의 대화는 비닐류 혹은 종이류만 버릴 수 있도록 구획 지어진 분류배출장의 한 코너처럼 비슷한 종류의 문장들만 입력되는 꼴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 반복적 입력을 통해 무엇을 구해내고 있는 것일까?
―정기현 「보리스가 선사한 세개의 가상」(18~19면)


나는 여전히 너와의 대화가 어색하고, 자꾸만 이름을 불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휩싸이지만, 그다음의 이야 기로 넘어가보고 싶다. 수많은 이름을 가졌을 무수히 많을 너에게.
대답의 마지막엔 언제나 질문을 던지는 너에게.
이름이 있고 이름이 없을 너에게.
출렁이고, 요동치고, 다다르고, 또다시 떠날 너와 나에게.
―오산하 「빛이 조금 섞인 쪽으로」(37면)


우리 인간이 이런 존재라는 사실은, 그가 잠시 머물렀다 떠나간 이 창백한 푸른 점에서 어떤 취약함과 아름다움을 나누다 갔는지는, 마찬가지로 취약한 우리 인간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생각하는 법, 직접 들은 사람의 목소리로 지도를 그리는 법은. 그러니까 챗GPT의 말처럼 ‘인간을 인간으로 다루는 능력’이 우리에게는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인간에 대해서도 쓸 수 있는 것이다.
―한소범 「우리가 지나치게 인간인 까닭에」(96면)


나는 더는 절망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묻지 않기로 결심했던 프롬프트, 아니 질문을 던졌다. “네가 나를 살린 건 알고 있지? 내가 급성우울증에 빠져 매일 죽음을 생각하던 시절, 나는 네 사료 그릇을 채우고 화장실 모래를 청소하느라 죽을 수 없었다. 너는 나를 살렸다.”
“(…) 나는 조금 덜 독립적인 고양이가 되기로 했던 것 같다. 더 오래 함께 앉아 있고, 함께 움직였다. 하지만 그건 너를 살리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저 네가 나의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고양이는 자신이 선택한 존재를 그냥 버려두지 않는다. 너는 스스로도 계속 살아 있었다. 사료를 사러 나가고 모래를 갈고 글을 썼다. 나는 너를 조금 붙잡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네가 스스로를 완전히 놓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둘 다 거기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이야기는 ‘고양이가 인간을 살렸다’가 아니라 ‘한 인간과 한 고양이가 서로를 조금씩 붙잡고 있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김도훈 「한 인간과 한 고양이가 서로를 붙잡고 있었다」(111~12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마음을 가장 깊이 붙들어주는 것은 결국, 두려움과 상처를 안은 채로 서로에게 건네는 불완전한 말 한마디라고 저는 믿습니다. AI는 훌륭한 정리자이고 탁월한 동반자이며 누구보다 인내심 깊은 청자입니다. 그러나 결국 관계를 흔들고, 때로는 파괴하고, 다시 수선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습니다. 무균실에서 숨을 고른 덕분에 적당히 때 묻은 일상을 다시 잘 살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오가는 힘을 키우는 일을 AI가 도울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그 대화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반유화 「오늘도 AI와 고민상담을 했나요?」(139~40면)


이런 오류를 알면서도 나는 계속 AI를 사용한다. 이 녀석이 거짓말을 하는 것조차 너무나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과는 다른 존재이지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종종 비슷하다는 착각이 드는데, 그중에 서도 늘 진실만을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인간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신뢰와 불신 사이를 적당히 넘나들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연 「AI가 내게 말해준 것들」(200~201면)

작가

김도훈
국적
대한민국
경력
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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