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종교학자 오강남과
<경계너머 아하!> 대표 성소은이
‘십우도’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진짜 나'를 찾아가다
“나는 매 순간 완성되는 하나의 과정입니다.”
마음의 본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동자승이 소를 찾아가는 과정에 비유한 10장의 그림 십우도(十牛圖). 이를 오늘날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해 나를 돌아보는 『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이 판미동에서 출간되었다. 선불교 전통에서 내려오는 십우도는 1500년간 깨달음에 관한 최상의 비유로 사용되며, 주로 사찰 법당의 외벽에 벽화로 많이 그려져 왔다.
『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은 비교종교학자 오강남과 성소은이 일상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본래의 자유로운 나’를 찾아가는 십우도를 탈종교적인 관점에서 오늘날에 맞게 새롭게 그리고 해석한 책이다. 저자인 오강남은 『예수는 없다』, 『진짜 종교는 무엇이 다른가』 등 한국 사회에 오랫동안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종교들의 공통된 가르침이 자기 안의 신성을 찾는 것임을 알려 주는 대표적인 비교종교학자다. 성소은은 20여 년간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살아가다가 불현듯 출가하여 3년간 참선 수행을 하였고, 환속 후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의 대표를 8년째 맡고 있다. 학문적이고 실천적인 두 지성은 세계의 많은 종교에서 ‘나를 찾는 길’을 가르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각 단계를 간결하고도 명쾌하게 보여 주는 십우도가 자신을 이해하는 길잡이로 탁월하다고 말하며 참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폭넓게 아우른다. 각자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야 하는 오늘날, 이 책이 든든한 참조점을 마련해 줄 것이다.
십우도의 의미를 탈종교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다
이 책은 특정한 종교적 관점에 얽매이지 않고 십우도에서 불교·그리스도교· 베단타 철학·노장사상 등 다양한 종교와 고전들에서 말하고자 하는 보편적인 주제, 곧 ‘본래의 나를 만나는 의식의 변화’를 읽어 낸다. 십우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안에 있는 신성(神性)을 찾으라고 가르치는 세계의 다양한 종교의 참뜻을 이해할 수 있는 이유다. 책에는 저자들이 다양한 종교 전통과 철학, 신화, 과학 등의 고전을 종횡무진하며 얻어낸 빛나는 인문학적 통찰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문득 삶이 불안하고 보잘것없이 느껴질 때, 참나를 찾아갈 용기를 가지라고 조언하는 이 책이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십우도를 접목해 내 마음의 지도를 만들어가다
저자는 오늘날 가장 특징적인 종교 현상으로 ‘탈종교화’ 현상을 꼽는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종래의 전통 종교에서 떨어져 나가 “나는 종교에 관심이 없고, 정신적인 가치에 관심이 있다(I'm not religious; I'm spiritual).”고 말하기 때문이다. 기성의 종교에서는 자신을 찾으려는 영적 목마름을 채우기 어렵다는 반증이다. 저자는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꼭 특정한 종교적 맥락에 한정될 필요가 없다며, 십우도의 장면마다 명상, 현대과학, 철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렌즈를 통해 각 단계의 핵심을 짚는다. 독자들은 십우도의 여정을 자신의 삶에 적용해 자신의 관심분야에 맞게 내가 찾으려 하는 ‘본래의 나’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신이 바르게 살고 있는지, 진정한 삶을 향해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질문을 품은 사람들도 스스로 나를 찾아가는 마음의 지도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본문 발췌
찾아야 할 보람되고 의미 있는 그 무엇을 십우도에서는 ‘소’로 상징한다. 그 소는, 앞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본래 내 안에 있었지만 나의 무명(無明)과 미망(迷妄)에 의해 지금껏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온 나의 무한한 가능성이다. 이 무명과 망상의 어둠을 뚫고 새로운 나를 찾으려 발돋움하는 것이 바로 첫째 그림 심우(尋牛), 곧 ‘소를 찾아 나섬’이다. 물론 이 소는 사람에 따라, 혹은 그 사람의 사정이나 시기에 따라 다른 여러 가지를 상징할 수 있다. 독자는 각자 자기가 찾아 개발하고자 하는 그 무엇을 소로 상정하고 그것을 찾아 나선다고 상상하면 좋을 것이다. -p.35~36
행복과 불행은 수동적으로 내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다. 좋고 싫음, 옳고 틀림을 재단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다. “판단을 유보한 채 판단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을 판단하지 않는 것은 우둔한 행위가 아니라 진정으로 지성적인 행위”이며, “자신에 대한 친절함”이다. 나와 타자에게 젠틀하고 지성적인 존재가 되는 것. 마음챙김 명상이 주는 첫째 열매다. -p.94~95
융은 분석심리학을 통해 자아가 어떻게 자기를 발견하는 문이자 집이 되는지를 밝히려고 했다. 모든 자아는 자기가 되고 싶어 한다. 모든 자아는 자기와 하나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 나도 그렇다. 우리 모두는 그렇다. 각자 마음의 소리를 듣고, 융이 그려 놓은 지도를 쫓아 어두운 그림자와 무거운 콤플렉스 같은 내면의 짐을 벗어 버리고 홀가분한 삶을 살아가는 ‘빅 셀프(Big Self)’가 되기를!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실현 역사다.”라는 융의 고백이 나의 고백이 될 차례다. -p.158~159
실제로 관계 맺기 분석은 자기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자유로운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 윌 듀런트(Will Durant)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만큼 자신과 타인에게서 자유롭다. 무엇보다 내가 나를 잘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 감정의 결이 얼마나 거친지, 내 마음의 힘은 얼마나 여리고, 내 생각의 틀은 얼마나 좁은지를 알 수 있다면 나는 ‘내게 더 부드러운 나’가 될 수 있다. -p.162
니체에게 대지에서의 삶은 ‘더 강해지고, 더 많은 힘을 얻고, 주인이 되고자 하는’ 힘에의 의지가 부딪히는 끝없는 사랑의 투쟁이다.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과 투쟁하고, 다른 사람의 힘에의 의지와 부딪히는 과정에서만 ‘나’를 갱신할 수 있는 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투쟁은 다툼이 아닌 연마다. 보는 법과 생각하는 법, 말하고 쓰는 일체의 행위를 다시 배우는 자기 극복의 과정이다. 고통 속에서, 위험한 삶의 지평 속에서, 그리고 못난 자기 자신 속에서. 생(生)이라는 과정에서 자기를 극복한 인간이야말로 ‘고귀한 인간’, ‘아름다운 인간’이 된다. 아름다움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획득되는 것’이다. -p.198
삶의 어느 지점이 ‘다 이룬’ 목적지가 될 수 있을까? 삶은 통째로 여정(旅程)일 뿐이다. 가면서 배우고, 배우며 기쁨을 맛보고, 나눔으로 배움의 가치가 더해 가는 변화의 과정이다. 내가 하는 나를 위한 공부에는 오직 하나, ‘믿음직한 나’ 하나 있으면 족하다. 든든한 나는 샘솟는 힘의 원천인 ‘얼나’다. 얼나와의 조우를 기대하며 각자 길을 찾고, 스승을 찾아, 자기 길을 가는 거다. -p.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