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명쾌하고 정확한 입문서
직접민주주의가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직접민주주의가 떠오르고 있다. 1991년 이후 시민발의와 국민투표 실시 건 수는 그 이전 100여년의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고 있다. 그 의제와 범위에 있어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스위스와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과 남미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유럽연합 조약’의 개혁을 위한 유럽차원의 초국가적인 시민발의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고, 이들의 목표는 2009년에 발의안을 투표에 부치는 것이다.
우리가 세계적인 흐름과 추세로 눈을 돌리면 직접민주주의는 이상주의자들의 꿈이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성장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현실이자 진행형이다. 시민발의와 국민투표라는 직접민주주의 수단을 통해 시민들이 입법안을 제안하고 법안, 헌법 등의 승인 또는 거부를 위해 찬반투표를 진행하는 직접민주주의가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가 시작된 이래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논의와 ‘민주주의의 민주화’에 대한 논의와 궤를 같이 한다.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필연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민의의 대변과 배치되는 대의제의 한계는 대표성의 상실, 책임정치에 대한 회의이다. 특히 정당정치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사회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집약하고 표출함으로써 민주주의의 목표를 실현한다는 목적에서 일탈하여 정치적 이해관계 집단으로 전락하거나, 심지어 과두제적 철칙이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논쟁은 또한 시민사회 영역을 필두로 한 새로운 Demos의 등장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시민사회 영역의 부상과 함께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운동의 등장은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한 대의제 위기를 더욱 가속화하며 직접민주주의의 도입과 실천을 통한 사회정치적 의사결정 시스템의 변화를 강제하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제기된 것이 참여민주주의 논쟁이며 참여민주주의는 이론적으로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주류를 이루어왔다. 여기서 더 진전된 것이 바로 직접민주주의 제도의 도입과 실천이다. 세계의 많은 시민들이 정치적 권리로서의 시민발의와 국민투표의 의미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하고, 아울러 정치의 효율성과 과제해결의 유용한 수단으로 시민발의와 국민투표를 현실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직접민주주의”를 고민할 시기가 무르익고 있다.
바로 이러한 흐름과 문제의식을 정확하게 담고 있는 책이 <직접민주주의로의 초대>이다. 이 책은 대의정치와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논쟁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직접민주주의의 확산과 그 가능성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가장 명쾌하고 정확한 직접민주주의 입문서라 할 수 있다.
특히 첨예한 대립을 가져온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한바탕 홍역을 겪은 우리들에게 직접민주주의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이 책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매우 현실적이고 논쟁적이다. 직접민주주의 논의의 관점에서 본다면, 시민들의 적극적 목소리를 시위가 아닌 “제도적 절차로 규정력 있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에 대한 답을 찾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논쟁의 출발점을 제공할 것이다. 그 반대의 관점에 있는 사람들에도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혼란의 방식인 아닌 “합법적 수용의 틀과 분명한 논쟁의 성패의 가늠자”를 고민하며 직접민주주의 대안에 주목하게 할 것이다.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결정의 열정과 역동성이 뛰어난 우리 사회에서 대의제 시스템에서 효율적이고 설득력 있게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의제의 등장은, 굳이 민주주의의 민주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차원으로 논의를 옮아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의제 민주주주의 보완재로써의 직접민주주의 가능성과 의미를 고민할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명쾌하고 정확한 입문서
이 책은 직접민주주의 싱크탱크이자 세계적인 네트워크인 IRI 유럽(Initiative & Referendum Institute Europe)의 이 책은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와 절차에 대한 전면 부정에서 출발하지도 목표로 하지도 않는다. 여러 한계를 노정하고 있는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보완이 어떻게 가능한가? 직접민주주의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참여를 합법적으로 보장하고 촉진하는 시스템이 만들어가는 정치공동체의 현실을 보여주는 데 강조점을 둔다. 따라서 이 책은 직접민주의의 가장 선진적 시스템을 가진 스위스의 경험을 통해 직접민주주의 가능성과 효용성을 토론하고 검증할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하는 데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다.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진정한 토론이 채 형성되지도 못한, 더욱이 직접민주주의 실상과 내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마저도 부족한 우리에게 이 책이 제기하는 문제의식과 정보들은 신선하고 또한 논쟁적으로 다가 올 수 있을 것이다.
스위스의 경험을 통해 이해하는 직접민주주의 제도와 실천의 현실
이 책의 제1부는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에세이이다. 제2부는 1부에서 논의된 주제들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도와주는 주제별 참고자료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스위스에서 2007년에 실시된 시민발의와 국민투표들에 대해 한 시민의 일상을 따라 그 실상을 생생히 보여준다. 1년 동안 스위스 시민들이 어떻게 여섯 번의 선거와 서른 개의 국민투표 사안을 처리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면서 직접민주주의의 실상을 풍부하게 보여주고 있다.
2장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동등한 권리 보장’ 시민발의와 군개혁에 대한 국민투표 사례를 통해 시민발의가 정치의 액설러레이터로, 국민투표가 브레이크로 작동하는 실제 정치과정의 진면목과 그것이 가져오는 변화를 제시한다. 3장에서는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직접민주주의 발달의 기원과 원천, 그리고 발전해온 여러 역사적 계기들을 설명하고 있다. 150여년간 직접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스위스의 경험과 선택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게 되었던 논거와 계기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이다. 4장에서는 스위스의 연방주의와 직접민주주의가 어떻게 결합되어 발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이다. 직접민주주의와 연방주의를 스위스 정치의 핵심으로 설명하고 있고, 직접민주주의가 정치공동체의 아교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5장에서는 직접민주주의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회의 아픈 곳과 가려운 곳을 보여주는 사회적 거울로 기능하는데 있음을 역설한다. 시민발의가 국민투표에서 패배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많은 성과를 동반한다는 점, 즉 승자는 승자대로 패자는 패자대로 만족해하는 정치공동체의 통합을 가져온다는 점을 부각한다. 직접민주주의는 정치적 의제화, 시민들의 주도적인 참여, 정치인과 시민들과의 이상적 관계 설정과 긴장감의 유지 등을 통해 통합과 발전을 실현하는 유용한 도구임을 보여주고 있다.
6장에서는 스위스 베른 주에서 독립하여 스위스 연방의 26번째 주가 된 주라(Jura) 주의 분리 과정에서의 직접민주주의의 역할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 갈등의 첨예한 주제가 되고 있는 인종, 종교, 언어를 포괄하는 민족문제가 어떻게 분열과 폭력을 수반하지 않고 해결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 등장한다. 비단 민족문제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의 사회적 갈등문제 해결에 있어 직접민주주의의 유용성을 가장 잘 시사하고 있는 대목이다.
7장에서는 논의는 보다 논쟁적이다. 직접민주주의 도입을 반대하는 주장들의 “시민들은 무능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한 비판이 핵심 주제이다. 저자들은 시민의 무능 논리가 직접민주주의 반대 논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성을 가진 보통선거권 도입, 여성참정권 도입 등 민주주의 확대과정에서 수없이 반복된 오래되고 낡은 레퍼토리라는 점을 지적한다. 무능한 시민들의 이미지에 대한 그들의 첫 번째 답은 “현실을 보라”이다. 아마추어인 시민들의 잘못된 선택의 위험이 사실이라면, 스위스의 오늘은 존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답은 민주주의를 위한 기술적, 교육적 전제 조건들이 잘 충족된 현실을 외면하고, 참여 과정을 통해 “행하면서 배운다”는 진리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그러한 주장들의 허구성이다. 특정한 정치인들이 보다 잘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어떠한 근거도 없는 ‘반대를 위한 억지논리’이며, 의사결정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반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직접민주주의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민주주의 지속적인 존속을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이러한 비판은 제기 자체가 무용한 일임을 강조하고 있다.
8장에서는 직접민주주의 실천의 과정에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토론과 정부와 언론을 통한 “충분히 정보를 제공”에 대해 논의한다. 민주주의 발전의 전제조건의 문제로 늘상 토론의 무대에 오르는 미디어의 역할, 정치인과 정당들의 책임성, 시민들의 의식 수준과 직접민주주의의 상호작용에 대해 직접민주주의와 상관관계를 다루고 있다. 국민투표를 앞둔 스위스 시민들의 여론형성과 공적토론의 과정, 언론의 공정성과 정확성, 정부와 정당들의 노력을 보여주면서, 결론적으로 직접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전제조건과 상호작용을 통해 상호 발전을 촉진하는 시스템임을 설명하고 있다.
9장에서는 직접민주주의와 경제성장과의 관계를 논한다. 오랫동안, 직접민주주의가 경제성장에 제해된다는 비난이 있어왔다. 그러나 스위스의 경험과 실증적인 연구의 결과는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오히려 직접민주주의야 말로 성장을 촉진하고 사회를 튼튼하게 하며 국민을 더 행복하게 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결론이다. 경제성장에 있어서 직접민주의가 오히려 독이 아니라 약이 된다는 통설을 뒤집는 스위스경제인연합회 입장과 연방내 주들의 성장함수를 실증적으로 연구한 결과도 소개된다. 직접민주주의는 정부의 투명성 제고, 사회적 합의와 공고화, 다수의 참여를 통한 합리적 의사결정 등의 기능을 통해 경제적 측면에서도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10장에서는 직접민주주의 제도의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떻게 설계되는냐에 따라 직접민주주의가 그 가치와 의미를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특히 시민발의의 경우 준비기간, 이슈의 제한 여부, 시민발의 서명정족수 등이 핵심적인 가늠자가 된다는 것이다. “위로부터의 국민투표(Plebiscite)”의 경우는 국민동의의 형식을 통한 정부와 집권자의 정당화 절차나 합법성 획득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국민투표에 대한 엄밀한 진단과 더 많은 고민을 제기한다.
11장에서는 민주주의 민주화의 대안으로서의 직접민주주의의 과제를 논한다. 특히 유럽연합의 문제와 관련하여 스위스의 고민을 하나의 도전으로 바라보고 있다. 스위스의 시민의 권리가 유럽연합의 결정들에 의해 위협받지 않을까하는 걱정과 함께 유럽연합에 참가를 통해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가 유럽연합 전체로 확산될 좋은 기회로 생각한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아울러 연방정부 또는 정부의 개입 정도와 역할, 우편투표 또는 전자투표의 도입이 가져올 문제점, 캠페인 과정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정확성과 감시의 문제, 캠페인 자금의 원천과 투명성 등을 보완해 나갈 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12장에서는 민주주의 논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실의 직접민주주의 확산에 대해 강조하며, 대의제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직접민주주의에 의해 보완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임을 강조한다. 지금이 직접민주주의를 통환 보완을 통해 파트타임 민주주의가 풀타임 민주주의로 전환할 적기라는 주장이다. 여기서 유사 직접민주주의와 구별되는 최소한의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있는데, 시민발의와 국민투표 권리의 보장 여부, 구속력을 가지는 국민투표, 최소 투표율 등의 제한조건 해제, 선거자금의 투명성, 공정한 토론기회와 미디어 사용의 보장, 정부의 공개토론 여부 등 여섯가지가 그 내용이다.
제2부에서는 주제별 참고자료 30가지에 대한 심도 깊은 정보를 제공한다. 30개의 주제별 참고자료(Fact sheet)을 제공한다. 여기서는 스위스 시민발의와 국민투표의 각종 통계자료와 사례, 스위스 직접민주주의 운영의 절차와 과정에 대한 소개,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적 이해와 비교검토,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각종 제안과 지침을 담고 있다. 아울러 전 세계의 직접민주주의의 현황과 과제를 일목요연한 연구보고서는 각 대륙별 흐름과 과제 또한 잘 정리되어 있다. 한국어판에서는 우리의 직접민주주의 제도의 도입과 현황에 대한 논문을 덧붙여 실었다.
이 책은 한국에서의 직접민주의, 그 가능성과 전망을 본격적으로 확인하게 하는 데 하나의 지침서가 되며, 아울러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의지와 역동성이 그 어느 곳보다 탄탄한 우리에게 직접민주주의 도입을 위한 생산적 토론의 탄탄한 근거들을 제공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