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왜 인문학적 스토리를 필요로 하는가?
이공계 출신들은 왜 인문학에 취약하고, 또 그 반대편에 있는 인문계 전공자들은 과학에 무지(無知)한 걸까? 지금은 과학기술에 인문학적 소양과 예술적 상상력의 융합이 필요함에도 두 분야 사이의 간극은 멀기만 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을 주장하며 과학기술의 역사를 인문학적 스토리텔링으로 풀어쓴 책 <과학과 인문학의 탱고>가 출간되었다. 공저자는 인하대 명예교수이며 현재 아시아 과학기술 한림원 사무총장(김유항)이고, 같은 길을 걸어온 동지이자 부부 과학도로, 자신들이 사회로부터 받았던 혜택을 사회에 돌려주고자 교향과학서를 쓰기로 했고 그 첫 번째 결실로 이 책을 내놓았다.
최근 대기업 채용을 보면 이공계 출신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CEO들도 이공계 출신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제품의 본질에 충실한 인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기본을 아는 인재가 제품에 예술적?창조적 감성을 담는다면 금상첨화이고, 그러려면 인문학적 소양을 기본으로 한 휴머니티와 인문학적 스토리를 창조해낼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창조적 파괴와 집념, 시련으로 점철된 과학자들의 삶을 통해 과학의 진보 과정을 살피고, 그들 과학자들의 성취를 전문가의 시각에서 친절하게 해설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고 아이디어와 영감을 제공하고자 한다. 게다가 신소재와 같은 새로운 분야를 다루며 과학기술의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인문학적 토양에서 탄생한 ‘르네상스 맨’
중세시대에는 모든 지식의 개념에 ‘인문주의’가 근본으로 깔려 있었다. 단테의 작품을 읽는 피렌체의 상류층들은 과학에 무지(無知)하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고, 르네상스의 사상가들은 과학과 인문학을 두루 섭렵했다.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같은 다방면에 박식한 ‘르네상스 맨’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인문학적 토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과학혁명과 산업혁명 등 격변기를 지나면서 과학과 인문학의 간극은 커져갔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 과학기술 혁신만으로는 성장 동력의 한계를 인식하고 과학은 인문학, 철학, 예술 같은 타 분야 학문과 과학기술의 창조적 융합 연구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즉, 현대는 과학기술에 덧붙여 더 많은 인문학적 스토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작 뉴턴은 연금술사였다
만유인력을 발견하고 천체역학 등에서의 탁월한 업적으로 뉴턴은 과학의 아이콘이자 자연과학의 가장 위대한 혁명을 이룬 물리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뉴턴이 비밀리에 20년 동안이나 연금에 몰두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뉴턴의 지적 탐구 영역은 고대의 신비술, 연금술, 성경의 해석, 신학 연구 등으로 다양해서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게다가 뉴턴은 인생의 대부분을 바이블 코드를 찾는 데 보냈는데, 하나님이 숨겨놓은 우주의 비밀 코드를 물리뿐만 아니라 성서에서, 연금술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찾으려는 그의 지치지 않는 노력과 엄청난 지적 갈망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뉴턴이 하루 4~5시간만 자면서 지하실에서 연구에 몰두한 연금술의 소중한 기록들은 ‘다이아몬드’(뉴턴의 개 이름이다)가 넘어뜨린 촛불로 인해 대부분 소실되고 말았다. 그러나 연금술은 화학의 유아기로서 밑거름이 되었다. 그밖에도 반물질, 인공지능, 파동역학, 양자역학, 슈퍼 원소 등에 대해서도 에피소드를 곁들어 쉽고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과학지식의 전도사’ 부부 과학도
과학이란 ‘탐구하고 수정해가며 진리를 탐구해가는 과정’으로, 우리가 과학을 배우는 이유도 세상을 보는 합리적 시각을 기르기 위함이다. 그런 점에서 이공계가 아닌 사람들도 과학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중고등학교의 암기식 교육이 과학을 멀리하게 만들었고, 게다가 이과?문과로 나누면서 과학과 인문학은 더욱 멀어져 갔다.
이 책의 공저자는 20대부터 함께 유학하고, 함께 인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결혼까지 한 부부 과학도이다. 퇴직 후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과 재능을 어떻게 사회에 돌려줄까를 고민하다 교양과학서를 쓰기로 했다. 저자들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어떻게 하면 좀더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까“가 늘 화두였었다. 이제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결코 가볍지도 않으면서 재미있는 과학책을 찾는 독자들을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저자들은 밝히고 있다.
책속으로 추가
이공학도로서 더 유쾌하지 않은 것은 과학기술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이 2009년부터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과학기술위성 2호를 지구 저궤도(低軌道)에 올려놓는 나로호 발사를 몇 차례나 시도하여 온 국민을 안타깝게 하다가 2013년 1월 30일에서야 드디어 성공할 수 있었다. 더구나 나로호 1단 로켓은 소련에서 들여왔다고 하고, 북한이 자체 개발 성공한 은하로켓 3단의 기술보다 약 10년가량 뒤지고 있다고 하니 여간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다.
미사일과 우주발사체의 차이점은, 로켓에 핵탄두 등 무기를 실으면 미사일이 되고, 인공위성, 인공행성, 달 탐사선 등 우주비행체를 실어 쏘아 올리면 우주발사체가 된다는 것뿐이다. 따라서 로켓이야말로 대륙 간 탄도 미사일로 전쟁터에서 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꿈의 우주여행을 가능하게 할 우주선 발사체로, 인류 역사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본문중에서)
집안 내에 화장실이 없는 로마의 서민들은 어쩔 수 없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비교적 싼 요금을 내고 도시의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요강을 이용해 용변을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세식 실내 화장실이 없던 시절, 요강은 혼수품 목록에 필수적으로 들어 있었다. 근대식 화장실은 16세기에 들어서야 발명되었기 때문에, 로마의 공중화장실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유료 공중화장실이라 할 수 있겠다. 로마의 대부분의 가정에선 요강을 이용했는데, 용변 후 계단 밑에 놓인 통 속에 내용물을 비우고, 그 통이 차면 나중에 집 가까이에 있는 하수구나 개울에 버렸다. 그러나 주민들 중 상당수가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거나, 밖에 있는 하수구까지 가는 수고를 아끼려고 요강 속의 오물을 그냥 창문 밖으로 버리는 경우가 많았던 모양이다. 때마침 엄청 재수 없는 보행자가 그 밑을 지나다가 오물을 뒤집어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여 분쟁이 끊이지 않자, 마침내 오물 투척으로부터 죄 없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까지 제정되었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