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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통찰력 상세페이지

과학 자연과학

곤충의 통찰력

해충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소장종이책 정가20,000
전자책 정가20%16,000
판매가16,000
곤충의 통찰력 표지 이미지

곤충의 통찰력작품 소개

<곤충의 통찰력> 어째서 제 먹잇감이 아닌 식물을 먹고 죽는 곤충보다 굶어 죽는 곤충이 더 많은가?
헨리 포드는 집파리를 억제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
왜 일부 파리에게는 젖샘과 자궁이 있을까?
곤충은 보호 장치가 거의 혹은 전혀 없는데 어째서 온도가 빙점 한참 아래로 떨어져도 꽁꽁 얼지 않는가?
미국의 한 곤충학자는 쑥대밭이 될 수밖엔 없던 프랑스 포도원을 어떻게 구제해주었는가?

이 책의 9장은 ‘속임수로 포식자 따돌리기’에 관해 설명한다. 그 대상이 되는 곤충이 ‘검은제비꼬리나비’다. 번데기 상태와 얼룩나방 상태 두 단계에서 관찰해 그 결과를 언급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얼룩나방 상태의 결과다. 물론 번데기 상태에서도 배경색이 같은 곳의 번데기들이 반대의 경우보다 포식자의 습격을 덜 받는 경향이 있음을 저자는 밝힌다. 그런데 얼룩나방이 살던 숲이 산업혁명이 전개되면서 서서히 변화를 겪는다. 19세기에 석탄을 때는 공장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공해로 인해 공장 부근에 자리한 숲의 나무 기둥이 검어졌고, 나무껍질에 붙어서 자라던 이끼도 사라졌다. 밝은색 얼룩나방은 검은 나무 기둥에 붙어 있을 경우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1848년 검은색 얼룩나방 한 마리가 산업도시 맨체스터 인근에서 과거에는 모두 밝은 색이었던 집단 가운데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1898년경에는 맨체스터에 서식하는 얼룩나방 개체 수의 약 95퍼센트가 검은 색이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음은 물론이다.

이런 내용을 서두에서 먼저 언급하는 것은 이 책이 철저하게 자연선택에 의거한 진화론에 근거해 곤충의 생활양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밝히기 위함이다.


출판사 서평

자연선택이 이끄는 진화는 30만 종이 넘는 식물과 120만 종이 넘은 동물을 만들어냈으며, 그 동물종 가운데 90만 종이 곤충이다. 이들 곤충 집단은 우리 인간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만약 곤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농업을 비롯한 생태계 전반이 무너질 테고,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이라는 존재도 더는 존속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중 2퍼센트 미만만이 제멋대로 굴면서 인간이 재배한 곡물을 먹어치우고 질병을 옮기는 등 갖은 만행을 저지르면서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오직 극소수 곤충만을 해충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왜 이 책에서는 해충만을 그 대상으로 하여 그들의 삶과 생활양식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을까?
한 가지 이유는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일반적으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무해 곤충보다 극소수에 불과한 성가신 곤충종에 관한 지식이 한층 더 풍부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해충은 경제적으로 중요하므로 언제나 해충이 아닌 곤충보다 더 많은 연구 비용을 투자했으며, 더욱이 연구를 위해 쉽게 이용할 수 있고 과학적으로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어 과학 기초 연구의 ‘실험동물’로 쓰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해충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것은 “해충이란 인간 활동을 간섭하는 곤충종”을 말한다(90만 종 가운데 채 2퍼센트도 안 된다면 몇몇 곤충종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과 몇몇 곤충종은 항상 동시에 같은 것을 원하기 때문에 투쟁하며, 그 투쟁이 치열한 것은 그들이 얻고자 하는 바가 양쪽 모두에게 더없이 소중한 탓이다. 우리 인간은 흔히 스스로를 자연의 주인이자 정복자라고 여기지만, 곤충이야말로 인간이 그러한 시도에 나서기 훨씬 전부터 세상을 통제하고 완전히 장악해왔다. 그들은 인간이 그들 고유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으려 할 때마다 어찌나 집요하고 능란하게 저지해왔는지 인간은 그들을 상대로 그 어떤 중요한 우위를 점했다고도 우쭐대기 힘든 처지다.

인간도 마찬가지지만 생존을 위해 모든 동물의 삶은 세 가지 임무의 지배를 받는다. 먼저 우리가 늘 보아온 대로 자기가 속한 종(種)을 재생산해야 한다. 아울러 그렇게 하기 위해 잡아먹히는 것을 피해야 하고, 성적으로 성숙해질 때까지 끊임없이 먹고 성장해야 한다.

초식 곤충의 약 90퍼센트는 한 과, 혹은 그와 유연관계인 두어 과에 속한 몇몇 식물만을 먹잇감으로 삼는 데 적응했다. 여기에는 옥수수근충, 광대파리, 코들링나방, 밀혹파리 따위가 포함된다. 이들은 한결같이 자기 ‘먹잇감’이 아닌 식물을 먹느니 차라리 굶어 죽는 쪽을 택한다. 배추흰나비 유충, 배추좀나방 등을 비롯한 모든 ‘기주 특이적’ 곤충은 영양 성분이 아닌 ‘이차적’ 화학 물질의 맛이나 냄새로 어떤 것이 자신에게 적절한 기주 식물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식물의 세계에는 이들 화학 물질이 수천 가지나 널려 있는데, 그 대부분은 독성이 있으며 곤충에 맞서 식물을 보호하므로 자연선택의 검열을 무사히 통과했다. 어떤 곤충은 특정 식물 집단의 ‘화학 작용제’를 해독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그런 다음 식물의 이차적 화합물의 맛이 어떤지를 기준으로 먹어도 안전한지 여부를 판별한다. 기주 특이적 곤충은 여러 가지 적응을 통해 특정 먹이 식물만 고집하기에 이른다. 그들은 기주 식물의 방어 기제에 대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식물의 계절적 주기와 동기화한다. 즉 그들의 소화계는 그 먹이 식물을 먹고 사는 데, 그들의 위장술은 기주 식물의 외관에 맞춰져 있다.
물론 기주 특이적 곤충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우리 인간이나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곤충도 별개의 영양 물질 중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균형 잡힌 식단을 짤 수 있다. 예를 들면 초식성 큰담배밤나방 애벌레, 씨앗을 먹는 곡류 해충, 그리고 잡식성 바퀴벌레가 이 같은 능력을 지녔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큰담배밤나방 애벌레는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제공한 먹잇감 가운데 설탕과 단백질을 자신에게 맞도록 조화롭게 선택했다. 자연에서는 이러한 능력이 곤충의 섭식 행동에서 매우 중요하다. 큰담배밤나방 애벌레와 곡류 해충은 비타민이 풍부한 배아, 그리고 전분 부분인 옥수수 알갱이와 밀알을 적절한 비율로 섭취했다. 메뚜기는 여러 가지 식물종을 섞어 제시했을 때 최적의 비율로 섞어 먹음으로써 한 가지만 먹을 때보다 더욱 잘 자랐다. 다른 곤충들도 이와 비슷하게 행동하리라 가정하는 것은 타당하다. 이를테면 암컷 모기는 피와 꿀을, 꿀벌은 꿀과 꽃가루를 최적의 비율로 섭취하며, 포식성 곤충은 다른 여러 종의 먹잇감을 골고루 섞어 먹음으로써 식단의 질을 높인다.

끝까지 살아남으려면 일단 두 가지를 극복해야 한다.
그 첫째는 겨울을 무사히 넘기는 것인데, 북극 지방과 온대 지방에 사는 곤충에게는 중차대한 문제다. 그들 곤충 대다수는 휴면이라 일컫는 동면 비슷한 상태로 살아남는다. 그들은 휴면하는 동안에는 발달을 멈추고, 지독한 추위를 잘 견디며, 몸에 비축해놓은 지방으로 겨우내 살아남기 위해 신진대사율을 낮춘다. 휴면은 어느 발달 단계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우리가 휴면과 관련해 살펴본 도롱이벌레는 진딧물이나 매미나방처럼 알 단계에서 휴면한다. 그런가 하면 코들링나방과 알풍뎅이는 유충 단계에서, 배추흰나비와 큰담배밤나방은 번데기 단계에서, 긴노린재와 몇몇 모기종은 성충 단계에서 휴면한다. 그들은 휴면을 종료하면 그때가 봄이든 여름이든 가리지 않고 발달을 재개한다. 그러나 어느 한 종의 구성원은 예외 없이 거의 동시에, 그들 자신에게 가장 우호적인 때에 맞춰 휴면을 끝낸다. 이를테면 교미하기에 가장 좋은 때, 온도가 알맞을 때, 자신들이 꿀을 빨아 먹는 식물의 꽃이 만발할 때, 혹은 기생 곤충이라면 자기 기주를 이용할 수 있을 때 그렇게 한다.
다른 하나는 다른 곤충이나 동물한테 잡아먹히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스스로를 보호하는 다양한 방도가 있다. 밤에 날아다니는 나방은 귀가 있어 박쥐가 반향 위치 측정을 하면서 내는 울음소리를 듣고 회피 작전을 쓴다. 꿀벌은 침입자를 쏘아 자기 군체를 보호한다. 검은제비꼬리나비는 여러 가지 방어 기제를 보유하고 있다. 그들의 작은 유충은 마치 새똥처럼 보이므로 새들이 무심하게 지나친다. 그들의 번데기 역시 여름에는 초록색으로, 겨울에는 갈색이나 회색으로 환경과 어우러지는 식의 위장술을 구사해 눈에 띄는 상황을 피한다. 그들의 성충은 얼마든지 먹어도 무방하지만 독성 나비를 의태함으로써 새들의 공격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어떤 방어 기제도 완벽하지는 않다. 따라서 포식자와 기생 곤충의 습격을 이기고 끝까지 살아남는 곤충은 거의 없다. 이는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만약 매미나방의 알 400개 가운데 2개, 집파리의 알 500개 가운데 2개, 큰담배밤나방의 알 1000개 가운데 2개가 살아남아 각각 생식력을 지닌 성충이 되었다고 치자. 그러면 이들은 고스란히 부모를 대체할 테고, 그 종의 개체 수는 해가 지나도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다. 그런데 살아남는 알이 거기에 각각 2개씩 더해진다면, 그래서 총 4개가 된다면 개체 수는 한 세대마다 2배가 되고 결국에 가서는 폭발적으로 불어날 것이다. 집파리 개체 수는 한 해 동안 딱 10세대만 거쳐도 자그마치 500배나 늘어나 생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대재앙 수준에 이를 것이다. 개체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암수 한 쌍이 배출한 자녀 500마리 가운데 498마리는 생식력을 갖춘 성충이 되기 전에 죽어야 한다. 지구 생태계의 안녕이라는 관점에서는 다행스럽게도 개체 수 폭발은 극히 드문 일이다. 주로 포식자나 기생 곤충이 자기 본분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살충제를 뿌려서 사과나무 과수원에 서식하는 포식자나 기생 곤충마저 죽인 결과 빚어진 사태를 보면, 그들이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을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다. 사과나무 식자 곤충은 그들을 억제해주는 포식자나 기생 곤충이 없어진 탓에 애초에는 경제적 해를 입히지 않는 작은 해충에 불과했으나, 살충제에 내성을 키우고 개체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심각한 경제적 위협으로 떠오른 것이다. 물론 곤충들에게는 스스로를 보호하는 다양한 방도가 있다.

생식은 가장 궁극적인 진화의 명령이다. 생존의 내력을 보여주는 ‘청사진’으로서 자연선택의 검열을 통과한 유전자를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생식을 용이하게 하는 구조적·생리적·행동적 적응은 천태만상이다. 그 가운데 특히 수컷과 암컷의 교미 방식은 눈여겨볼 만하다. 예를 들어 도롱이벌레나 매미나방 등을 비롯한 수많은 종은 성페로몬으로 교미 상대를 꼬드긴다. 일부 종의 수컷은 광대파리의 경우 암컷이 산란하는 장소에, 체체파리의 경우 암컷이 먹잇감을 구하는 장소에 미리 숨어서 암컷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모기의 수컷과 암컷은 수많은 파리와 마찬가지로 교미철이 되면 공중에서 떼 지어 몰려 있다. 이들은 이처럼 확연하게 눈에 띄는 특성을 보이며 무리 속에서 짝을 만난다.
모든 동물은 진화를 거치면서 생식력을 지닌 성체가 될 때까지 살아남을 후손의 수를 극대화하도록 프로그램화되었다. 진딧물과 체체파리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서로 상반된 두 가지 전략을 택한다. 진딧물은 숫자 게임을 한다. 즉 수많은 자녀를 낳은 다음 그중 일부가 운좋게 살아남길 노린다. 반면 체체파리는 극소수의 자녀를 낳지만 애지중지 돌봄으로써 생존율을 높인다.
진딧물, 큰담배밤나방, 도롱이벌레, 밀혹파리 등 수많은 알을 낳는 곤충은 자녀들에게 상대적으로 거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한 하루살이종의 암컷은 물속에 낳은 알을 덩어리째 방치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하루살이종은 부모로서 그보다는 약간 더 신경을 쓴다. 기주 특이적 초식 곤충은 자기 자녀들이 살아가는 데 적합한 식물에 알 덩어리를 슬어놓고서야 곁을 떠난다. 암컷 콩잎벌레는 콩 식물의 기저 근처 땅에 알을 묻는다. 광대파리는 알을 한 번에 하나씩 사과 속에 집어넣는다. 검은제비꼬리나비는 파슬리나 그와 유관한 식물의 이파리에 알을 일일이 붙인다. 단생 벌은 부모로서 보살핌을 그보다 더 베풀므로 더 적은 수의 알을 낳아도 된다. 이들은 굴이나 둥지에 딱 한 개의 알을 낳은 다음, 나중에 부화한 유충이 번데기화할 때까지 충분히 먹을 만큼의 꽃가루 덩어리나 꿀 위에 그 알을 올려놓는다. 단생 말벌 역시 비슷한 행동을 하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둥지에 곤충이나 거미를 잔뜩 채워놓는 것이다.
부모로서 단연 최고의 보살핌을 제공하는 곤충은 체체파리, 양파리 그리고 박쥐의 털에 붙어살면서 피를 빨아 먹는 네댓 종의 작은 무시(날개 없는) 파리다. 이들의 ‘전략’은 알을 낳는 게 아니라 일평생 대여섯 마리에 불과한 소수의 유충을 낳는 것이다. 이들은 임신 기간 내내 유충을 몸에 지니고 다니며, 유충이 다 자라서 번데기 단계로 탈바꿈할 채비를 마치면 드디어 출산한다. 다른 몇몇 곤충은 알을 낳지만 유충으로서 자라는 동안 번데기화할 태세를 갖출 때까지 먹잇감과 돌봄을 제공한다. 송장벌레의 암수는 쥐 같은 작은 동물의 시체를 발견하면 그것을 묻고, 암컷이 그 부근 땅에 알을 몇 개 낳는다. 암수는 그런 다음 미리 소화시킨 시체를 게워 먹이면서 부화한 유충들이 번데기가 될 때까지 돌본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알려진 90만 가지 곤충종은 지상의 모든 육지·담수 생태계에 꼭 필요한 구성원이다. 그들이 없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상의 생명체는 물론 우리 인간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곤충 가운데 극히 일부인 2퍼센트만이 우리가 저장해놓은 곡물을 좀먹고, 재배하는 작물에 해를 끼치며, 질병을 퍼뜨린다는 사실과 마주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러한 것들을 극복할 수 있을까?
최선의 방법은 비(非)살충제적 방제법 하나만 선택할 수도 있고, 거기에 한 가지 살충제를 신중하게 덧붙이는 방안일 수도 있다. 살충제는 때로 최선의 곤충 방제법이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 말라리아 근절 운동은 거의 성공을 거두는 듯했지만, 모기가 DDT에 내성을 키우자 실패로 돌아가 이내 대대적으로 재발했다. 그럼에도 DDT는 30년간 말라리아를 억제함으로써 수많은 사람을 고통과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었다. 그러나 살충제는 약물과 마찬가지로 흔히 오용하거나 과용할 경우 달갑잖은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는 사과나무 과수원에 DDT를 비롯한 여러 살충제를 살포하자, 사과나무 식자 곤충을 제어하는 포식자와 기생 곤충마저 죽어버려 새로운 해충과 진드기를 ‘창출’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알풍뎅이가 인디애나 주에서 일리노이 주로 쳐들어오지 못하게 막기 위해 디엘드린을 사용한 시도는 결국 수포로 돌아갔으며, 환경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독하디독한 그 물질을 밭에, 농가에, 마을에 닥치는 대로 뿌려댄 결과, 애완동물과 가축이 숨졌고 다람쥐는 거의 종적을 감추다시피 했다. 그뿐만 아니라 무수한 명금(鳴禽)이 사라짐으로써 레이첼 카슨은 살충제 오용에 관해 폭로한 책의 제목을 《침묵의 봄》이라고 붙이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살충제 없이, 혹은 살충제를 분별력 있게 사용함으로써 해충을 억제·근절하는 수많은 방법 가운데 몇 가지를 살펴보았다. 체체파리의 피해에서 벗어난 것은 그들이 살충제를 흠뻑 뿌린 ‘가짜’ 소에 내려앉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통해서였다. 프랑스 포도주 산업을 구제한 것은 포도나무뿌리진디에 취약한 유럽의 양주용 포도나무를 그 곤충에 저항력 있는 미국의 포도나무종과 접붙이는 방식을 통해서였다. 알풍뎅이 유충은 알풍뎅이와 무관한 동물이나 인간에게 무해한 유화병 원인균의 포자를 그들이 들끓는 지역의 잔디밭에 뿌림으로써 방제할 수 있었다. 긴노린재는 중서부의 경작 시스템에서 밀을 대두로 대체하고부터 더 이상 문제 되지 않았다. 밀혹파리는 산란하는 암컷이 죽기를 기다렸다가 밀을 심는 식으로 제어했다. 마지막으로 나선구더기파리는 불임 수컷을 풀어서 생식력 있는 수컷과 맞붙인 결과 미국에서부터 남쪽으로 파나마까지 완전히 근절할 수 있었다.

앞에서 밝혔듯이 우리는 소수 해충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이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피해를 안겨주므로 무해하다 싶은 곤충보다 그들에 대한 연구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비용을 투자한 결과다. 이는 적어도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당연한 일이다. 다행히 우리가 해충에 관해 알아낸 사실은 다른 모든 곤충에게도 적용될 뿐 아니라, 인간 역시 생존을 기대고 있는 전 지구적 생명체의 망(web)에서 곤충이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저자 소개

저 : 길버트 월드바우어


Gilbert Waldbauer
일리노이 대학교 곤충학과 명예교수이다. 생물학의 대중화에 힘써온 저자는 과학적으로 건전하면서도 유익한 책을 여러 권 펴냈는데, 전문 용어를 피하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쓰기로 독자에 다가가고자 한다. 저서로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판된 『욕망의 곤충학(Fireflies, Honey, And Silk)』을 비롯해서 『곤충 안내서(The Handy Bug Answer Book)』 『수백만 마리의 제주왕나비(Millions of Monarchs)』 『곤충은 어디에 소용되는가(What Good Are Bugs?)』 등이 있다.

역 : 김홍옥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와 같은 대학 교육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광양제철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우리교육,삼인 출판사 등에서 근무했다. 옮긴 책으로 『경이로운 반딧불이의 세계』 『곤충의 통찰력: 해충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인류는 어떻게 기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가』 『화폐의 신: 누가, 어떻게, 세계를 움직이는가』 『아나키즘: 이론에서 실천까지』 『레이첼 카슨: 환경운동의 역사이자 현재』 『경제성장과 환경 보존, 둘 다 가능할 수는 없는가』 『우리의 지구,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가』 『파괴의 씨앗 GMO: 미국 식량제국주의의 역사와 실제』 『가르침의 도』 『가르침의 예술』 『제약회사는 어떻게 거대한 공룡이 되었는가』 『월트 디즈니 1, 2』 『레이첼 카슨 평전』 『교사 역할 훈련』 『신과의 만남, 인도로 가는 길』 『유인원과의 산책』 등이 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감사의 글
서문

01 가장 위험한 곤충-모기
02 진행 중인 진화-집파리
03 다윈이 알고 싶어 했던 것-초파리
04 자연선택, 농부의 허를 찌르다-옥수수근충
05 한 종이 두 종으로 분화하는 법-과실파리
06 후손 보장하기: 숫자 게임-진딧물
07 후손 보장하기: 부모 돌봄의 역할-체체파리
08 휴면란으로서 겨울나기-도롱이벌레
09 속임수로 포식자 따돌리기-검은제비꼬리나비
10 왜 곤충은 그토록 식성이 까다로운가-배추흰나비
11 ‘영양과 관련한 지혜’-큰담배밤나방
12 외래 침입자-매미나방
13 어느 미국인이 프랑스 포도주 산업을 구하다-포도나무뿌리진디
14 살충제가 새로운 해충을 ‘창출’한다-코들링나방
15 저기술 방제에서 고기술 방제로-유럽조명나방
16 DDT의 종언-알풍뎅이
17 농촌 풍경에서 홀연히 사라지다-긴노린재
18 계절과의 동시 발생-밀혹파리
19 곤충으로 다른 곤충 방제하기-캘리포니아감귤깍지벌레
20 교미 파괴를 통한 근절-나선구더기파리

후기

옮긴이의 글: 곤충계의 지명 수배자 명단, ‘나쁜 곤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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