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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관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기이한 이야기지만 미스터리로서 즐기기엔 조금 힘들지 않을까?
아야츠지 유키토의 '흑묘관의 살인'은 준수한 본격 추리물임에도 불구하고, 전작의 거대한 위상에 가려진 아쉬운 작품으로 남았다. 관 시리즈를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폐쇄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피의 학살극'과 복잡한 동선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서스펜스'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흑묘관'은 공간의 폐쇄성이 다소 느슨하고 희생자의 규모 또한 제한적이다. 강렬한 참극이 사라진 자리를 노인의 기록을 복기하는 정적인 서사가 채우면서, 시리즈 특유의 몰아치는 긴박함은 다소 힘을 잃고 말았다. 이 작품은 기억을 잃은 노인의 '사실적인 수기'를 통해 사건의 실체와 장소를 추적하는 이중 구조를 취한다. 여기서 미묘한 모순이 발생한다. 기록자인 아유타 노인은 자신의 기억을 되찾고 별장 개발을 막기 위해 진실을 상세히 남겨야 할 동기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 기록은 마치 독자를 기만하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장치처럼 작동한다. 결과적으로 수기는 흑묘관을 찾는 '단서'인 동시에 찾기를 방해하는 '장애물'이라는 모순적인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인물들의 역할 모델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전작들에서 부족한 추리력 대신 발로 뛰며 현장감을 부여했던 가와미나미는, 이번 작품에서 과거 사건을 평온하게 지켜보는 관찰자로 머물며 탐정의 논리에 수동적으로 동조하는 역할에 그친다. 탐정 시시야의 추리 또한 기록의 모순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예리한 통찰이라기보다 설정된 결론에 맞춘 다소 무리한 추리를 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서사적 긴장감이라는 방어막이 옅어진 자리에서 이러한 기교 중심의 설정들은 더욱 도드라질 수밖에 없었다. '흑묘관의 살인'은 아유타 도마의 정체와 그 이면의 진실 등 그 자체로는 충분히 흥미로운 지점을 지닌 소설이다. 하지만 관 시리즈라는 브랜드, 특히 '시계관의 살인'이라는 최고작 바로 뒤에 등장했다는 사실은 이 작품에 피할 수 없는 부담이 되었다. 서사의 밀도가 트릭의 작위성을 충분히 상쇄하지 못하면서, 장르적 장식만이 강조된 셈이다. 결국 '흑묘관'은 독보적인 전작을 둔 후속작이 숙명처럼 감내해야 할 피치 못할 제약 속에서, 시리즈의 궤적을 잇는 평이한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관시리즈중에서 제일 하위권 안 읽어도 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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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묘관의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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