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서클”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박물관에서의 공포」에는 그레이트 올드원에 속하는 란-테고스(Rhan-Tegoth)가 등장합니다. 유고스에서 지구를 찾아온 란-테고스는 양서류의 특성을 지닌 반면 생김새는 거대한 곤충류를 떠올리게 합니다. 『광기의 산맥』이 남극의 괴생명체를 선보인다면, 이 작품의 란-테고스는 3백만 년 전 북극의 유적에서 발견되는데요. 그밖에 새로 추가된 크툴루 신화의 확장 요소 즉 가상의 책 『도올 영창』과 그레이트 올드원 계열의 샤우그나 판(Chaugnar Faugn), “차원의 솀블러” 등도 이 작품을 통해 데뷔합니다. 배경은 런던이고, 이곳의 한 사설 밀랍인형 박물관에서 모든 사건이 전개됩니다. 존스는 로저스라는 남자와 그의 밀랍인형 박물관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자주 찾아갑니다. 존스의 관심을 끈 부분은 로저스에 관한 소문 요컨대 기괴한 종교적 제식을 행하고 있다는 소문뿐 아니라 박물관의 진열품들에서 느껴지는 광기와 천재성인데요. 존스는 로저스와 점점 친분을 쌓아가면서 그 광기의 핵심에 태고의 괴생명체가 있음을 직감합니다. 하지만 그 끝에서 마주한 것은 파멸과 죽음 또 다른 광기입니다. <책 속에서> 나중에 그는 조지 로저스에 관해 알게 되었다. 투소의 직원으로 일하다가 어떤 문제 때문에 해고를 당했다고 한다. 그의 정신 상태에 대해 악의적인 비방이 있고, 정신 나간 비밀 의식을 치른다는 얘기도 있다. 나중에 직접 차린 지하 박물관이 성공을 거두면서 일부 비난의 각이 무뎌진 반면, 다른 잠재적인 비난의 각은 더 날카로워졌다. 악몽의 기형학과 도상학이 그의 취미였다. 성인 전용의 구석 전시실에 있는 최악의 밀랍인형 일부를 가려놓는 신중함까지 갖추고 있었다. 존스를 푹 빠져들게 한 것이 바로 이 구석 전시실이었다. 이곳엔 오로지 상상으로만 가능하고, 기막힌 재주로 만들어져 진짜 살아있는 것처럼 색칠된 혼성물들이 있었다.
일부는 잘 알려진 신화 상의―고르곤, 키메라, 용, 키클롭스 류의 오싹한―존재들이었다. 또 어떤 것은 더욱 음산하고 은밀한 속삭임으로 떠도는 지하의 전설을 토대로 하고 있었다. 무형의 검은 차토구아, 많은 촉수가 달린 크툴루, 주둥이가 비죽 나온 샤우그나 판, 『네크로노미콘』, 『아이본의 서』 혹은 폰 윤스트의 『비밀 의식』 같은 금서에서 나온 불경한 존재들이 그랬다. 그러나 가장 무시무시한 형태는 순전히 로저스 본인의 독창성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기존의 어떤 이야기에도 암시조차 하지 않은 것들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 중 몇 개는 우리가 아는 유기체의 모습을 섬뜩하게 패러디한 것이고, 다른 행성과 다른 은하에 관한 과잉된 꿈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형태들도 있었다.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의 퍽 난폭한 그림들이라면 살짝 보여줄 법한, 그러나 거대한 크기와 소름끼치도록 노련한 장인의 손길 게다가 전시 공간의 사악하리만큼 영리한 조명에 의해 빚어진 신랄하고 역겨운 공포의 효과만큼은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