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교회 거의 대부분은 도시에 존재한다. 교회마다 구역 혹은 목장과 같은 조직이 있다는 점에서, 아마도 우리네 도시에서 가장 조직화된 단체가 교회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대단한 잠재력이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우리 교회는 도시 속에 어떻게 존재할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길거리에서 차와 커피, 사탕을 나누어 주며 전도하는 일, 어린이집 같은 선교원이나 이런저런 형태의 복지 시설을 운영하는 정도랄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가 없다 보니, 최근 들어서는 동성애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와 같은 구호로, 가끔은 극우적인 정치 구호와 엉켜 교회가 도시와 세속 사회에 등장하기도 한다.
이 책은 도시 안에 교회가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 나아가 교회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와 같은 묵직한 문제를 다룬다. 무엇보다 ‘좋은 도시’에 초점을 맞춘다. 지금도 여전히 전국의 도시에 ‘성시화’를 추구하는 연합 기관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거룩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목표와 본서가 제기하는 ‘좋은 도시’는 어떻게 비슷하고 다를까? 성시화를 위한 교회 활동은 일반 대중에게는 실제로 어떻게 보일까? 무엇이 좋은 도시를 만들며, 이를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이 책은 공공신학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책으로, 도시 안에 존재하는 교회의 역할에 대한 이론적인 진술과 현장에서 경험되고 확인된 실천적인 진술을 담고 있다. 기존에 알고 있거나 들었던 것을 정리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면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고민하고 나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하는 매우 중요하고도 의미심장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 도시에 존재하는 우리네 모든 교회의 당장의 과제다. 적어도 분명한 것은, 이제 우리가 추구할 목표는 ‘성시’가 아니라 ‘좋은 도시’라는 점이다.
_김근주, 《복음의 공공성》 저자
근대 사회의 전개는 도시의 형성에 의존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국가의 근대 사회로서의 성격은 그 국가의 중심 도시(들)가 어떻게 구축되었는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아 왔다.
근대 절정기를 주도했던 국가는 영국이었다. 그런데 그 영국은 20세기 이후 빠르게 무너지고 있고, 1980-1990년대에 오면 근대적 사회 체제의 해체와 재구축 현상이 급격히 구조화되었다. 바야흐로 후기 근대적 전환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당시 가장 결정적인 후기 근대적 기획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다른 기획들도 열정을 뿜어내고 있던 시기가 바로 이 시기였다.
그중 하나가 도시재생 운동이다. 쇠락한 근대적 도시, 이제는 근대의 매력보다는 추함이 응축되어 있는 공간이 된 그곳을, 인간과 존재와 비존재, 이 모든 것 간의 상생적 소통이 일어나는 장fields으로 변모시키려는 시도다. 다양한 영역에서 각 범주들이 ‘따로 또 같이’ 도시재생 운동에 동참했다. 교회도 그중 하나였다. 이 책은 바로 그 운동에 참여한 영국 교회의 활동 양식과 해석의 흔적을 담고 있다.
이런 사회 역사적 맥락을 감안하면서 책 속에서 드러나는 혹은 숨겨진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하나의 독서법일 것이다. 하지만 더 좋은 독서는 그 이상이어야 한다. 2000년대 이후, 특히 IMF 사태 이후 한국 사회는 급격한 사회 해체와 재구축의 도정에 있다. 그 속도가 이제까지 어느 도시들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그 양상 또한 다른 도시들과 매우 다르다. 그 속에서 한국의 교회들은 어떤 역할을 해 왔을까? 특히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한국 교회의 역할을 점검하고 전망을 모색해 보는 일은 매우 절실하다. 독자는 바로 이런 자리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한편 ‘코로나 팬데믹 이후’는 또 하나의 변곡점이다. 이제까지 근대적 도시성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의 하나였던 ‘몸의 역학’의 위상이 격하되고 있다. 과거 ‘정신의 역학’을 대체한 신체성은 무수한 소비재 산업의 표적이었고, 수많은 사회적 지표의 중심 요소였다. 또 민주주의와 복지도 ‘몸의 사회성’이라는 맥락에서 전개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근대 이후의 신학은 몸의 역학을 담론화하고 실천을 구성해 내는 데 집착해 왔다. 한데 코로나 사태 이후 ‘몸의 역학’을 약화시키는 새로운 양상들이 발기하고 있다. 특히 ‘신체 없는 커뮤니티’ 현상은 매우 빠르고 광범위하게 사회를 해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몸을 매개로 하는 비대칭적 연결망이 만들어 놓은 차별과 배제의 사회성이 가장 집중된 곳은, 말할 것도 없이 ‘도시’다. 또한 ‘신체 없는 커뮤니티들’을 만들어 내는 초연결의 네트워크에는 새로운 성격의 차별과 배제가 작동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회는 이런 변화의 맥락에 서 있다. 이런 변화를 직시하면서 독자는 이 책이 미처 말하고 있지 못한 목소리를 읽어 낼 필요가 있다.
_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이사
오늘날 도시는 그 인구밀도 이상으로 현대사회의 문제들이 응축되어 있는 곳이다. 환경 파괴, 불평등, 빈곤, 차별 등은 도시라는 공간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늘 낮은 곳을 향했던 예수 그리스도가 지금 여기 있다면, 아마 도시 구석구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지 않았을까? 이 책은 도시라는 공간에 주목하면서, 도시에 대한 여러 이론들과 도시재생 운동과 관련된 중요한 경험들을 접목시켜 공공신학의 지평을 넓히고 도시 신학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공정하고 평등한 도시, 자유롭게 소통하는 민주주의가 있는 도시, 영혼을 자극하고 감동을 주는 아름다움이 있는 도시, 창조와 혁신의 숨 쉬는 도시,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도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 이 가슴 벅찬 도시의 미래에 교회가 과연 자기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제도로서의 교회’가 도시에서 ‘희망의 등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답하고 있다.
_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잉글랜드 성공회Church of England의 전도구parish• 제도는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이 책이 정확하게 말하듯, 이 제도가 없다면 도심 빈민가, 외곽 단지, 시골 지역 대부분은 “오래 전에 버려졌을 것이고, 교회들은 편안한 복음으로 편안한 이들을 섬기기 위해 도시 외곽의 부촌으로 모여들었을 것이다.”
• 성공회에서 관할 지역을 분할한 가장 작은 단위로, 본당 사제가 사목하는 지역을 말한다.
나는 그런 날이 절대 오지 않기를 바라고 기도한다.
일레인 그레이엄과 스티븐 로우는 무엇이 좋은 도시를 만드는지, 교회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를 한 권의 훌륭한 작품으로 보여 준다. 나는 우리 교회들이 이 책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채우고 마음에 자극을 받아 행동으로 옮기기를 소망한다.
주로 서더크, 런던, 버밍엄 같은 도시 교구diocese에서 사목해 온 사제인 나는 도심 빈민가 교회들이 부름 받은 바를 훌륭하게 수행해 온 모습과 그러지 못한 모습 전부를 봐 왔다. 이 책은 우리가 도시라는 맥락에서 교회 사역을 어떻게 해 왔는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현실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검증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위대한 산살바도르의 대주교 오스카 로메는 암살당하기 불과 몇 분 전에 다음과 같이 설교했다. “무엇보다도 사회가 불의와 죄악으로 가득할 때 사회를 개선하기 위한 모든 수고는, 하나님이 복을 베푸시고, 하나님이 바라시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청하시는 수고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 교회들은 그리스도를 닮은 모습으로 공동체의 꿈과 열망을 실현하는 장이 될 수 있다. 나는 이 책에서 그 가능성과 희망을 보았다.
_존 센터무, 요크의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