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쇼핑의 ＜각성＞은 1890년대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 ‘그랜드 아일’이라는 휴양지를 배경으로 평범한 중산층 가정주부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각성과 심리변화를 다루어 오늘날 페미니즘의 시초로 평가받는 소설이다.
여주인공 에드나 퐁텔리에는 프랑스인 남편을 만나 뉴올리언스에 정착하고, 여름휴양지 ‘그랜드 아일’에서 휴가를 보낸다. 그 곳에서 로버트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아내와 엄마로서 살던 삶에서 서서히 자아를 찾아간다.
로버트가 유부녀와의 사랑이라는 제도적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멕시코로 떠나자 에드나의 로버트에 대한 마음은 더 깊어진다. 홀로 남겨진 에드나는 그림을 배워 작품을 팔면서 남편에게서 독립하고, 자신은 남편의 소유물로도, 아이들의 노예로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얼마 후 돌아온 로버트와 재회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친구의 출산을 도우러 간 사이 로버트는 쪽지만 남기고 떠난다. 로버트와의 사랑도 허상이었음을 깨달은 에드나는 자유로운 영혼을 느꼈던 유일한 장소인 바다로 향해 죽음을 맞는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여성상과 모성에 대한 부정으로 엄청난 혹평을 받았으며, 지금까지도 몇몇 사람들은 작품이 불륜에 대한 도덕관념이 없는 소설이라고 비판하지만 1960년대 이후 많은 학자들과 학생들이 ‘열정을 합법적으로 받아들여 당대 상황을 노골적인 픽션으로 다룬 첫 여성 작가’라고 평가했다.
이 소설은 1897년 ＜고독한 영혼 A Solitary Soul＞로 처음 출판된 후, 1899년 시카고의 한 회사에 의해 ＜각성The Awakening＞으로 출판되었다. 우리나라엔 ＜외로운 영혼의 여름＞, ＜이 명박한 세상을 여자가 느껴 깨칠 때, 각성＞ ＜퐁텔리에 부인의 각성＞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출판되었고, 미국에서 1991년 ＜유혹의 섬Grand Isle＞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책 속 한 구절＞
“오늘 저와 헤어질 때 제게 다가와서 제 어깨뼈를 만져보는 거예요. 제 날개가 튼튼한지 보겠다고 말했어요. ‘전통과 편견의 평원 위를 날아오르려는 새는 날개가 튼튼해야 해요. 약한 새가 멍들고 지쳐서 땅에 떨어져 퍼덕거리는 모습은 슬프거든요.’ 라고요.” -27장
”당신은 아주, 아주 어리석은 남자군요. 퐁텔리에 씨가 나를 놓아줄 거라는 불가능한 일을 꿈꾸면서 시간을 낭비하다니요! 전 더 이상 남편이 버릴지 아닐지를 결정할 그의 소유물이 아니에요. 전 제가 선택한 곳에 있을 거예요. 그가 만약 ‘자, 로버트, 에드나를 데려가서 행복하게 살아. 에드나는 이제 자네 것이야.’ 라고 했다면 난 당신 둘 다를 비웃었을 거예요.“ -36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