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편을 기억하는가?
생전 처음 지휘를 맡게 된 김태원을 따뜻하게 이끌어주는 백발의 지휘자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윤학원 지휘자, 그는 한국 합창의 아버지로 불리우며 50년째 나라를 대표하는 마에스트로로 활동하고 있다.
모든 음악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안주하지 않고 세계로 눈을 돌려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세계를 감동시키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그의 집념은 70이 넘은 나이를 무색케 한다.
합창에 인생을 쏟은 그의 담담한 이야기를 통해,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보자.
<책속으로>
한 번은 더운 야외지역이었던 다윈이라는 곳을 갔어요. 너무 더워서 실내에서 공연을 못하고 야외에서 연주하기로 했는데, 연주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갑자기 비가 마구 쏟아지는 거예요. 비가 오니까 청중들이 다 집에 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주가 끝나고 돌아보니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지더라고요. 그 자리에 1,500명 정도 관중이 있었는데 비를 다 맞으면서까지 우리 노래를 들어준 거에요. 자리를 지켜준 관객들에게 너무 고마웠죠.
인천시립합창단이 2009년에 ACDA(American Choral Directors Association: 미국합창지휘자연합회. 합창음악을 홍보하고 예술단체를 통해 그 위상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음악교육단체)에 초청을 받았어요.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ACDA의 5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하게 된 거예요. 미국 합창단 40개가 나오고, 외국 합창단 4개가 초대됐어요. 영국, 캐나다, 베네수엘라, 그리고 한국에선 인천시립합창단이 초대된 것이죠.
ACDA 회장님이 무대 뒤로 달려와서 지금 무슨 일을 했는지 아느냐며 첫 곡부터 기립 박수가 나온 것은 미국 ACDA 컨벤션 50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흥분하며 말씀하셨어요. 한 팀 당 제한시간이 25분이어서 준비해온 곡 중 <알렐루야>는 연주하지 못했는데, 그 이야기를 하니 두 번째 공연에는 시간 상관없이 맘껏 연주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준비해온 곡들을 모두 연주할 수 있었죠. 정말 가슴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미국 합창계에서는 혁명적 사건이라고 극찬하기도 했어요. 그 이후에 한국 합창의 평가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2010년부터는 미국 대학 교수들이 ‘한국 합창 견학’을 위해 단체로 방문하고, ‘합창 클리닉’을 받겠다고 한국으로 몰려왔어요. 30년 전에는 세계적인 지휘자 로버트 쇼의 세미나를 들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몰려갔어요. 그런데 이제는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한국 합창을 배우려고 한국을 찾고 있어요.
가족들과 자주 만날 시간은 없지만 페이스북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해요. 평소에 인터넷과 페이스북도 열심히 하면서 가족들과 공통분모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젊은 사람들과 노인들 사이에 격차가 심하잖아요.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지만 노인들에게는 쉽지 않으니까요. 소통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카리스마는 다시 말하면 믿을 수 있다는 거예요. 신뢰죠. 신뢰가 안 가는데 카리스마가 생길 수 있겠어요? 지휘자가 먼저 단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지휘자도 사람이니까 실수를 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단원들에게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죠. 정확하게 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러다 보면 신뢰가 생기고, 그러다 보면 하나의 카리스마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