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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에서 가족으로 상세페이지

가문에서 가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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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종이책 정가
21,000원
전자책 정가
24%↓
15,800원
판매가
15,800원
출간 정보
  • 2026.02.04 전자책 출간
  • 2026.01.12 종이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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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19.7만 자
  • 15.3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69095112
UCI
-
가문에서 가족으로

작품 정보

199개 묶음의 기록, 연대순 회고록과 서신들, 다양한 문서 조각
치밀한 분석으로 드러나는 다섯 남성과 한 여성의 삶
후손들의 정서적 열망은 어떻게 가문의 명예와 재산을 붕괴·전환시키나
근대인의 심성 변화를 보여주는 역사 서술의 표본


한 가문을 통해 시대를 조망하는 시도

이 책은 토스카나의 한 문서보관소에서 발굴된 가문의 기록을 토대로 한 이야기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귀족 가문의 일원으로서 세계를 둘러보고 상인으로서의 감각을 익히며 살아온 저항하는 영혼 레오나르도는 인근의 피사로 이주해 브라치 캄비니라는 가문을 창건한다. 그는 창건자로서 후손들에게 가문을 잘 이끌어나가기 위한 지침을 남기기 위해 기록을 시작했고, 그의 아들과 손자에 이르기까지 글쓰기는 이어졌다.
피사는 미시사 연구가 처음 시작된 곳이다. 저자 로베르토 비조키는 피사 고등사범학교에서 학위를 받은 후, 미시사 연구 방법론의 실험실 역할을 했던 학술지 『콰데르니 스토리치』 편집위원을 지냈다. 『가문에서 가족으로』는 미시사 연구의 전범이며, 고전적 미시사 서술의 지평을 문화사 그리고 젠더사의 영역으로 확장시킨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가문에서 가족으로』는 굽은 등을 하고 문서보관소의 골방에 틀어박혀 온종일 사료를 읽는 역사가로서 저자의 열정이 잘 반영된 저작이다. 저자는 일기나 편지처럼 사적인 기록들뿐만 아니라 공증인의 기록, 유산 상속과 관련된 법적인 문서들과 소송 기록 등 딱딱한 행정 문서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재구성해나간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기록의 밀도가 모든 시기에 동일하진 않다. 저자는 간헐적이고 파편적으로 남아 있는 메모를 들춰 기록의 공백을 메우려 시도한다. 또한 사료에 대한 집념과 차별화된 관점을 바탕으로 역사의 큰 줄기를 따라가되, 주요 흐름에서 벗어난 지류까지 섭렵하며 근대적 가족에 대한 관념이 탄생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다시 말해 저자는 토스카나의 귀족 브라치 캄비니 가문의 역사를 시대적 감성의 변화를 보여주는 창으로 활용한다.

다섯 남자와 한 여자의 회고록

다섯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첫 번째 주인공인 레오나르도는 창시자로서 가문의 번영을 위한 지침을 남기고자 회고록 작성을 시작한다. 이 회고록이 바로 『가문에서 가족으로』의 시발점이다. 토지와 재산 매입과 관련된 문서뿐만 아니라 일기와 편지, 사적인 메모 등 가문에서 생산되는 모든 기록을 보존하는 것이 이탈리아 귀족 가문들의 전통이었지만, 할아버지-아버지-아들 세대에 걸쳐 브라치 캄비니 가문이 남긴 기록은 양적인 풍부함이나 기록의 일관성 측면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갖는다. 게다가 이 기록은 과거의 시대적 감수성을 생생하게 재구성할 수 있게 해준다. 당시는 사교 문화와 계몽사상의 확산, 유럽 문화의 세속화와 부르주아 계층의 윤리적 전환 등 사회·문화적 격변기였다. 저자는 이러한 격변 속에서 ‘이익’과 ‘애정’의 비중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것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사회적, 문화적 변화는 마침내 인간 사이에 흐르는 감정으로 귀결된다. 어느 시대에나 이단아가 존재했던 것처럼 어느 가문에나 반항아가 존재했다. 전자가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이끄는 주체라면 후자는 사적인 관계 속에서 정서의 변화를 이끈다.
『가문에서 가족으로』 안에 재구성된 브라치 캄비니 가문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과거의 귀족들은 가문의 정치적 영향력이나 경제적 부를 유지하기 위해 재산의 분할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데 강박에 가까운 집착을 보였다. 차남 이하의 아들들이 독신으로 남아 자유연애에 몰두했던 것 그리고 딸들이 수녀원에서 생애를 보내야 했던 것은 바로 이런 ‘가문의 논리’ 때문이었다. ‘가문의 논리’에 일어나는 변화가 바로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이다.
첫 번째 주인공 레오나르도가 남긴 회고록은 내밀한 감정의 고백이라기보다는 회계 출납부 혹은 도덕 교과서에 가깝다. 그는 감정을 드러내는 법 없이 주로 후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말과 행동만을 기록했을 뿐이다. 기록 작성의 임무는 레오나르도의 맏아들 조반니 바티스타에서 셋째 아들 안토니오 마리아에게로 이어진다. 안토니오 마리아는 당대 유럽에 새롭게 등장한 사교 문화의 예찬자였다. 그는 몸을 치장하는 일에 집착했고, 이를 위해 구매한 사치품들의 목록을 기록으로 남겼다. 승마용 부츠, 블랙 실크로 안감을 덧댄 영국식 밀짚모자, 흰색 조끼, 조끼에 다는 사치스러운 단추, 모과 모양의 장식을 단 지팡이, 가죽 바지, 신발, 복권 등은 당대 사교계에 진입하기 위한 입장권과도 같았다.
레오나르도가 평생 견지했던 검소함의 미덕은 자취를 감추기까지 단 한 세대 만으로 충분했다. 사교 문화에 젖은 안토니오 마리아는 가문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유산의 분할을 막는 적극적인 협력자로 남게 된다.
안토니오 마리아 세대가 늙어가며 조반니 바티스타의 네 아들, 즉 맏이 필리포와 루소리오, 알레산드로, 오노프리오가 다시 무대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들 가운데 막내 오노프리오는 유산 분할을 막기 위해 성직자의 길을 걷지만, 나머지 형제들이 가문의 논리에 균열을 만들어낸다.

당대인의 마음에 들어가 읽는 독자
이익과 애정 사이에서 탄생하는 근대적 감수성

이 책의 여러 곳에서 저자는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역사를 읽어내는 방법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려 시도한다. 우선 과거의 사람들보다 우리가 더 낫다는 생각, 그리고 우리 방식만이 정답이라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의 가문 공동체가 이익이 중심으로 결속되어 있었다고 해서 그들 사이에 애정이 결여되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또한 안토니오의 조카 알레산드로가 씀씀이에 절제가 없었다고 해서 그를 그저 ‘방탕한 젊은이’라고 매도할 수만은 없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모습들은 “앙시앵 레짐 하에서 나태와 낭비를 자신들의 특권으로 여겼던 귀족 문화의 전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 책의 주인공들 가운데 유일한 여성은 필리포의 아내였던 안나다. 그녀는 생애 마지막 시기에 단 몇 줄의 기록만을 직접 남겼을 뿐이다. 남편과 격렬한 갈등을 겪던 시절 그리고 유산 분할 분쟁의 중심에 있던 시절의 기록은 전무하다. 우리는 단지 주변 남성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 그녀의 삶에 접근할 수 있을 뿐이다. 저자는 가부장적 윤리에 물든 당대 남성들의 시선을 걷어내고 “역사적 맥락 속에서” 그녀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명석한 두뇌와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시동생 루소리오와의 갈등에 대한 서술에도 이러한 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
안나는 성서에 묘사된 이상적인 여성상, 즉 “집안의 안주인”으로서의 여성상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필리포와 그녀는 당대의 ‘유행에 따른 결혼’, 즉 개인의 감정보다 경제적, 사회적 조건을 토대로 한 결혼을 했다. 이렇게 결혼한 부부는 대개 서로의 감정이 아닌 가문을 이어가는 소명에 집중했다. 그러나 필리포는 가문의 이익보다는 사교 문화에 대한 안나의 욕망에 휘둘렸다. 이것이 바로 가문의 다른 남성들이 안나를 비난했던 주된 이유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 남성 역시 사태를 악화시키는 데 있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주범으로 지목한다.
저자는 가문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을 계몽주의가 야기한 거대한 사상적 변화, 즉 가문이 아닌 개인 중심으로 조직되어야 한다는 요구와 결부시킨다. 바야흐로 과거 귀족 가문의 관행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안나의 시동생 루소리오는 이러한 이념의 변화를 무대로 삼아 서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선다. 다시 말해 가문의 논리에 개인이 희생되는 관행에 반기를 들고 나섰던 것이다. 루소리오는 볼로냐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후 가문의 시조 레오나르도가 쓰던 회고록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자신의 개인적 감정을 풀어냈던 회고록은 과거 이탈리아 상인 귀족들의 전통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회고록의 마지막에서 그는 이전 세대와의 완전한 결별을 선언한다. 그는 차남 이하의 아들이었지만 결혼을 했고, 자신의 유산을 아내에게 모두 물려주었다. 레오나르도가 평생 지켜왔던 전통이 루소리오에 이르러 완전히 다른 역사의 막을 열어젖힌 것이다.

순종과 복종이 조롱의 대상이 된 시대
수녀가 되길 거부했던 딸들

이제 필리포의 자녀들 가운데 안토니오가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른다. 그는 전통적인 가치관에 따라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이미 시대가 변했지만 필리포는 여전히 자신의 형제와 누이들을 가문의 이익을 위한 억압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누이들을 모두 수녀원으로 보내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누이들은 그에 맞섰고, 이로 인해 안토니오의 의도와 달리 가문은 와해의 길로 접어든다.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주인공은 아타나시오다. 그러나 그의 삶은 이야기의 커튼콜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절정을 향해 이끌어간다. 아타나시오는 앞서 어머니 안나에게 학대받는 소년으로서 그리고 가문의 부흥을 위해 삼촌 루소리오와 언쟁을 벌이는 모습으로 등장한 바 있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성인이 된 아타나시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타나시오는 장남이 아니었던 탓에 11세에 신학교에 들어가 성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신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17세가 되어 수도 서원을 하고 다시 수도원에 입회했다. 처음에는 수도 생활의 고충으로 가득했던 그의 편지는 점점 가문 구성원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고자 하는 요구로 변해간다. 수도사가 된 후 2년 반이 지났을 무렵 이미 그의 마음은 심각한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버지 저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르고 싶지 않습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뜨거운 불길처럼 역사의 장막을 찢으며 전개된다.
저자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 자꾸만 독자를 멈춰 세운다. 그러고는 각 인물이 내린 결정과 선택이 실은 시대적 맥락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강한 어조로 드러낸다. 이야기의 기본이 되는 사료는 문서보관소의 기록들이지만, 저자는 당대 철학자와 문학가들의 대표적인 작품도 폭넓게 활용한다. 이 작품들 안에 표상되는 시대의 초상이 브라치 캄비니 가문 구성원들의 삶 안에서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문학작품 역시 시대의 감수성을 재구성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정치적, 사회적 변화 못지않게 사상의 변화 역시 중요한 역사 발전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대단히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18세기의 새로운 법률들도 마찬가지다. 당대에 편찬된 법전들 또한 가문에서 가족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실정법과 전통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 사이의 괴리를 입증하는 값진 사료로 활용된다.

작가

로베르토 비조키Roberto Bizzoc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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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문에서 가족으로 (로베르토 비조키,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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