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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 브론테의 소설은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소설에 몰입되게끔 하는 힘을 지니고 있죠. 이 작품 역시 <제인 에어>나 <교수>처럼 분명 흡인력을 갖추고는 있습니다. 다만 비슷한 배경을 지닌 <교수>에서 종교적, 인종, 민족적 편견이 드러나듯, 이 작품은 종교적으론 그보다 더한 편견과 편협함이 강하게 배어 있어서 2권은 다소 읽기 불편한 면도 있더군요. 사실, 카톨릭의 오랜 역사 가운데는 타락과 부패의 시기가 오랫동안 존재했기에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소설들은 알게 모르게 많죠. 그러한 책들을 읽으면서 불쾌함을 느낀 적은 없었는데도, 왜 유독 이 소설을 읽으면서는 불편한 건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카톨릭 역사에 있어서의 비판이 아니라 샬럿 브론테 개인의 종교적 편견과 편협함에서 비롯된 시각이고, 또 그녀 자신의 종교에 대한 확신과 옹호를 합리화하고자 상대적으로 더 폄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녀의 목사 남편이나 개신교 신자들이 읽기엔 아주 바람직한 종교적 시각이었을지는 몰라도, 독자의 관점에선 개인의 종교에서 비롯된 그 편협한 마인드를 좀만 덜어냈더라면 작품의 완성도가 한결 높아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샬롯 브론테 특유의 이야기적 재미, 주인공의 고독한 내면에 대한 섬세한 묘사, 극심한 외로움 속에서 쌓아나가는 극소수 사람들과의 애정과 신뢰, 당대 여성으로선 무척이나 어려웠을 법한 자립심과 결국 이뤄내는 독립적 생활, <제인 에어>에서도 엿보였던 고딕 소설적 몇몇 장면들의 삽입 등 흥미롭고도 현실적인 내용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더구나 로맨스에 있어서 신데렐라의 함정에 빠지지도 않습니다. 다른 소설에서라면 주인공이었을 법한 남자의 사랑을 획득하지도 못하고, 그는 단지 그녀에게 동경과 숭배의 대상으로만 남고 말죠. 대신, 나이도 많고 외양은 별로여도 내면과 정신에서 진정한 교감을 이뤄내는 사랑을 그려나갑니다. 그렇지만, 이 소설 집필기에 닥쳤던 개인적 불행 탓인지, 결말의 암시는 샬럿 브론테의 다른 소설들과는 사뭇 다르네요. 그래서 더 인상에 남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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