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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는 1995년 도쿄 지하철 사린 테러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 구조대원, 관계자들의 육성을 기록한 논픽션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사건 자체를 재구성하기보다 그날 이후 평생 끝나지 않는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묵묵히 받아 적는다. “여느 때와 조금도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딱히 다른 날과 구분할 필요도 없는 당신의 인생 속 하루에 지나지 않았다. 변장한 다섯 명의 남자가 그라인더로 뾰족하게 간 우산 끝으로, 묘한 액체가 든 비닐봉지를 콕 찌르기 전까지는……” 너무 황당하고 마음 아픈 이야기였다. 끔찍한 것은 사고로 죽은 사람들로 비극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고 때문에 상해를 입어 정상적인 삶이 어려워진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이 감당해야 하는 불행이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는 사실이다. 지하철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피해자들이 바라본 지상의 풍경도 오래 남았다. 자신들은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는데 길 건너편 사람들은 평소처럼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마치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처럼. 나라고 모른 척 지나간 사람들과 얼마나 다를까 싶어 씁쓸했다. 눈앞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면 당연히 달려가겠지만, 약 50미터 떨어진 곳이라면 굳이 그곳까지 가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과연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선의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또 한편으로는 하루키가 꿰뚫어본 두 종류의 폭력에 대해서도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하나는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한 직접적인 폭력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이 자아를 잃은 채 시스템이 만들어 준 이야기 속으로 스스로를 맡겨버리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다. 자아를 잃어버린 사람에게는 더 이상 자신의 ‘이야기’가 존재할 수 없고, 조직과 시스템이 대신 써 준 이야기를 살아갈 뿐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하루키는 옴진리교 사람들을 완전한 악, 우리를 완전한 선으로 나누는 것만으로는 이 사건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지만, 그들을 우리와 전혀 다른 세계의 괴물로만 규정하는 순간 왜 그런 사람들이 생겨났는지, 그리고 우리 역시 얼마나 쉽게 시스템과 조직에 자신의 판단과 이야기를 맡기며 살아가는지를 보지 못하게 된다. 결국 『언더그라운드』가 묻는 것은 사린 테러가 아니다. 나는 지금 정말 내 이야기를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가 써 준 이야기를 아무 의심 없이 따라가고 있는가. 사건은 1995년에 끝났지만, 하루키가 던진 질문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_________ 우리는 이 거대한 사건을 통과해 도대체 어디로 나아가려 하는가? 그것을 모른다면 이 지하철 사린사건이라는 ‘지표 없는 악몽’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언더그라운드 | 무라카미 하루키, 양억관 저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하루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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