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좋아하는 책에는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있다
『어린이라는 세계』 『어떤 어른』 김소영이 발견한 희망의 세상
20만 독자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우리 사회에 어린이를 대하는 다정한 태도를 제안한 김소영 작가가 신작 에세이 『숨은 어린이 찾기』를 펴낸다. 작가가 어린이를 이해하기 위해 길잡이로 삼았던 50권의 그림책과 그 세계를 통과하며 길어 올린 빛나는 사유를 담고 있다. 작가는 어린이가 사랑하는 책 속에 우리가 바라는 세상의 단서가 있다고 말한다. 고전과 신간, 창작과 논픽션, 국내외 작품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기쁨과 슬픔, 관계와 용기, 그리고 다양성이라는 삶의 본질적인 가치들을 오늘날의 현실 위로 끌어올려 헤아린다. 그림책 속에 투영된 우리 사회의 민낯과 희망을 동시에 비추며, 어른이 마땅히 감당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한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하는 50권의 그림책
그림책을 매개로 어린이의 마음과 희망에 다가서는 방법을 안내하는 에세이 『숨은 어린이 찾기』가 출간되었다. 『어린이라는 세계』(사계절 2020), 『어떤 어른』(사계절 2024)을 통해 어린이를 독립된 주체로 존중할 것을 제안하며 폭넓은 독자의 신뢰를 얻은 김소영 작가의 신작이다. 저자가 『한겨레』에 「김소영의 그림책 속 어린이」라는 이름으로 연재한 글에 새 원고를 더해 엮은 이 책은 고전과 신간, 창작과 논픽션을 망라하며 작가가 공들여 고른 50권의 그림책을 소개한다. 그림책이 어린이의 유머부터 절망까지 얼마나 넓은 스펙트럼을 다루는지, 또한 어린이를 둘러싼 현실과 이상을 어떻게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지를 작가 특유의 세밀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그림책의 고유한 표현 방식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문학과 삶, 어린이와 어른 사이의 연결점을 단단하게 이어 주는 책이다.
“어린이는 항상 어른보다 앞서간다”
앞서가는 어린이를 부지런히 뒤따르는 어른의 보폭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다양한 책을 함께 읽고 나누어 온 김소영 작가는 『숨은 어린이 찾기』에서 그림책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조명한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은 글자를 모르는 아기부터 삶의 문법이 익숙해진 어른까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세계다. 저자는 어린이 독자가 있기에 그림책이 존재하며, 어른 역시 그 덕분에 이 아름다운 세계를 경험한다고 말한다. 어른 독자는 그림책을 통해 예술적 감동을 얻는 동시에, 어린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어린이가 바라는 세상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무엇이 ‘좋은 것’인지 먼저 고민하고 갱신하는 것이 어른의 마땅한 책임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어린이를 앞서 이끄는 대신 그들이 먼저 도착해 있는 ‘최신의 좋은 세계’를 부지런히 따라가야 할 어른의 책무를 다정하게 일깨운다.
나는 어린이에게 ‘좋은 것’을 가르쳐 주는 책이 좋은 어린이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무엇이 ‘좋은 것’인지 먼저 고민하는 것이 어른의 몫이다. 나에게는 분명하고 진실한 것, 지혜롭고 착한 것, 아름다운 것이 좋은 것이다. 그런데 이 가치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새로워지기 마련이라서, 결국 어린이책에는 최신의 좋은 것이 담긴다. 이런 식으로 어린이는 항상 어른보다 앞서간다. _책 속에서
“우리는 울 것이고, 놀 것이다”
이야기의 안팎을 잇는 연대와 희망의 목소리
『숨은 어린이 찾기』는 총 4부에 걸쳐 어린이의 일상과 그림책의 예술성, 사회적 주제는 물론 어린이와 어른이 나란히 알아가는 배움의 기쁨을 폭넓게 다룬다. 어린이책 편집자로서의 경험과 오랜 독자로서의 안목이 녹아든 50편의 에세이는 우리 사회의 민낯과 희망을 동시에 비춘다. 저자는 그림책 속 이야기를 용산 참사와 이태원 참사 같은 사회적 상흔, 그리고 주거 빈곤 문제 등 현실의 어두운 그림자들과 정면으로 연결하는 한편 그 안에서 우리가 회복해야 할 존엄과 연대의 가능성을 찾아낸다. 삶의 슬픔과 기쁨, 소외된 존재들의 서사를 그림책을 통해 정직하게 읽어 내는 저자의 사유는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가 지닌 힘을 다시금 믿게 만든다. 좋은 이야기를 함께 읽고 고민하는 마음들이 모일 때, 비로소 어린이와 어른이 충분히 함께 울고 놀 수 있는 세상이 찾아올 것이라는 확신을 전한다.
책 속에서
어린이가 좋아하는 책에서 어린이가 바라는 세상에 대한 단서를 얻는다. (24면)
나는 어린이에게 ‘좋은 것’을 가르쳐 주는 책이 좋은 어린이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무엇이 ‘좋은 것’인지 먼저 고민하는 것이 어른의 몫이다. 나에게는 분명하고 진실한 것, 지혜롭고 착한 것, 아름다운 것이 좋은 것이다. 그런데 이 가치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새로워지기 마련이라서, 결국 어린이책에는 최신의 좋은 것이 담긴다. 이런 식으로 어린이는 항상 어른보다 앞서간다. (33~34면)
한 장면만으로는 누군가를 이해할 수 없다. 곁에 있으면서 자세히 살필 때 우리는 그의 맥락을 알게 된다. 그 사람의 ‘서사’를 통해 겉모습 너머의 것을 볼 수 있다. 기꺼이 나를 보여 줄 수도 있어야 한다. 서로 기댈 수 있는 관계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71면)
궁지에 몰린 어린이일수록 눈에 띄지 않는다. 그들을 찾아내고 도우려면 어른들에게도 창의력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나는 그 힘을 기르는 방법을 한 가지 알고 있다. 그림책을 읽는 것이다. _99면
브레멘보다 『브레멘 음악대』가 좋다. 때로는 현실보다 좋은 것이 그림책 안에 있어서 그림책을 보고, 덕분에 현실을 산다. 나는 그림책이 있는 현실이 좋다. (127면)
그림책이 이렇다. 대상을 설명할 때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가장 정확하게 전달할 방법을 기어코 찾아낸다. 한정적인 재료와 도구로 튼튼하고 아름다운 집을 짓는다. 그래서 나 같은 어른 독자도 덕을 본다. 그림책의 지식은 어린이와 어른이 공유할 수 있다. (199면)
추천사
어린이를 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진정한 희망을 품을 수 있겠는가. 나는 항상 마음속 가장 고마운 선생님의 자리에 김소영 선생님을 새겨 놓는다. 다정하고 속 깊은 시선으로 독자의 세상에 ‘어린이라는 세계’를 밝혀 온 그가 “예리한, 최신의 독자”를 위한 그림책을 소개한다. 보물 수장고를 활짝 열어 준 덕분에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린다. 자꾸만 궁금해져서 책 속에 나오는 그림책을 모두 찾아보게 된다. 좋은 그림책은 어린이를 성장시키고, 어른은 그런 어린이를 보며 새로워진다. 희망이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김하나(작가, 「여둘톡」 팟캐스터)
이 책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된다. 눈에 눈물이 괴어들고 빛이 멀리서만 어른거리는 사납고 어린 시간일수록 숨기거나 감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 ‘찾기’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 찾기의 세계는 더없이 드넓다. 모르는 대상을 알고자 애쓸 때, 없는 것을 얻으려 할 때 우리는 찾는다고 말한다. 보고 싶은 사람이나 그리운 곳을 향할 때, 본래의 온전함을 회복할 때도 그렇다. 『숨은 어린이 찾기』는 한 권의 에세이이자 동시에 오십 권의 그림책이다. 나아가 내가 찾은 나와 내가 찾아야 하는 네가 함께 뛰노는 그림이다. 박준(시인)
작가의 말
그림책은 한번 좋아하기 시작하면 질릴 수가 없다. 나도 어린이들과 비슷한 이유로 그림책을 읽는다. 다만 나는 어른이므로 거기에 한 가지 이유가 덧붙는데, 바로 ‘어린이를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부학이 아니라 문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어린이를 알려면 어린이가 읽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엇을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좋아하는지를 아는 데 이만큼 훌륭한 단서가 없다. 어린이들이 바라는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도 알 수 있다. 그에 비추어 요즘 세상이 잘 굴러가고 있는지 반성하거나 희망을 갖거나 한다.
2026년 4월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