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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멸종하지 않는다 상세페이지

우리는 멸종하지 않는다

창비시선 537

  • 관심 0
창비 출판
소장
전자책 정가
9,600원
판매가
9,600원
출간 정보
  • 2026.05.22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1.5만 자
  • 43.0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88936491628
UCI
-
우리는 멸종하지 않는다

작품 정보

책 속에서
조막만 한 돌을 주워다가
잘 씻어서
햇볕 드는 곳에 두고
자주 쓰다듬었다

바라는 대로 될 거야
걱정하지 마
틈날 때마다 말해주었다
―「돌봄」 부분

봄은 짧고
우리의 걸음이라면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여름이 오는 게 아니야
우리가 가는 거야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여름이 많으니까
여름으로 걷자
―「여름 편지」 부분

마음이라는 게 내 안에 있고
그걸 꺼낼 수 있다면

무엇에 쓰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너에게 주어야겠다
마음먹었다
―「선물」 부분

한집에 살고 한 침대에서 잔다고
같은 꿈을 꾸는 거 아니더라

손잡고 걸어간다고
같은 곳에 도착한다는 보장은 없더라

조금 닮았고
많이 달라서

나란히 앉아서 일하고 점심 먹는다고
저녁 풍경이 비슷하지는 않더라
―「우리는 멸종하지 않는다」 부분

대낮에
햇살 비껴드는 창가에 누우면

아무리 큰 일이라도
힘을 쓰지 못하는 법이어서
며칠 무거웠던 마음
차츰 대수롭지 않아지지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여기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야
―「낮잠」 부분

밖으로 나서면
마음은 다시 상처투성이가 되겠지만

마음아,
그것이 너의 운명이다

마음의 주인아,
그것이 너의 일생이다
―「다시 마음이 되어」 부분

선물이 비록 슬픔이어도
네가 주면 받아야지
기념품처럼 오래 간직해야지
―「우리 곁으로 슬픔이 착륙한다」 부분

빗속에서 혼자 떨고 있는

소년아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등을 어루만지면

소년은 일어서서
영원할 것 같은 빗속을
씩씩하게 걸어서

비를 멈추게 할 내가 되겠지
―「어제의 비를 오늘 멈추게 할 거야」 부분

세상 따위야 어떻게 되어도 좋다
함부로 말하고 싶어질 때

다정으로 버텨라
남에게
더욱 나에게
다정으로 버텨라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

믿고 의지할 게
그 말뿐이어서
―「다정으로 버텨라」 부분

추천사
어쩌면 시인이란 곳곳에 숨어 사랑을 안내하는 사람 아닐까. ‘이렇게 사랑을 해보세요, 이렇게도 깊어져보세요’ 손짓하는 사람, 유병록 시인은 『우리는 멸종하지 않는다』에서 또 한번 가없이 펼쳐지는 사랑의 전개를 보여준다.
시인은 우리의 ‘다름’과 ‘오해’가 우리의 존속 조건이 된다고 선언한다. 이 선언은 유병록이 얼마나 또 어떻게 이 세계를 사랑하고 있는지, 시인의 사랑을 증명하는 배경이 된다. 만질 수 없으나 사라지지 않는 향기, “달콤한 참외 향”(「참외」)으로 전환된 사랑의 존재는 결코 멀어지지 않는 사랑의 메타포가 된다. ‘망가짐’은 끝이라는 단순한 오해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유병록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사랑의 방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향으로 존재와 부재를 뒤섞으며 슬픔마저 사랑으로 뒤덮는다. 그러니까 이 시집은 사랑의 전개와 사랑의 도약, 오직 사랑만으로 가득 차 있다는 이야기.
시집의 끝을 넘길 땐 잠깐, 혼잣말했다. 유병록에게, 그리고 시를 사랑하는 우리에게 언제까지나 시를 허락해달라고. “사랑의 끝에는 기도가 있었다”(「끝」)라고 알려준 시인에게 제일 먼저 되돌려주고 싶었다. 이 봄, 혼몽하리만치 보드랍고 단 사랑이 우리를 찾아왔다고. 창을 열고 손짓하는 마음으로.
최지은 시인

시인의 말
예감하고 있었다
시의 힘을 의심하는 날이
오고야 말 것이라고
세계를 구하기는커녕
나 하나 부축할 힘은 있는지
의심하는 날이
오고야 말 것이라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다가
믿음의 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이미 오래전에
시는
예감했을 것이다
2026년 5월
유병록

작가

유병록
국적
대한민국
출생
1982년
학력
고려대학교 국문학 학사
데뷔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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