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인 보드나드 스투파, 더르바르 광장, 스와얌부나트 사원, 카샤파 왕궁터, 운강 석굴 등은 물론이고 그간 독자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디첸포드랑 승가학교, 파로종, 질루카 사원, 아소카 스투파, 까르마이 꾸탐 사원터, 갈비하라 사원, 나후사 등 주요 불교 유적이 문화적 맥락과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오롯이 소개되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금언처럼 사전 지식이 있어야 여행하는 곳의 역사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따라서 저자는 다섯 나라로 떠날 여행자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고자 전문적이거나 학술적인 서술 대신 기초적인 지식과 감흥 위주로 이 글을 썼다. 『불국기행』은 여행기이자 해당 나라에 대한 입문서로서 독자가 이들 역사와 문화를 미리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부탄 “그들에게는 불교가 곧 삶이다”
이 세상에는 첫눈이 오면 공휴일이 되는 나라가 있다. 국민의 97퍼센트가 “나는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나라, 부탄이다. 부탄은 동화적인 나라다. 첫눈이 오면 공휴일이 되고, 살아 있는 꽃을 꺾지 않으려고 화병에는 조화만을 꽂는다. 돈을 벌려고 관광객 유치에 애쓰지 않는 대신 전통 문화와 정체성을 지키려고 관광객을 제한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국민을 위해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은 국왕들이 있다. 부탄의 역대 국왕들은 권력의 반을 승단에 넘겼고 국민에게 자신이 가진 땅을 나누어주었으며, GNH(국민행복지수)를 만드는 등 지속적으로 복지 정책을 실시해왔다. 저자는 특이한 행정 청사인 ‘종(Dzong)’을 비롯해 탁상 사원, 질루카 사원, 디첸포드랑 승가학교, 치미라캉 사원, 키츄 사원 등을 둘러보며 불교문화가 훌륭한 정치 지도자와 만나 국민을 위한 아름다운 정책으로 꽃피운 나라 부탄의 독특한 역사와 매력적인 문화를 전한다.
네팔 “힌두교와 불교가 공존하는 나라”
네팔은 다양한 소수 종족들로 이루어진 나라답게 여러 종교가 어우러진 문화가 특징이다. 네팔 국민은 대부분 힌두교 신자이나 실제로는 시바나 부처 등 다양한 신에 의지하며 산다. 우리가 유교식 제사를 지내며 가톨릭이나 불교를 믿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불교와 힌두교의 갈등을 방지하는 ‘쿠마리’는 네팔 사람들의 지혜롭고 독특한 문화다. 5, 6세에 쿠마리로 뽑힌 여자아이는 초경 전까지 살아 있는 여신으로 대접받는데, 네팔 사람들에게는 종교간 평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전통이다. 저자는 보드나트 스투파, 바그마티강, 더르바르 광장, 아소카 스투파, 스와얌부나트 등을 통해 힌두교와 불교가 공존하는 네팔의 특별한 문화를 엿볼 기회를 선사한다.
남인도 “석탈해와 허황후의 발자취를 따라서”
남인도 답사는 아소카왕의 흔적을 찾기 위한 여정이다. 동인도를 통일한 아소카왕은 육로와 바닷길을 통해 그리스까지 전법사를 보내는 등 부처님 열반 이후 200년 만에 불교를 세계화시킨 전륜성왕이다. 아소카왕은 처음에 잔인한 정복자였으나 수십만 명의 전쟁 사상자를 본 후 생명 존중의 깨달음을 얻고 부처를 따른다. 케랄라주 까르마이 꾸탐 사원은 아소카왕이 보낸 전법사 라키타가 활동했던 곳이다. 남인도 지역의 왕국들은 아소카왕의 뜻을 받아 전법사 활동을 보장했으며 불교 융성의 기반을 보장해주었다. 이에 아소카왕은 부처님법이 남인도에 전파되는 것으로 만족하고 굳이 남인도 땅을 정복할 욕구를 느끼지 않았다. 남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의 아마라바티는 부처가 다녀간 지역이며, 전법사 마하데바가 아마라바티 대탑을 세운 곳으로 아소카왕이 순례를 와서 세운 팔각석주가 있다.
한편 남인도에서 저자는 석탈해와 허황후의 흔적을 찾는다. 벨란카니는 신라 6촌장과 석탈해가 떠나온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며, 첸나이 마리나비치에 있는 마을 아요디아 꾸빰은 허황후의 고향으로 보이는 곳이다. 벨라카니에는 신라 4대왕 석탈해와 같은 석 씨의 집단 거주지가 있다. 타밀나두주 첸나이 지역의 아요디아에서는 가야국의 문양인 쌍어문이 많이 발견된다.
스리랑카 “기독교 국가의 오랜 침략 속에서 불교를 지켜낸 사람들”
스리랑카는 서구 침략의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불교 신자가 70퍼센트인 나라다. 450여 년간 이어진 기독교 국가의 지배에도 불교문화가 굳건히 유지된 것은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스리랑카 불교의 기반이 튼실했다는 방증이다. 스리랑카에는 아소카왕의 딸 상가밋타가 부처님이 정각(正覺)을 이룬 인도 부다가야에서 가져온 보리수가 있다 해서 ‘보리수 사원’으로 불리는 스리마하보디가 있다. 저자는 스리랑카 최초의 절인 이수루무니야 사원, 루완웰리세야 대탑, 시기리야 왕궁터, 부처님 치아 사리가 있는 불치사 등을 비롯해 아소카왕의 아들 마힌다가 스리랑카에 최초로 불교를 전한 미힌탈레를 방문하고, 폴론나루와의 심장이라 불리는 갈비하라 사원에서 열반상과 아난존자상의 장관을 목격한다.
중국 오대산 “집착과 욕망을 내려놓다”
중국 불교문화 순례는 우리나라 화엄사의 동생뻘이라 할 수 있는 대동시 상화엄사 대웅보전을 보는 데서 시작한다. 저자는 5만 1천여 존에 이르는 불상과 보살 등이 있는 무주산 운강 석굴, 현존하는 목탑 중 제일 크고 오래된 불궁사 응현목탑, 석가모니의 사리가 봉인되었다는 탑원사 대백탑, 임제 선사의 사리 및 가사와 발우가 봉안된 임제사 징령탑, 천년송이 있는 계태사 등을 방문하고 참배한다. 또 당 나라 때 신라 구법승 혜초가 머물면서 『천발대교왕경』을 번역해 불단에 올렸던 금각사 등을 찾는다. 그런데 중국 여행이 갖는 의의는 저자가 목격한 다수의 불교 유적 자체에 있지 않다. 진정한 의미는 내면의 깊은 깨달음에 있다.
조주선사는 ‘평상심이 도’라고 말했다. 집착과 욕망을 씻어내라는 가르침이다. 오늘날 여행자들은 대개 무언가를 얻고자 떠난다. 삶의 목적 또한 무엇을 성취하는 데 있다. 그러나 저자를 따라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진정한 행복은 내려놓는 데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는 불교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불국기행』의 부제는 ‘깨달음이 있는 여행은 행복하다’이다. 저자는 부제처럼 독자가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깨달음을 얻어 자기가 발 디딘 삶 속에서 행복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