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디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강제 새로 고침(Ctrl + F5)이나 브라우저 캐시 삭제를 진행해주세요.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리디 접속 테스트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법을 안내드리겠습니다.
테스트 페이지로 이동하기

아내의 시 상세페이지

아내의 시

오진엽 시집 | 마이노리티시선 39

  • 관심 0
소장
종이책 정가
7,000원
전자책 정가
30%↓
4,900원
판매가
4,900원
출간 정보
  • 2013.07.07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1.2만 자
  • 9.5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
ECN
-
아내의 시

작품 정보

'마이노리티 시선' 서른아홉 번째 책으로 오진엽 시집 <아내의 시>가 출간되었다.
1969년 전주 태생인 시인은 2005년 제14회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현재 전동차 1호선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철도노동자 시인이다.
“1시간 30분짜리 청량리 한탕”을 타고 오는 동안 “한 평 남짓한 전동차 운전실”에서 그의 시들은 태어났다. 달리는 전동차 운전실에서 그는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여행한다. 형편이 어려워 “김밥 못 싸/ 빈 배낭에 신문쪼가리 넣고”(「소풍가는 날」) 소풍 가던 어린 시절, “밤마다 엄마 품 그리워 파고드는 동생을” “옛날 이야기로 토닥거려주었”(「형」)던 형에 대한 추억은 그 따뜻함에 미소를 짓게 한다.
다른 한편 “내일은 낮잠 자지 말고/ 놀아주마 다짐하지만/ … 퇴근하면 어김없이 칙칙 폭폭/ 코를 고는/ 우리는 24시간 맞교대/ 대한민국 철도원”(「철도원 부부」)의 고단한 일상, “재활용되는 우유팩”을 부러워하는 “내일이면/ 유통기간 다 되어/ 버려질”(「계약직」) 계약직 노동자들의 고통, “아등바등 가지 끝/ 발버둥 치던 홍시/세상의 끈을 놓는다”(「신자유주의」)에 표현된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 등은 2013년의 철도노동자가 놓인 구체적 시공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묵직하고 날카로운 고발이다.
어려운 형편에 쉴 새 없이 노동하며 “우리를 먹여 살”린 아버지의 애환을 “담장을 넘기고 싶어도/ 한방이 없으니/ … 번트라도 대고/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야구선수의 처지에 빗대고(「희생번트」),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 “고층아파트/ 한가닥 줄에” 매달린 페인트공을 거미에 비유하며(「거미」), “콩나물 800원/ 두부 한모 500원/ 마지막 연에/ 두줄로 지운/ 파마 35000원”(「아내의 시」)를 그 어떤 뛰어난 은유법보다 울림이 큰 “아내의 시”로 읽는 오진엽 시인의 노래는 “목소리가 높지 않아도 울림이 크다.” 오진엽의 시집은 “노동의 가치를 깎아내려는 자본의 변화구에 속지 않으려고 공을 끝까지 살피는” 오늘날의 정직한 사람들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발문 발췌문 : 날마다 시가 되는 8번 타자의 꿈 ― 이한주·시인
시를 좋아한다면서 자신이 쓴 시를 보여주던 친구들이 간혹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좋고요, 조금 더 쓰시면 시가 더 좋아지겠네요.”라고 말하곤 했다. 안타깝게도 내게 시를 보여 줬던 친구들은 습작을 계속하기보다는 시를 여전히 좋아하는 좋은 독자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존재나 가치를 부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가 시작된다고 믿는 나는, 그들이 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주춤주춤하는 것으로 보였다. 오진엽 역시 그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오진엽은 때론 아련하게 때론 의뭉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선뜻 꺼내기 힘든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면서 약간 들떠 있던 그의 시가 비로소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 중략 ……)
그의 이야기는 늘 그 다음날 시가 되어 내 앞에 놓여 있었다.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나는 매번 후회를 하면서도 시도 때도 없이 건네주는 그의 습작들을 내려놓지 못했다. 감수성의 촉수가 어떻게 기지개를 펴고 또 얼마만큼 확장될 수 있는지를 날 것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뉘라서 마다할 수 있었을까.
그는 열병을 앓듯이 시를 썼다. 1시간 30분짜리 청량리 한탕을 타고 오는 동안 뚝딱 시 한편을 만들어 왔다. 그의 작업실은 한 평 남짓한 전동차 운전실이었다. 오감을 활짝 열어 놓고, 말랑말랑 만져지던 “형의 바지춤 속”(「형」)과 “아내의 옷 벗는 소리”(「아내의 옷 벗는 소리가 무섭다」)와 “사진마다/ 웃음 가득한 아이들”(「사진첩을 보며」)이 살아 숨 쉬도록 그는 또박또박 숨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런 그를 보면 까맣게 잊혀졌던 내가 보였다. 시에 대한 설렘으로 발갛게 달아오르던 내 젊은 날이 게으르기만 한 나를 꾸짖는 듯했다. 무뎌지던 열정과 감성을 흔들어 깨운 그는 기분 좋은 자극이었다.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문학중년이 참 좋은 시인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신비롭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덤이었다.

유통기간 지난 우유/ 버리지 못하고/ 훌훌/ 빈 껍데기는 재활용 통에// 내일이면/ 유통기간 다 되어/ 버려질 내가/ 재활용되는 우유팩
부러워지는 오늘// 나는 / 재활용되고 싶다
―「계약직」(2005년 제14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작) 전문

15년 전 처음 구로열차사무소에서 처음 만난 이후 오진엽 시인과는 여러 갈래에서 자주 만났다. '전태일기념사업회'의 소식지와 '철도노조'의 노보를 함께 만들기도 했고, 매주 수요일마다 사회인 야구도 같이 하고 있다. 시를 쓰는 것은 내가 조금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면, 야구를 하는 데 있어서는 그가 한참 앞에서 내 손을 잡아줬다.
그는 17년 전부터 사회인 야구 주말리그 선수로 뛰고 있다. 24시간 맞교대를 하는 당시 철도의 노동조건에서 주말마다 야구를 한다는 것은 만용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그는 17년 동안 단 한 번도 경기에 빠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에게 야구는 세상을 보는 창이 되었다. 야구 그라운드에서 “번트라도 대고/ 앞만 보고 달려야 했”(「희생번트」)던 아버지들을 이해하게 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큰돈을 받고 들어온 젊은 에이스” 대신 먼저 교체를 당할(「백업포수」) 수밖에 없는 백업포수에 감정이입이 되기도 한다. 복숭아뼈에 정통으로 공을 맞고도 “절뚝이지 말고” 뛰쳐나가(「8번 타자」) “오래도록 야구장에 남고 싶은” 작은 꿈(「야구공이야기」)이 이루어지는 이 땅의 8번 타자들과 야구를 통해 연대하는 법도 배웠다.

집을 나가서/ 정해진 순서대로/ 1루 2루 3루 거쳐/ 집으로 돌아와야만 된다// 2루쯤에서/ 올망졸망 아이들 떠올리며/ 입을 앙다물지만/
3루는커녕/ 구조조정 견제구에/ 비명횡사 할까봐/ 바짝 엎드리면서 내민 손/ 배냇 아이처럼 2루베이스/ 꽉 움켜쥐고// 대학졸업 십년 만에 막내동생/ 겨우 1루에 다다랐지만/ 언제 대주자로 바뀔지 몰라/ 전전 긍긍/ 옆집 혜원이 아빠/ 타석에 들어서기만을 기다리는/ 쭈빗쭈빗 대타인생// 아이들과 아내의 응원이/ 서럽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아버지는/ 1루 2루 3루 돌아/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귀가」 전문

철도랩터스의 1번 타자이자 유격수인 그는 이번 주 수요일에도 야구하러 갈 것이다. 안타가 아닌 땅볼을 치고도 그는 1루까지 전력질주를 하고, 무르팍이 까지는 것쯤 아랑곳하지 않고 슬라이딩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야구를 하듯이 온몸으로 쓰는 그의 시는 목소리가 높지 않아도 울림이 크다. 노동의 가치를 깎아내려는 자본의 변화구에 속지 않으려고 공을 끝까지 살피는 그의 시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날마다 시가 되는 8번 타자의 꿈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사람은 나를 비롯한 몇몇의 운 좋은 사람들뿐이었다. 이제 오진엽 시인의 시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 무엇보다 반갑다.

작가

오진엽
국적
대한민국
출생
1969년
경력
전동차 1호선 승무원
리얼리스트100 회원
수상
2005년 제14회 전태일 문학상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작가의 대표 작품더보기
  • 아내의 시 (오진엽)

리뷰

0.0

구매자 별점
0명 평가

이 작품을 평가해 주세요!

건전한 리뷰 정착 및 양질의 리뷰를 위해 아래 해당하는 리뷰는 비공개 조치될 수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1.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2. 비속어나 타인을 비방하는 내용
  3. 특정 종교, 민족, 계층을 비방하는 내용
  4. 해당 작품의 줄거리나 리디 서비스 이용과 관련이 없는 내용
  5. 의미를 알 수 없는 내용
  6. 광고 및 반복적인 글을 게시하여 서비스 품질을 떨어트리는 내용
  7. 저작권상 문제의 소지가 있는 내용
  8. 다른 리뷰에 대한 반박이나 논쟁을 유발하는 내용
*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리뷰는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외에도 건전한 리뷰 문화 형성을 위한 운영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내용은 담당자에 의해 리뷰가 비공개 처리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 번째 리뷰를 남겨주세요!
'구매자' 표시는 유료 작품 결제 후 다운로드하거나 리디셀렉트 작품을 다운로드 한 경우에만 표시됩니다.
무료 작품 (프로모션 등으로 무료로 전환된 작품 포함)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시리즈 내 무료 작품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리즈의 유료 작품을 결제한 뒤 리뷰를 수정하거나 재등록하면 '구매자'로 표시됩니다.
영구 삭제
작품을 영구 삭제해도 '구매자' 표시는 남아있습니다.
결제 취소
'구매자' 표시가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마이노리티시선더보기

  • 첫사랑 (김명환)
  • 엄마생각 (조문경)
  • 비로소 웃다 (이한주)
  • 통일, 안녕하십니까 (객토문학동인, 고영서)
  • 희망을 찾는다 : 객토문학 동인 제12집 - 마이노리티시선 43 (노민영, 문영규)
  • 깐다 : 이상호 시집 -마이노리티시선44 (이상호)
  • ㄱ (기역) (ㄱ의 자식들)
  • 외딴집 (임미란)
  • 생이 너무나 즐거운 까닭 (김금자)
  • 따뜻한 밥 (신경현)

시 베스트더보기

  • 여름 피치 스파클링 (차정은)
  •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유고시집) (윤동주)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 하늘과 바람과 별이 된 시인들의 한국 대표 시집 세트 (전9권) (윤동주)
  •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 마중도 배웅도 없이 (박준)
  •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유수연)
  •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서덕준)
  • 영원 금지 소년 금지 천사 금지 (육호수)
  •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김경미)
  • 여름 키코 (주하림)
  • 여름 상설 공연 (박은지)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이은규)
  • 신곡 세트 (전3권) (알리기에리 단테, 김운찬)
  • 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허연)
  • 우주적인 안녕 (하재연)

본문 끝 최상단으로 돌아가기

spinner
앱으로 연결해서 다운로드하시겠습니까?
닫기 버튼
대여한 작품은 다운로드 시점부터 대여가 시작됩니다.
앱으로 연결해서 보시겠습니까?
닫기 버튼
앱이 설치되어 있지 않으면 앱 다운로드로 자동 연결됩니다.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