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업가이자 막대한 자산가인 에벤 헤일. 그는 “미다스의 노예들”이라는 정체불명의 집단으로부터 협박 편지를 받는다. 2천만 달러를 보내지 않으면 예고한 날짜에 사람을 한 명씩 죽이겠다는 내용. 에벤 헤일은 물론 그의 최측근 비서 웨이드 애셸러도 처음엔 이 협박 편지를 웃어넘긴다. 그런데 곧 사태는 뜻밖에도 충격적인 국면으로 흘러간다. 실제로 무고한 사람들이 하나둘 미다스의 노예들이 예고한 날짜에 정확히 살해되기 시작한다. 연쇄살인범의 출현이라며 세간은 공포에 휩싸이지만, 에벤 헤일과 웨이드 얘셸러 그리고 정부당국은 이 일의 여파를 우려해 진상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범인 검거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에벤 헤일이 돈을 주지 않고 버틸수록 희생자는 계속 늘어가고, 그 자신뿐 아니라 웨이드 애셸러까지 극도의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린다. 더구나 영리하고 대담한 범죄자 집단 앞에서 경찰은 이렇다 할 단서 하나 찾지 못하는데다 정부당국의 무능까지 겹치면서…….
「미다스의 노예들」은 2020년 11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된 스페인 드라마(6부작)의 원작이기도 하다.
<책 속에서>
웨이드 애셸러가 죽었다. 자살했다. 그를 알아왔던 소규모 집단에서 그것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거짓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와 절친했던 우리는 그런 생각을 서로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차라리 우리로선 불가해한 어떤 잠재의식적인 방식으로 그 일을 준비해왔다는 편이 더 적절하다.
어떤 행위가 일어나기 전까지 그런 가능성은 우리의 생각에서 가장 멀리 벗어나 있곤 한다. 그러나 그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그 죽음을 줄곧 예상하고 기다려온 것 같았다. 이것은 회고적 분석에 의해 그가 큰 곤경에 처해 있었다는 사실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내가 사용한 “큰 곤경”이라는 표현은 심사숙고 끝에 나온 것이다. 젊고 잘생긴데다 전차업계의 거물, 에벤 헤일의 오른팔이라는 확실한 위치에 있던 그에게 자신의 행운을 불평할 이유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괴로운 근심거리 아니면 격한 슬픔이라도 있는 것처럼 그의 매끄러운 이마에 주름이 지고 골이 지는 것을 지켜봤다. 우리는 또 이글거리는 하늘과 타들어가는 가뭄에 녹색 곡식이 시들어가듯 그의 풍성한 흑발이 가늘어지고 잿빛으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봤다. 마지막을 향해가던 그가 점점 더 열렬하게 흥청망청 들뜬 분위기를 찾아다녔다는 것을 누가 잊겠는가?
그러고는 그런 분위기 한복판에서 그가 빠져들었던 골몰한 공상과 음울한 기분을 또 누가 잊겠는가? 흥겨움이 물결치면서 절정에서 절정으로 널뛸 때마다 까닭 없이 그의 눈빛이 흐려졌고 이맛살은 찌푸려졌다. 마치 심연의 끝에서 미지의 위험과 맞서 싸우는 것처럼 정신적 고통의 발작으로 얼굴은 일그러지고 주먹은 틀어쥔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