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색즉시공> 시리즈는 "색으로 읽는 공포와 공상"을 주제로 한다. 계속 후속작들을 출간할 예정으로, 시리즈 첫 번째 색은 머미 브라운(암갈색)이다. 머미 브라운을 중심으로 갈색 분위기가 나는 작품들이 포함된다. 제럴드 그리핀의 「갈색 남자」는 아일랜드의 고딕 문학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단편이다. 척박한 아일랜드의 어느 두메산골, 찢어지게 가난한 어머니(구아레)와 딸(노라)이 살고 있더라는 동화 풍으로 시작된다. 이 모녀 앞에 홀연히 나타난 백마 탄 왕자 아니 갈색 말을 탄 갈색 왕자. 그는 자신이 엄청난 부자이니 노라와 결혼하여 거대한 성에서 귀부인처럼 살게 해주겠다고 구혼한다. 동화가 맞나 싶은 순간, 이야기는 급선회한다. 동화라면 잔혹 동화…… <책 속에서> 먼스터(아일랜드 남부—옮긴이)에서 가장 인적이 드문 어느 호숫가. 이곳의 외진 골짜기 외진 오두막에 ‘구아레’라는 외로운 여자가 살았다. 그녀에겐 아름다운 딸 노라가 있었다. 그들의 오두막은 반경 5킬로미터 안에 있는 유일한 집이었다. 그들은 검소하게 살았는데, 그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흰 양배추 밭 한 뙈기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 양배추 중에서 꼭지 몇 개만 먹을 정도로 끼니를 줄였으니, 이마저도 씨를 뿌리지 않으면 잡초 한줌 나지 않는 이곳에서 그나마 가질 수 있는 서글픈 기대치였다. 어느 아침, 눈이 내리지 않으면 우박이 쏟아지는 이 지역에서 보기 드물게 화창한 날이었다. 노라와 어머니는 작은 오두막 문가에 앉아서 내일은 무얼 해 먹을까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난데없이 말을 탄 낯선 남자가 그들의 오두막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상한 구석이 하나둘이 아닌 남자였다. 갈색 옷은 둘째 치고 머리칼도 갈색, 눈도 갈색, 장화도 갈색이었다. 타고 있는 말도 갈색, 그 뒤를 따라오는 개도 갈색.
아일랜드의 시인, 소설가. 고향 리머릭에 대한 유년의 기억은 나중에 작품 전반에 유쾌한 분위기로 나타나지만, 집안 문제로 단란한 가족(양친과 13남매)이 뿔뿔이 흩어지는 불운을 맞기도 했다. 그리핀의 문학적 소질은 어머니의 격려와 나중에 만난 아일랜드의 시인 존 바님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단편집 『네덜란드 한 때, 먼스터에 전해지는 이야기』로 호평을 얻었다. 법조인이 될 계획으로 런던에서 법학을 공부하다가 이내 더블린으로 옮겨 아일랜드 고대사를 공부했다. 이 결과 나온 『침략』으로 독자와 학계로부터 호평을 얻지만 기대했던 대중적인 인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사색에 잠길 수 있는 낚시와 사냥 등의 스포츠를 좋아했고 가난한 아이들의 교육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집필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리핀은 문학적인 명성이 높아갈수록 세속의 성공을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1838년에 돌연 미발표 원고들을 모두 불태우고, 빈민 아동의 교육을 중시하는 더블린 소재 “아일랜드 그리스도교 형제회”에 들어갔지만 1840년 이른 나이에 병사했다. 대표작으로 『칼리지안스The Collegians』, 『먼스터 축제 이야기』, 『몬머스 공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