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에서 두 개의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감독 다르덴 형제의 인터뷰집 『다르덴 형제』가 출간되었다. 『다르덴 형제』는 벨기에의 산업도시 세랭에서 다큐멘터리를 찍던 이들이 극영화로 넘어와 거장의 자리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영화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와 창작자로서 영화를 찍을 때 늘 품고 있는 철학을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르덴 형제는 소외된 인간을 스크린 안으로 불러내 호명한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분투하는 십대 여성(〈로제타〉), 국적을 인정받기 위해 위장결혼을 하는 이민자 여성(〈로나의 침묵〉),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소년(〈자전거 탄 소년〉)처럼 인물은 변화하지만 다르덴 형제가 바라보는 시선은 같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다르덴 형제의 끈질긴 시선은 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존엄을 부여한다. 이는 자본화되고 납작해지는 세계에 맞서서 저항할 뿐 아니라 조금 더 인간적인 세계를 희망하게 한다. 『다르덴 형제』에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프랑스 퀼튀르 라디오방송을 통해 진행된 네 번의 인터뷰와 2015년 로렌대학교에서 열린 영화 수업이 담겨 있다. 인터뷰와 영화 수업의 진행을 맡은 프랑스의 영화평론가 미셸 시망은 쉽게 들을 수 없던 다르덴 형제의 이야기를 끌어낸다. 책에는 초기 다큐멘터리영화부터 최근 작품인 〈토리와 로키타〉를 아우르는 다르덴 형제의 필모그래피도 정리되어 있다. 그런 만큼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충실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저희의 모든 인물은 무언가의 포로이며 갇힌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탈출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최대한 극적으로 묘사하죠. 탈출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탈출구를 찾는 것은 대개 누군가를 찾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 것이죠. 마침내,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이 혼자 있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발견하는 일입니다._216쪽
벨기에 리에주 지방 산업도시인 세랭에서 태어났다. 장 피에르는 배우가 되기 위해 다니던 브뤼셀의 방송예술연구소Institut des Arts deDiffusion에서 극작가이자 시인, 감독인 아르망 가티를 만나면서 연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철학을 공부하던 뤽은 형을 따라 아르망 가티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장 피에르와 뤽은 1975년 다큐멘터리 제작사 데리브Dérives를 설립하고, 벨기에 세랭 지역민들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를 제작 및 연출했다. 다큐멘터리 형식에 한계를 느낀 다르덴 형제는 1986년 영화 〈거짓Falsch〉을 연출하면서 극영화에 진출했다. 이후 연출한 영화 〈당신을 생각해요Je pense à vous〉(1992)가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하자, 1994년 영화제작사 레 필름 뒤 플뢰브Les Films du Fleuve를 설립해 소규모 예산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새로운 방식을 동원해 연출한 영화 〈약속La Promesse〉(1996)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소개되고, 〈로제타〉가 199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그 뒤 영화 〈아들〉 〈더 차일드〉 〈로나의 침묵〉 〈자전거 탄 소년〉 〈내일을 위한 시간〉 〈언노운 걸〉 〈소년 아메드〉 〈토리와 로키타〉를 발표했다. 칸영화제에서 두 차례의 황금종려상과 심사위원대상, 감독상, 각본상을 받았으며, 2022년에는 칸영화제 75주년 특별기념상을 수상했다. 2024년 8월부터 차기작을 촬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