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봄비스의 지하묘The Vaults of Yoh-Vombis」는 화성을 배경으로 SF와 호러를 결합한 작품인데요. 작품마다 기발한 제목을 선호했던 스미스가 원래 구상했던 작품명은 「아보미의 지하묘The Vaults of Abomi」였고, 배경이나 등장인물도 화성과는 관련이 없는 “멸망해가는 세계”와 “미지의 종족”이었다죠. 나중에 「화성의 실생 식물Seedling of Mars」을 집필하면서 화성에 대한 관심과 자극이 생겨서 「요봄비스의 지하묘」 배경도 화성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작품은 SF, 호러, 판타지를 혼합하여 스미스 특유의 장르로 재생산하는 좋은 예에 속합니다. 또한 스미스가 보여주는 공포의 백미이자 최고봉으로도 꼽히는데요. 린 카터(Linwood Vrooman Carter)는 나중에 출간된 스미스의 작품집 『지카프』의 서문에서 이 작품에 대해 “스미스식 독특한 장르의 이상적인 전범”, 도널드 시드니프라이어(Donal Sidney-Fryer)는 “스미스 작품 중에서 가장 완벽한 호러”라고 평했습니다. 아울러 스미스의 문체와 주제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겐 여러모로 최적의 작품일 듯 합니다. 지구인 원정대가 화성의 폐허 도시 ‘요봄비스’를 탐사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현 화성인인 ‘아이하이’ 족은 자신들의 조상인 ‘요리’ 족의 멸종 과정과 요봄비스의 지하에 대해 극도의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화성인 가이드들도 꺼려하는 상황에서 지구인들끼리 영겁의 지하묘지로 들어갑니다. 지구인들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유일한 생존자인 ‘세번’이 그 공포의 현장을 전하지만 그 역시도 이미 요봄비스 기생체의 숙주가 된 상태입니다. 애초에 「요봄비스의 지하묘」를 비롯한 스미스의 화성 연작들은 크툴루 신화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적었는데요. 동료 작가들이 화성인 아이하이 족, 요리 족, (머리에 들러붙는) 거머리 기생체 등을 크툴루 유니버스에 차용하면서 관련을 맺게 되고, 크툴루 롤플레잉 게임에도 포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