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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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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전자책 정가
6,000원
판매가
6,000원
출간 정보
  • 2022.11.09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2.6만 자
  • 10.3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88340071
UCI
-
물의 도시

작품 정보

[이 책은]
황병욱 시인의 첫 시집인 『물의 도시』는 인간 근원에 대한 물음으로 깊이 있게 파고들어 존재의 흔들림을 그려내고 있다.
그중 <우천리> 시리즈는 사라졌지만 존재하는 것들, 존재하지만 만질 수 없는 것들에 집중한다. 1970년에 팔당댐이 건설되면서 사라진 마을 우천리를 배경으로 잊히고 사라진 것들을 단순한 기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시점으로 재편성하여 다가오는 삶의 현실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시인은 삶의 잃어버린, 혹은 잊어버린, 그러나 놓을 수 없는 우리 인생의 중심에 놓여 있는 그 무엇을 섬세하면서도 집요한 집중으로 삶의 부분들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고(故) 정진규 시인은 “황병욱 시인은 내면적 성찰의 깊이를 지니고 있으며, 은유적 구조의 실체를 무리 없이 표현 구조로 운용하고 있다”고 표현했으며, 해설을 쓴 이영춘 시인은 “황병욱 시인의 시는 독자의 마음을 훔치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새로움은 언제나 익숙함에서 출발한다. 안락한 공간에서 출발한 익숙함이 어느새 낯선 시간으로 다가온다면 시인이 그려내는 『물의 도시』로 한 발짝 들어선 것이다.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사색을 통해 시적 대상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시인의 시선을 통해 잊고 있었던, 또한 잃어버렸던 존재의 흔들림을 마주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시집 『물의 도시』는 하나의 커다란 응집된 ‘응어리’이다. 1960~70년대 산업화, 도시화의 물결 속에 생겨난 팔당댐 건설로 수몰된 우천리(경기 광주 남종면)를 배경으로 한 <우천리> 시리즈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존재하지만 만질 수 없는, 누구도 버리지 않았고, 누구도 놓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집요한 물음을 던진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빼앗길 수밖에 없었던 삶의 근원을 찾아가고 있다. 선택지가 없었던 그들의 삶은 여전히 물 속에 잠겨 있고,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삶의 주인공에서 주변인으로 내몰리는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시인이 풀어내고자 하는 응어리는 단순한 사회 구조 모순이 아니다. 예전과 다르게 새롭게 대두되는 인간 내면의 불규칙적인 울림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인간의 깊은 무의식에 잠자고 있던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뿐이다. 그것은 가족, 연인, 사회의 불합리성, 죽음과 기억, 소멸과 생성으로 재가동되며 끊임없이 해소되지 않는 응어리로 자리 잡는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시인이 살고 있는 곳인 물의 도시이다. 하늘이 신화론의 세계라면 물은 진화론의 세계이다. 인간의 진화에는 문명의 발전과 산업의 발달도 포함된다. 우리는 태어나기 이전 모두 물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어미의 자궁에서 알을 깨고 나오듯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인간이 만들어 놓은 온갖 추악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시인의 응어리는 물에 대한 동경임과 동시에 물의 응어리이다. 인류의 발전과 문명의 발전은 과연 인간을 풍요롭게 해 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21세기의 응어리는 발전과 퇴보의 간극이 아니라 발전과 좀 더 발전 사이에 놓인다. 빠르게 앞서 가는 발전을 못 따라 가는 발전의 퇴행, 멈춤, 그리고 회귀 본능을 질타할 수 있을 것인가. 시집 『물의 도시』가 내포하고 있는 응어리의 방향이다.
서정적이면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물의 도시』를 진술하고 있는 시인의 잔잔한 묘사가 뭉클하게 가슴에 내려앉는다.


[해설 중에서]
그의 작품은 대상에 대한 혹은 사건에 대하여 전경화 하듯 객관적 거리를 유지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 흐르는 존재들의 삶에 대한 아픔이 툭툭 가시처럼 박혀 있다. 또 때로는 거센 파도처럼 출렁거려 파도타기를 한다. 그만큼 그의 시는 우리를 아프게 끌어당긴다. 이것이 황병욱 시인의 내면성이자, 그의 시가 지향하는 시 정신일 것이다.

황병욱 시인은 이렇게 사실적이고 역사적인 사건을 소재로 하여 시로서의 그 미학성을 독창적으로 수사修辭해 낸 점이 탁월하다. 각 시마다 롤랑바르트가 설파한 시의 ‘살갗’이라고 할 수 있는 회화성을 자연스럽게 잘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제를 끌고 나가는 힘도 탁월하여 시적 의미망을 한층 심도 있게 확보한다. 이런 점이 그가 시인으로서의 사명을 부여받은 우월성이다.

황병욱 시인의 시적 사유는 항상 삶의 애환 속에서 탄생한다. 그 속에는 ‘고난과 비애’라는 정서가 출렁이고 ‘사랑’이란 정서가 출렁인다. 이 사랑은 곧 그의 시심詩心이자 그의 시 창출의 동력이다. 황병욱 시인은 “그늘진 손으로/사랑을 쓰다듬었다”(「연인」)라고 고백한다. 이 고백 속에서 그의 인생이 서늘하게 묻어난다. 그리고 작품마다 새로운 상징적 시어의 발견으로 ‘견자見者’의 눈을 뜬 것도 황병욱 작품의 우월성이다.
―시인 이영춘


[본문 중에서]
A가 책을 집어 들었다
물방울이 맺혔다
한쪽으로 기운 당신이 편지를 쓴다
A가 기울어진 당신을 집어든다
기억을 담은 기포가 올라왔다
사서는 빈틈을 채우는 대신 서고의 책을 한쪽으로 쭉 밀었다
두리번거리던 호흡이 말라버린 물의 유적지에서 물방울 화석을 골라냈다
한 번도 서고에서 뽑힌 적이 없는 당신에게 아가미가 생겼다
(중략)
당신의 편지에 숨겨진 물의 도시가
한쪽으로 쭉 쓸려가고
내려앉은 낯빛으로/A가 책을 접었다
접혀진 귀퉁이 갈피에 묻어나는 물이끼
페이지가 이어지지 못하고/당신의 숨이 계곡처럼 흘렀다
푸석거리는 활자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고서에는 아직 뜯지 않는 편지들이 가득하다
물속에 사는 것은 어떤 것일까
공포와 시련과 고독과 미련과 허망과 아련함이
하루 종일 비처럼 내리는
오늘이 뻐끔거린다
당신이 갇혀버린 물의 도시
―「물의 도시-우천리․1」 중에서

집이 사라졌다
겨울이면 식구들은 방 하나에 모였다
며칠 내내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주먹으로 문을 두드렸고,
마지막 남은 불씨처럼 연탄불이 꺼지지 않게,
보일러가 터지지 않게 주의하고, 또 조심했다
유난히 맑은 달빛이 소복이 지상으로 내려앉는 밤
집 앞 커다란 목련나무는 어른 주먹보다 큰 목련을 활짝 피웠다
(중략)
유난히 달빛이 밝았던 그날은,
목련이 우아하게 만개했던 그날은
가족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모두 뿔뿔이 흩어졌던 날이었다
―「기억의 집―우천리․2」 중에서

그래,
사랑은 그렇게 물들어 가는 것
누군가를 노을처럼 품어줄 수 있었다면,
이름 없이 저물어간
당신의 희미한 발자국을 맞잡을 수 있었다면
그래,
누군가는 토해내고, 각혈하고 또 쏟아내는 것
뜻 없이 흘러가지 않는 것은 없는 것
미풍에 흩날릴 벚꽃이 아직 남아있기에
붉은 시간이 아직 멈추지 않았기에
나에게서 빠져나간 이름 없는 당신과 눈물 마른 소년과
그리고 어머니
늦은 햇살 아래
노을이 된 사람들
노을이 될 사람들
―「노을」 중에서

가슴 밑 널 닮은 잎
하나

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놓아버린 손,

사랑은
홀로 머물다
떠다니는 잎
―「널 닮은 잎」 중에서

그녀의 마지막 목소리를
내려놓는 순간
웃음이 멈춘 사람들 사이로
그녀의 목소리가 빠져나가고
점점 가라앉는 목소리
따라
기억이 만들어지고
기억이 희미해지는,

사랑은 기억으로 완성되고, 무너진다

눈을 감아야만 보이는 길처럼
돌아오지 않는 길을,
돌아보지 않는
돌아보지 않아
지워져버린 길

그녀의 텅 빈 목소리
―「지워진 길」

작가 소개

글_ 황병욱
《한국미소문학》 신인작품상 시 당선,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국민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석사 졸업.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 수상. 여행서 《앙코르와트에서 한 달 살기》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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