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방 주인이 된 사회학자가 겪은
그렇지 않고 이러한 일들
사회학자 노명우가 처음으로 캠퍼스를 벗어나 전쟁터와 같은 자영업의 세계로 뛰어들면서 겪은 좌충우돌 분투기. 서울 연신내의 한 골목길에 문을 연 작은 동네 서점인 니은서점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세상을 관찰하고 해석해보고자 한 저자의 바람이 담긴 공간이다. 니은서점으로 주 무대를 옮긴 저자는 서점 주인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바라보면서, 책의 생태계를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서점을 차려야겠다는 바람을 안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저울질하던 고민의 시간부터 막상 차려보니 기대와 달리 차가운 현실 앞에 책에 대해 다시금 사유해야 했던 성찰의 시간, 망하지 않으려 책 파는 기술을 연마해야 했던 배움의 시간을 지나 그렇게 버티고 버텼더니 마침내 사람들이 서점에 모이기 시작한 감격의 시간까지. 유쾌하게 풀어내는 수많은 에피소드를 따라 가다보면 저자가 난생처음 자영업자로 보낸 2년의 시간을 함께 공감하게 된다.
책을 사면 왜 좋은지, 서점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내게 맞는 책은 어떻게 고르는 게 좋은지 등 저자 특유의 감칠맛 나는 ‘썰’과, 책과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세세하게는 들여다볼 수 없는 서점 속 혹은 서점 뒤편의 생생한 이야기 또한 책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그렇게 두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고 니은서점은 ‘오로지 책만 파는 서점’ ‘베스트셀러는 안 파는 서점’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 전문 서점’ ‘북텐더가 있는 서점’ 등 여러 이름을 갖게 된다. 특히 좋은 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니은서점 ‘북텐더’의 존재는 서점 본연의 정체성과 만나 더욱 빛을 발한다. 특별히 세 명의 북텐더들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책에 실었다. 그리고 지난 2년간 때론 울고 때론 웃으며 서점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저자가 직접 쓰고 그린 ‘니은서점 연표’를 책 뒤편에 함께 실었다.
본문 중에서
온라인 서점이 10퍼센트 할인에 5퍼센트 적립금을 주고 게다가 일부 지역엔 당일 배송까지 가능한 시대에 손님이 일부러 니은서점에 오시는 이유는 뭘까 생각했죠. 한 권의 책은 그 자체로도 독립적인 우주이지만, 한 권의 책이 어떤 책 곁에 있는지에 따라 그 책의 의미는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서점은 한 권의 책이 있는 곳이 아니라 한 책 곁에 또 다른 책이 있는, 즉 책이 서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지요. 서가를 구성하는 것은 책 사이에 보이지 않는 의미의 맥락을 만드는 것과도 같습니다. - ‘심혈을 기울여 서가를 구성하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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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인테리어와 분위기로 승부를 걸면 사람들이 서점에 많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여 서점을 쓸고 닦으면 확실히 효과가 있습니다. 서점에 들어오는 분이 늘어납니다. “서점이 참 예쁘네요”라는 인사도 많이 듣게 됩니다. 그런데요, 예쁘다는 인사 듣자고 서점을 차린 거 아니잖아요. 책을 팔겠다고 서점을 차렸는데 예쁘다는 인사만 들으면 허탈하죠. 서점에 들어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서점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책을 구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다음 전략을 세웠습니다. 일단 서점에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게 하자. 그리고 서점에 일단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책을 사게 만들자. 이런 작전을 짰습니다. - ‘책을 사면 좋은 이유에 관한 아주 설득력 있는 썰을 만들었는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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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독서가 만족스럽지는 않죠. 읽으면서 화가 나서 중간에 내던지는 책도 있구요, 다른 사람이 극찬을 해서 읽었는데 읽다보니 영 아니다 싶은 책도 있구요, 별다른 기대 없이 집어 들었는데 자신의 삶을 뒤흔드는 책을 만날 수도 있는 거죠. 이 실패의 과정을 겪으면서 수없이 많은 책을 내던진 후에 우리는 나만의 책을 만나게 되는 순간이 생길 겁니다. 그 순간 우리는 독서계의 ‘베스트 드레서’가 되는 거죠. - ‘책을 고르는 법(익명의 독서중독자들에게 바치는 헌사)도 궁리했어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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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은서점은 동네 서점입니다. 서점 뒷집에 사시는 할머니도 책 사러 오시고, 동네 옷가게 아주머니도 책 주문을 하십니다. 건너편 핫도그 가게 주인 아주머니는 서점 장사를 걱정해주시고 2층에 사시는 주인 내외는 아래층에 서점이 생겨서 너무 좋다고 하십니다. 동네 어떤 대학생은 자기가 사는 집 근처에 서점이 생겼다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자랑도 한다고 합니다.
책을 읽고 그 감상을 같이 나누고 싶어도 대화의 상대를 찾지 못했던 동네 분이 마스터 북텐더를 통해 독서 모임을 같이 할 수 있는 이웃을 알게 되었다고 고맙다는 말을 전할 때 저는 감격합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대학 1학년생이 니은서점에서 산 책이 자신이 직접 서점에서 산 첫번째 책이라고 말할 때 저는 마음속으로 생각합니다. 니은서점의 존재 이유는 바로 이런 것이라고. - ‘언젠가, 그 어느 날 마침내 로또에 당첨된다면’ 중에서